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ESG가 기업 경영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기업들은 그간 꾸준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가치 지향적 소비 패턴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도입하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탄소 저감 방안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지원하고 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등 디지털 기술을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도구로 강조하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에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SG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으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 이것이 ESG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최근 ESG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ESG DX(Digital Transformation)’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 이는 ESG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방법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끈다.
디지털 ESG는 ESG 경영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전환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ESG 성과를 관리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ESG 활동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다시 말해, 디지털 기술로 ESG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함은 물론 효율적인 ESG 경영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활동으로 기업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적 가치를 창출하며, ESG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디지털 ESG의 명확한 개념 정의와 함께 세 단계로 설명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발굴하는 단계, 두 번째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은 이를 통해 ESG 목표를 달성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다.
디지털과 ESG가 융합된 배경에는 산업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사회적 불평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국 정부의 노력이 있다. 영국의 경우 2000년부터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으며, 곧이어 스웨덴·독일·프랑스·캐나다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UN 역시 2006년부터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가치 지향적 소비 패턴에 맞춰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해 가려는 기업 측의 의도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말하자면 기업을 평가하던 기준이 과거 매출·영업이익·투자 등의 재무적 지표에서 이제는 그동안 간과됐던 비재무적 지표까지 확장됐다는 뜻이다. 즉, 기업의 재무 성과만이 아닌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ESG 요소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복잡한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하며 서로 얽혀 있는 현대 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 또한 기존과는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순히 감염병 문제를 넘어 경제, 사회,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복합적인 문제를 초래했다. 환경 변화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기존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해결책이 필연적으로 요구됐던 바다. 이때 디지털 ESG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ESG를 효과적으로 달성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유의미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디지털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지멘스(Siemens) 등을 살펴볼 수 있다.
MS는 ESG 경영의 선도 기업으로, 탄소 네거티브, 폐기물 제로, AI for Good, Water Positive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목표를 달성함은 물론, 2050년까지 1975년 이후 배출한 모든 탄소를 제거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또, 앞서 2020년에는 탄소 배출량의 6%를 절감하고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등 적극적인 탄소 절감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또한 MS는 데이터 센터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그린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하고 친환경 소프트웨어 개발에 앞장선다.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순환 센터를 운영, 하드웨어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힘쓴다. 일례로 친환경 소프트웨어 개발 및 지속 가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산을 목표로 액센츄어(Accenture), 깃허브(Github), 쏘트웍스(Thoughtworks) 등과 함께 그린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 SW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통한 관련 기술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지멘스의 경우 탈탄소화, 자원 효율성, 윤리 경영, 형평성 등을 목표로 하는 DEGREE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ESG 경영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기반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저개발 국가에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등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ESG와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선택해 적용한다. 특히, 삼성SDS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인 첼로스퀘어(Cello Square)는 고객사가 물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로써 탄소 배출량 추적 기능을 탑재, 고객들은 견적·예약·운송·트래킹·정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고, 데이터 분석 및 자동화 기능을 통해 운송 정보 제공과 재고량 예측을 고도화하며, 드론을 활용한 물류 창고 관리로 인건비 절감과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아울러 국제운송, 로컬운송, 물류센터 운영을 통해 물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한다. 말하자면 첼로스퀘어는 환경(E) 측면에서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두며, 물류 과정에서 예상되는 탄소 배출량을 고객사에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사회적(S) 기여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Digital ESG Alliance)가 지난 3월 공식 출범했다.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의 산학연 연합체로, 공통의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기업 간 데이터 호환 생태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얼라이언스 내에서 공급망까지 포함한 수출 기업의 규제 대응 솔루션이 마련되면 국내 수출 기업의 규제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는 향후 국내 디지털 기반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게 된다. 이로써 디지털 ESG가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SW 중심사회」 “ESG 패러다임 확산과 디지털 ESG 개념화” (2024 JUN Vol.120)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홈페이지(https://kosi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