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지방교육 및 산업현장의 붕괴 등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입법적·행정적 실천 방향과 대안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지난해 4월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방소멸 대응 및 연구를 위한 TF를 발족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지난해 말 이슈리포트를 통해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외국인 정책에서의 생성형 AI 활용 방안(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화연)’을 소개했는데, 그 내용을 짚어 본다.
2021년,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나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감소는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에 따르면, 228개 지자체 중 과반인 118곳(52%)이 소멸위험 지역이며, 저출생·고령화와 더불어 청년인구의 유출이 나타난다고 설명하였다(이상호·이나경, 2023). 소멸위험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외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미 폐업·폐쇄·폐교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저출생’과 ‘인구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하여 급격한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지방은 제조업, 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민자는 지방소멸위기를 겪는 지역에 ‘인구’가 되어 지역사회에 활력을 가져다주고 인력난을 겪는 여러 분야에 노동력을 공급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자체의 주요 정책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민자는 일자리와 인프라가 몰려있는 수도권에 집중하여 거주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전체 외국인 주민의 59.8%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1) 이에 지방소멸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인구정책의 하나로 외국인 인구를 유치하고자 경쟁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 초 경상북도는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였고, 광주광역시에서도 ‘외국인주민과’를 신설하여 지자체 주도의 외국인 유치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최근 법무부에서 인구감소 대응과 지역경제 활력을 목적으로 ‘지역특화형비자’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소멸지역에서 5년 간 ‘취업(근무)’ 또는 ‘거주’를 조건으로 거주형 비자(F-2)를 발급해주는 사업이다. 거주형 비자(F-2)를 받을 경우 가족초청이 가능하고 초청받은 가족 중 아동청소년은 교육을 받고 배우자는 지역 내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2) 총 28개의 지자체가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지역 내 외국인의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기초자치단체 중 외국인 주민 비율이 매우 높은 밀집 지역도 눈에 띈다. 충북 음성군의 총인구수는 100,866명인데 그중 14.7%(14,795명)가 외국인 주민이며, 전남 영암군의 총인구수는 55,998명인데, 그중 12.5%(7,001명)가 외국인이다. 인구 규모가 크지 않은 지자체에서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경우 지역 차원에서의 정책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1) 행정안전부(2022)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 설명자료’에 따르면 경기 33.5%, 서울 20%, 인천 6.3% 순으로 외국인 주민이 분포되어 있다.
2)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상당수가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입국하고 있는데, 이들은 가족초정이 불가능하고 단기순환을 원칙(3년)으로 정주화를 방지하고 있다.
<표 1> 인구 대비 외국인주민 비율 10% 이상 시·군·구 현황(10개)
상술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자체에서는 이민자 유치와 정착을 위해 다양하고 경쟁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공공부문의 업무와 행정서비스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 논의되고 있으며, 지방소멸대응을 위한 외국인 정책에서의 활용도 매우 기대된다. 이에 본 글에서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외국인 정책에서의 생성형 AI 활용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공공부문에서의 활용이 가장 기대되는 영역 중 하나는 민원 행정 분야이다. 현재 법무부(외국인종합안내센터, 1345), 여성가족부(다누리콜센터), 고용노동부(외국인력상담센터)에서는 체류 외국인의 정착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표 2>와 같은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통역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전화 ‘통화’로 운영된다. 또한 법무부 1345는 18시 이후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고용노동부의 외국인력상담센터의 경우 18시 이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의 다누리콜센터는 다문화가족과 결혼 이민자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
<표 2> 외국인 대상 민원·상담 제도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민원제도 중 외국인 대상 서비스는 더욱더 한정적인데,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지자체 주도의 이민정책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지자체와 외국인 주민 간의 소통 창구는 필수적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외국인 대상 민원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생성형 AI와 연계한 ‘챗봇’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국어 지원이 필요한 외국인 대상 민원 서비스는 통화보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챗봇’으로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반복 민원에 대한 자동응답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통역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민원 대기시간을 줄이고, 상담사가 보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질의 대응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특수상황에서 민원이 폭증하고 단순·반복 질의로 인해 비효율적인 대응이 발생할 때 AI 기반의 챗봇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지자체의 경우 통역에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자동응답 기능을 탑재한 챗봇 뿐 아니라 생성형 AI의 번역 서비스와 연계하여 메신저 형태의 상담 플랫폼을 만들고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탑재한다면 제3자 통역을 거치지 않고 상담사가 한국어로 직접 대응할 수 있어 전문적인 내용의 민원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표 3> 민원 서비스 AI 챗봇 도입 현황
한편 챗봇 서비스는 기존에도 존재하였지만, 생성형 AI는 기존의 AI 모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자연어 처리 성능을 갖고 있다.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를 생성할 뿐 아니라 민원인의 질문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응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많은 지자체에서 관련 기술을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민원 처리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 도입은 지자체와 지역 내 외국인 주민 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정주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앞서 제안한 서비스와 연계하여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외국인 중 체류 기간이 도과한 미등록 외국인이나 한국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의 경우 의료 서비스나 법률 상담 등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감금·폭행 등 부당대우를 받더라도 법적 보호 장치를 알지 못하여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또한 대부분 이주민 커뮤니티에서 얻는 정보를 바탕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로 인하여 미등록 아동3)을 양육하면서 발생하는 건강·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알기 어렵다(신유나·최규진, 2019; 유승희, 2022).
이러한 측면에서 빅데이터와 생성형 AI를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미등록 외국인도 충분히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고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를 문의하면 한국어(+외국어)로 이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자신이 당한 처우가 ‘불법’이거나 자신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이 처한 애로사항을 설명하면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 내 비영리 의료시설이나 법률기관·아동보호·교육기관 등에 대한 정보를 응답받을 수 있도록 하면 정책의 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을 것이다. 언어나 한국 행정·법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자신이 정책 대상인지를 확인하고 서비스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자체가 언제든지 편하게 질문을 하고 응답을 받을 수 있는 AI 서비스를 구축한다면,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지역 내 체류 외국인의 정착과 편의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국내 체류자격이 없는 부모가 한국에서 낳거나 데려온 자녀로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KBS 뉴스, 23.8.21 보도).
인구감소·지방소멸로 인해 지방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지역특화형비자의 경우 정해진 지역 내에서 취업을 해야 하는데 이민자와 지역 일자리를 매칭하는 것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내 유학생을 대상으로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정된 기간에 제한된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지역 내 인력난을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현재 일자리 매칭 시스템을 생성형 AI와 연계하여 고도화한다면 구직자(외국인)와 기업 간의 매칭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구직자는 자신의 역량과 근무조건, 체류자격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제시하고, 구인 기업 역시 구체적인 담당 직무에 대한 기술, 근무조건, 원하는 인재상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입력한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가장 적합한 구직자를 매칭 받는 것이다. 민감 정보는 구직자와 기업에게 비공개하고 시스템이 일자리를 매칭하는 데만 활용한다면 정보 유출이나 구직자에 대한 차별 등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AI 면접을 활용하여 가장 적합한 구직자-기업을 매칭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고도화된다면, 지자체 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이나 유학생, 동포와 같이 경제활동을 원하는 대상에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매칭해 정주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성형 AI를 통해 민원 데이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언론보도 등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민자의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지역 간 차별성 없는 이민정책은 학계와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부분이다. 특히 지역별로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민, 동포 등 주요 거주 집단이 다름에도, 대부분의 정책이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기존 정책의 한계가 있었다. 이는 지역의 이민자 특성마다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갖고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민간에서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한 감성분석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 고객의 새로운 수요 동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지역 내 이민자들의 정책적 요구사항을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하여 좋은 예시로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민원 빅데이터를 종합적·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정책 수립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4) 4) 국민권익위원회(https://www.acrc.go.kr/menu.es?mid=a10104050100, 검색일: 2023.9.20) 참고
여러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정책 영역에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앞서 상술한 여러 제안들은 생성형 AI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 처리, 보안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기술이 함께 결합하여야 한다. 또한, 현재 언어모델 중 GPT가 가장 확장성과 범용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다양한 언어모델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때 외국인의 정주를 유도하는 정책에 적합한 모델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편 생성형 AI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에 대한 위험성도 매우 크다고 지적된다(Lee & Petro, 2023). 실제 모 지자체의 GPT 연계형 챗봇으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외국인등록을 어디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존재하지 않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안내하였다. 또한 미등록 외국인이 진료 받을 수 있는 지역 내 병원을 문의한 결과 적절한 병원 이름과 주소를 안내해주기도 하였다. 즉 현재 수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한국어와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가 취약한 외국인 이용자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장치(학습데이터의 품질 관리, 응답 모니터링 등)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1] 이상호·이나경(2023). 「지역산업과 고용: 지방소멸위험 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 한국고용정보원
[2] 신유나·최규진(2019).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 현황 분석과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언: 문헌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중심으로. 공공사회연구」, 9(1), 40-84.
[3] 유승희(2022). 「비전문취업 (E-9)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체불 문제와 정책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현대사회와다문화, 12(2), 165-192.
[4] 행정안전부(2022).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 설명자료」
[5] Lee, P., Bubeck, S., & Petro, J.(2023). 「Benefits, limits, and risks of GPT-4 as an AI chatbot for medicin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8(13), 1233-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