인공지능의 공공부문 도입과 활용, 사례와 기대효과

글_엄석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서론

정부는 정보기술 발전의 최대 후원자였을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의 최대 수요자였다(Mazzucato, 2015; Fountain, 2001). 특히, 인터넷이 보편화, 상용화된 1990년대부터는 정보기술과 인터넷을 행정에 도입하는 전자정부(e-government)가 정부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의 관리뿐만 아니라 시민과 기업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품질 개선, 그리고 정부와 시민 간의 정치적 관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자 수단으로 등장하였다. 이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정부와 행정의 미래상을 새롭게 정의하려 하고 있다(엄석진 외, 2020; Schwab, 2016). 기존의 정보기술이 업무 프로세스 단축을 통한 효율성의 제고를 주요 목적으로 하였다면 지금 등장하는 AI는 이에 더해 인간을 뛰어넘는 인지능력과 계산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AI는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로봇 등 새로운 기계와 서비스들의 기반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는 한편으로는 미래 사회와 정부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반면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사회규범 및 사회체제의 붕괴 등 부정적 전망을 제기하면서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엄석진 외, 2020; Susskind, 2020). 이 글에서는 AI의 공공부문 도입과 활용 사례를 바탕으로, AI 활용이 가져올 공공부문의 변화를 전망해 보고 AI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과 준비가 필요한지 검토해 본다.

AI 도입의 효과와 사례

AI의 발전은 기존의 전자정부와 스마트정부를 넘어 AI 정부 (AI-based government)로 변모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Margetts와 Dorobantu(2019)이 제시한 기대효과와 그에 따른 AI 활용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행정서비스의 수준 향상
첫째,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적합한 개인화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AI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전자정부 플랫폼에 구축, 저장된 개인별 정보와 주정 부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과거 이력 정보 등을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하여 행정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킨 사례는 국 내에서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챗봇 서비스이다. 예를 들면, 대구시에서는 AI 기반 지능형 챗봇, ‘뚜봇’을 도입하였다. 웹페이지와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며, 여권 분야 및 120 달구벌콜센터의 빈발 민원인 자동차 등록, 시정 일반, 지역 축제 관련 민원에 답변이 가능하다. 5만 7,000여 건의 학습데이터 구축을 통해 단순 키워드 검색 수준의 상담에서 나아가 시민의 질문에 추론하여 답변하는 쌍방향 대화도 가능하고, 지도, 링크,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1)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폐기물 처리 서비스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그 서비스 품질이 개선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청은 2018년 AI 객체인식 기반의 대형 폐기물 처리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기존에는 가정용 대형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신고필증 스티커를 발급받은 후 거점 지역에 배출해야 했지만,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배출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 대형 폐기물 사진을 촬영하기만 하면 AI 객체인식 엔진이 사진을 인식하여 품목을 분류하고 간편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대형 폐기물의 위치를 GPS로 수집하여 수거업체에 자동으로 전송하여 신속한 수거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국민은 민원행정처리 간소화로 편리함은 물론 서비스 만족도가 향상되었고, 폐기물 처리 서비스 개선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대(10% 상향 기준)로 연간 91억 2,000만 원가량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 2018). 아울러, 은평구청은 AI 기반 보건소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기존 결핵 위주로 제한적인 판독을 실행해 온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을 개선하여, AI 기반의 판독으로 4대 폐질환(폐암, 결핵, 기흉, 폐렴)으로 서비스 확대. 의료진과 AI 협업으로 폐질환 진단정확도를 향상하여, 4대 폐질환을 대학병원 평균(89%)보다 높은 정확도(94%)로 20초 이내에 판독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이다.2)

1) 세계일보. 2018. 3. 21. ‘대구시 민원상담사 “뚜봇” 새롭게 태어나다.’
2)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아카이브 (innovation.go.kr) ‘인공지능을 접목한 X-RAY 판독으로 공공의료복지 실현.

2. 정책의사결정의 타당성 향상
둘째, AI는 정부의 정책 의사결정의 타당성과 정확성을 높여 정부의 계획 수립 및 정책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미래의 경향 및 발생 가능한 사건 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주정부에서는 머신러닝 모델을 이용해 특수 교육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외부 요인들이나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서 그와 같은 수요가 얼마나 변화할 것인지 예측한다. 미국 라스베가스시 보건당국은 소셜미디어 정보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음식점을 식별하고 점검하였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무작위 추출(randomization)에 기반해서 위생 및 안전 점검의 대상을 추출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대상 음식점의 추출과 점검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AI 기반의 예측 기능은 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뉴질랜드에서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학교 생활에 부적응을 겪거나 그런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찾아내고 있다. 호주 국세청은 AI를 활용한 회계감사를 통해 6,000만 건 이상의 세금 징수 사례, 메모, 활동 기록, 실시간 소스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탈세 등과 관련된 의심 동향을 파악하고 조사가 필요한 사례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국세청 업무에 AI를 도입함으로써 약 9,000명의 세금감사원, 조사분석관들이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었으며,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감사 품질 및 결과의 정확도와 성과를 개선할 수 있었다(김경전, 2017). 한국의 기획재정부도 AI 기반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AI 도입 이전부터 부정 징후탐지시스템(SFDS)을 도입해 보조사업자(수급자)의 다양 한 정보를 수집해 가족 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50여 개 패턴을 만든 후 이에 해당하는 집행 건을 매월 탐지해 부정수급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식별해 왔다. 여기에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더하여, 보조금 부정수급 탐지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사람이 10년간 적발해낸 부정수급 패턴을 AI에 학습시킨 후 수급자 정보를 빅데이터와 매칭시키면 상습적으로 부정수급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시스템이 미리 알려준다. 또 새 시스템은 부정수급 모델 외에도 가족 간 거래·인건비 지급 등으로 정상적 소명이 완료된 경우 자동으로 이상 사례에서 제외해주는 등 정확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3)

3) 매일경제. 2020. 2. 17. '혈세' 부정수급 AI가 잡아낸다…기재부 연내 시스템 구축

3. 시뮬레이션을 통한 미래예측적 행정
셋째, 정부는 AI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정책 대안의 결과를 실험하고 시뮬레이션하여 실제로 집행하기 전에 의도하지 못한 결과를 식별하고 그 효과를 찾아낼 수 있다. 대규모 데이터와 결합된 행위자 기반 컴퓨팅 모델(Agent computing model)은 정책이 집행되기 이전에 실제 세계의 복잡성을 좀 더 잘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은 금융 시장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모델링하여 부동산 정책 및 시장개입의 효과를 시뮬레이션 한다.
한국의 세종시는 ‘도시행정 디지털트윈(Digital Twin) 시스템’을 활용하여 인구 이동, 교통 및 산업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실험 및 시뮬레이션에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림 1> 참조). 디지털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보는 기술을 말한다. 세종시는 하루 단위 시민의 이동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기반 모델링 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한 접근을 위해 행위자(Agent) 기반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ABMS: Agent Based Modeling & Simulation)을 활용하여 세밀한 도시의 이동행태를 모사한 디지털트윈 구축을 추진했다. 이는 유사한 기존 연구가 대상 표본에 대한 설문 조사를 활용한 정책 수립을 추진하던 것을 대규모의 데이터를 활용한 도시의 시민 전체를 행위자로 모델링된 디지털트윈 가상도시에서 실제와 유사하게 이동하도록 하여 도시의 행태를 파악하고 예비정책에 따른 변화를 예측한다. 데이 터와 AI 기반의 디지털트윈을 활용하여 다양한 도시행정 분야에서 증거 기반 정책 수립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다시 도시행정 역량 제고와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정영준 외, 2021).

<그림 1> 세종시 도시행정 디지털트윈의 주요 기능
결론

지금까지 우리는 공공부문에서의 AI 도입과 활용에 따른 기대 효과와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기대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 방향과 대안이 필요할까? 이 장에서는 결론을 대신하여 ‘좋은 AI 활용’을 위한 위한 정책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AI 도입이 기대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를 구성하는 제도, 조직과 관리, 인적자원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총체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구성하고, 관련된 정책결정 및 사업수행의 ‘방향 잡기 (steering)’와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을 수행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제도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역량 있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은 급격한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적 격동에 대응하고 그 역기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소셜미디어와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와 정보의 활용과 분석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감시사회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같은 부정적 결과를 막고 정보기술의 발전과 민주적 가치가 상호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도 역량 있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AI 도입과 활용을 위해서는 ① 정치적 지지의 확보를 위한 네트워크 역량, ② 행정혁신과 정보기술 활용 간의 일관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의사결정 및 조정 역량, ③ 정부 부처와 정책영역을 넘나드는 협력 촉진을 위한 제도적 권한과 행정자원, ④ 공공부문에서의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활용을 위한 기술적 전문성 등의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지능정보시대의 정부의 디지털 혁신이 좀 더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 데이터 및 정보자원관리체계가 정비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데이터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데이터들이 상호 연계되도록 개방적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 간, 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위한 문화를 조성하고, 각 부처가 보유한 데이터가 원활히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 및 정보자원에 대한 체계적 품질관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나아가, 공공부문 내의 데이터 연계 및 통합과 함께 민간 데이터와의 융·복합을 촉진하고 대국민 공개를 위한 통합적 정보자원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데이터 분석 역량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융합 및 분석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국민서비스 품질 제고 와 정책분석 역량 강화를 위한 데이터통합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부의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를 위한 인적자원의 확보와 함께 지속적인 전문성 제고가 가능하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의 균형이 고려되어야 한다. 지능 정보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가장 큰 딜레마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간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를 둘러싼 딜레마는 다양한 시점에서 다양한 이슈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결론적으로 개인정보는 보호와 활용의 “균형”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보호와 활용은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보호와 활용은 서로 맞물려 있다. 효과적인 보호 없이 구축된 데이터는 사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활용 수준이 낮을 것이며, 활용 수준이 낮은 정보를 보호할 실익이 낮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시기별로, 정책목적에 따라 보호와 활용 간의 균형점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이동해 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기술혁명 시대의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서는 반응적이고 책임 있는 리더십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급격한 기술변화가 가져올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면서 그 본질을 이 해하고 이를 정부를 비롯한 전사회적인 디지털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전환 과정에서 상대방의 가치와 경험, 사회적 요구를 이해하며 문제의 범위와 복잡성, 그리고 대응방안을 충실하게 설명하는 리더십 역량이 발휘될 필요가 있다. 반응적이고 책임 있는 리더십은 ① 개별 기술보다는 전체 시스템에 주목하며, ② 기술의 긍정적 잠재력이 쉽게 발휘될 수 있도록 사용자 및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③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④ 기술이 가지는 긍정적 가치에 집중하는 특성을 갖는다(Schwab, 2017).
나아가 앞으로의 리더십은 가상세계와 실제세계를 아우르며 두 세계를 연결하는 리더십이어야 할 것이다. 지능정보시대의 정치가와 행정가는 가상세계와 실제세계에서의 정치와 행정 을 결합하고 그 동향을 관리하며 혁신적 사회의제로 연결하는 과거에는 없었던 역량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가상세계에서의 정보 흐름과 정책의제의 흐름을 포착하여 실제세계의 행정 체제를 통해 실현하고 이를 다시 가상세계의 선순환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혁신가(network entrepreneur)’로서의 역할과 그에 맞는 역량이 요청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경전. (2017). IBM 인공지능 왓슨의 공공부문 활용사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지식 포럼’ 발표문.
엄석진. (2021). AI 정부: 개념, 논쟁, 그리고 전망. 「AI와 미래행정」. 서울: 박영사.
엄석진 외. (2020). 「정부의 디지털 혁신」. 고양: 문우사.
정영준 외. (2021). 디지털트윈 기술의 도시정책 활용 사례: 세종시 도시 행정 디지털트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자통신동향분석」 제36권 제 2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2018). 2018 SMART-NATION SERVICE CATA- LOG. 한국지역정보개발원.
Fountain, J. (2001). Building the Virtual State: Information Technology and Institutional Change.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Press.
Margetts, H., & Dorobantu, C. (2019). Rethink government with AI. Nature, 568.
Mazzucato, M. (2015). 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ublic vs. private sector myths (Vol. 1). Anthem Press.
Schwab, K. (2016).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Crown Business.
Schwab, K. (2017). A call for 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 World Economic Forum 2017 Chairman’s briefing. https://www. weforum.org/agenda/2017/01/
Susskind, D. (2020). A World Without Work: Technology, Automation and how We Should Respond. Penguin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