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규모로 인류의 삶을 뒤흔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에 깊은 상실의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상처가 깊어질수록 회복을 위한 노력에는 점점 힘이 들어가는 법. ‘비대면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어떠한 준비도 없이 맞닥뜨려야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은 그렇게 기술 발전의 계기가 됐다. 그중 인공지능(AI) 복원 기술의 발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기억공작소의 옥주협 대표 역시 이 기술을 통해 돌아가신 할머니와 다시 만나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저의 할머니도 코로나 때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요양원에 계셨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면회가 안 되던 상황이었잖아요. 마지막에 뵙기는 했지만 돌아가시기 직전, 방호복을 입고서였죠.
돌아가신 후 그 ‘만남’이 내내 무언가에 얹힌 듯한 느낌으로 남아있었어요. 어떻게든 찾아봬야 하지 않았나, 손을 잡고 안아드리지는 못하겠으나 유리 벽 너머로라도 자주 얼굴을 뵀어야 했죠.
휴대폰 속에 여러 개의 영상이 있었지만 그중 할머니 영상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또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다가 ‘AI 복원 기술’이라는 것을 접했고, 밤낮으로 알아가며 적용해 드디어 할머니를 만나게 된 거예요. 개인적으로 너무 감동적이었는데, 주변 사람들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렇게 감동이 배가되는구나 싶었죠. 그렇다면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과 소중한 기억을 되살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과 영상으로 과거를 복원할 수 있게 됐지만, 단순한 이미지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담겨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가장 적합한 이름이 ‘기억공작소’였습니다. 임팩트 있지 않나요?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복원한 다음 AI 기술을 활용해 영상화하고 있어요. 고객이 제공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복원 작업을 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료의 품질과 상태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좋은 결과를 얻고자 고민합니다. 이후 AI 기술을 활용해 사진이나 영상을 정밀하게 복원하고 재구성하는 거예요.
오래된 사진이나 품질이 낮은 자료도 복원 과정을 거치면 생생하게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복원이 완료되면 고객에게 결과물을 전달하고, 만족도와 추가적인 피드백을 받아요. 필요한 경우 소폭의 수정도 반영합니다.
사연이 슬프면 좀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수술할 때, 최대한 집중해서 환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결과가 좋잖아요. 저도 그렇게 감정을 절제하고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복원 전의 사진이 선명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고인과 다르진 않을지, 고객이 이질적으로 느끼진 않을지에 대한 염려는 늘 존재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고인이 된 가족을 영상으로라도 다시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주 고객층입니다. 영상 자료를 이미 가지고 계신 분도 있지만, 오래된 사진밖에 없어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기술적으로 ‘사진 복원’부터 시작되거든요. 오래된 사진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후, 이를 기반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을 따르니까요.
서로 다른 사진을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할 수 있지만, 최적의 결과를 위해서는 4명 이하의 인물일 경우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겠어요. 그럴 경우 100% 환불을 보장합니다. 그만큼 각오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객이 ‘더는 아니다’라고 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AI 복원 기술은 단순히 사진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이를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고객이 제공한 사진(흑백이든 훼손됐든)을 복원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고인의 생생한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이 핵심이죠.
사진의 수와 품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진이 많고 고화질일수록 결과물은 더 정교해집니다. 사진 복원 과정에는 포토샵 같은 기술이 사용되고, 이후 AI를 활용해 사진을 영상으로 전환합니다. 이 두 단계를 거쳐 고객이 고인의 모습을 영상으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간단히 말해, 사실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영상 기술’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상황을 칼이 처음 발명됐을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칼은 음식을 준비하는데 유용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데 쓰이면 흉기가 되는 거죠.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달려 있어요. 물론 딥페이크 기술이 논란인 것도 맞고,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다만 핵심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예요. 누군가를 모욕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분명히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용도로 사용된다면 그 기술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간절히 바라기도 하죠. 마치 칼이 맛있는 요리,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한 끼를 위해 기능하는 것처럼요.
저희도 AI 음성 복원 기술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절대다수의 사람들 또한 그럴 거라고 여기게 됩니다.
맞습니다. 동의를 구한 적 없고, 구할 길 또한 없죠. 하지만 예를 들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이미 고인이 되신 이건희 회장님이나 정주영 회장님에 대한 기사를 쓸 때도 그분들의 동의를 얻지 않지만, 그 행위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고인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동의가 없다고 해서 그 자체로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역시나 중요한 것은 ‘의도’인 것 같습니다.
그 복원이 고인을 모욕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 가족들이나 관련된 사람들이 그 기억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면 동의 여부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죠. 혹자는 ‘잊혀질 권리’를 내세우며 의문을 갖지만 이 기술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가치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분명 양면성이 있을 거예요. 더욱이 초기에는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대처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느낄 것 같아요. 일자리 문제까지 고려하면 우울해지죠.
하지만 해당 기술의 발전으로 파생되는 새로운 기회들이 분명 생겨날 겁니다. 다만 그 초반엔 충격이 크고, 이후 약 5년에서 10년 정도는 힘든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해요. 저도 주변에서 취업을 준비하며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에 실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있어요. AI로 인해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은 훨씬 풍부해질 것이고,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콘텐츠들도 많이 생겨날 겁니다.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도 더 화려하고 선택의 폭도 넓어질 거예요.
AI로 만든 캐릭터가 실제 사람처럼 느껴질 날도 멀지 않았죠.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겠지만, 사람만이 지닌 독특한 개성과 가치는 여전히 중시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플루언서처럼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인간적인 매력과 유머를 가진 사람들은 끝까지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단기 목표는 생존입니다. 현재로서는 수익 면에서도 그렇고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거든요. 이 서비스 자체가 굉장히 트렌디한 것인 데다, 시장에서의 수요 또한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사업을 너무 앞서간 아이디어라고 여기고 있는데, 그래서 중간 지점을 찾아야 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영상과 상품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준비 중입니다. 단순히 영상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곁들여 제공되는 어떤 ‘가시적인 제품’이 있다면 더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것 같거든요. 구체적인 방향은 잡아놓았고, 조금 더 준비해서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