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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ID Column

지방시대의 성공은
디지털 지역혁신에 달려 있다

글_ 김종업 (사)한국재난관리협회 상임고문

수도권 집중도의 심각성과 디지털화

1960년대 경제발전이 시작된 이래, 수도권 지역으로의 집중도는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수준의 지역 간의 불균형 문제를 야기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2.5%, 일자리의 58.5%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 GDP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인 5.1%, 4.7%에 비해 10배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나라의 GDP 수도권 집중도는 일본(24.3%)의 두 배 수준이며 인구 수도권 집중도는 프랑스(18.2%)의 두 배 수준으로 ‘30-50클럽’1)에 가입된 선진국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수도권 지역으로의 집중도를 조금 더 살펴보면, 2015년 이후 수도권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는데, 2019년 인구 기준 수도권 집중도는 50%를 돌파한 이후 2023년까지 50.7%로 점차 높아졌다. GDP 집중도도 2015년 50.1%에서 2022년까지 52.5%로 상승했고, 일자리 집중도는 2015년에 58.2%에서 2023년까지 58.4%까지 꾸준히 58%대를 유지해 왔다. 1)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을 말한다(https://news.einfomax.co.kr-연합인포맥스).

<30-50클럽 국가 간의 수도권 집중도 비교>

※ 출처 : https://news.einfomax.co.kr(연합인포맥스 2024.10.07 10:26)
※ 주 : ‌일본의 일자리 집중도 기준년도는 2021년, 영국의 일자리 집중도 기준년도는 2024년이다. 그 외 국가는 2022년 기준이다.

이러한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도를 막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2000년대 이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국정과제로 등장하였다. 수도권의 인구와 기업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행정수도 건설, 혁신도시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중도는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수도권으로 인구와 일자리 집중이 심화하면서 관련 개발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수도권, 지방권 주요 신도시 조성 사업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신도시 조성 사업비는 수도권이 지방의 5.58배 수준이다. 1조원 이상 사업비가 투입된 신도시 조성사업은 수도권이 41개, 사업비는 총 182조 원인 반면에, 지방은 12개 사업, 사업비도 약 32조 6천억 원에 그치는 등 심각한 국가 차원의 문제이다.
이처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글로벌 변화 속에서 높은 수도권 집중도는 지방소멸을 앞당기고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도의 심화라는 국가 차원의 문제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디지털 대변혁기에 진입했지만, 디지털(SW), R&D, 경영·금융·회계 등 지식서비스의 지역 내 성장이 미흡하여 지역 간의 불균형과 이로 인한 지방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화하는 대전환 시대에 맞게, 지방의 경제·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화의 추진이 필수적이다. 양질의 디지털 신산업 일자리 창출과 지방대학 경쟁력 회복이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고, 디지털로 지방 주력산업을 고도화가 필요해졌다.

디지털 지역혁신은 필수

디지털 신기술은 국가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많은 국가들은 국가 패권·생존에 직결되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디지털 신기술은 전통적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확장하고, 플랫폼·메타버스 등 파급력이 큰 신산업을 창출하는 신 생산요소로서 ① 경제활동 공간 확장(메타버스, 디지털 플랫폼 등), ② 노동의 확장(자율로봇, 신체 증강 등), ③ 새로운 경제활동 자본(데이터 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혁신을 통해 제조, 농·축·수산, 관광 등 지방 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원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이 보유한 데이터는 디지털 신산업 창출의 원유로 작용하고, 지방 산업은 디지털 혁신이 앞서 구현되는 테스트 베드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생으로 인해 생산인구가 빠르게 감소 중인 지방 경제에, 디지털 지역혁신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은 청년 인재가 선호2)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원천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역에서 여전히 디지털이 하나의 수단이자 선택사항으로 인식되어, 부문별 관점3)에 따라 디지털 지역혁신이 분절적·소규모로 추진되는 것을 지양하고 디지털을 지방균형발전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그리고 지방 산업 위기뿐 아니라 지방대학 경쟁력 약화, 생활 인프라 격차 등의 문제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지역혁신이 새로운 해법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2) 2022년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기업 순위는 (1위) 카카오, (2위) 네이버, (3위) 삼성전자의 순이다.
3) 제조→ 스마트공장 / 도시→ 스마트시티 / 문화·관광→ 디지털콘텐츠 등이다.

<지역별 디지털 핵심과제 및 조직 신설 현황>

※ 출처 : 관계부처 합동(2023)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하였음

선진국도 선택한 지역발전의 만능키 - 디지털 혁신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발전은 모든 국가들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특히 지역산업의 쇠퇴로 인구 유출과 지역경제 붕괴를 경험한 국가들(스웨덴, 프랑스, 미국 등)의 디지털 혁신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먼저, 스웨덴 말뫼시는 ‘뫼의 눈물(조선업 쇠퇴)에서 웃음(디지털·바이오 등 신산업 성장)’으로 바꾼 대표적인 디지털 지역혁신의 사례이다. 지역 내 핵심 산업이었던 조선업의 상징이었던 대형 크레인이 철거된 자리에 새롭게 세운, 54층 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를 중심으로 디지털·바이오 등 신산업을 집중 육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말뫼대학과 창업 인큐베이터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 출처 : 관계부처 합동(2023).

다음으로,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4)는 농업·관광산업 중심의 전원도시가 디지털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사례이다. 지역사회의 의지와 1980년대 미테랑 정부의 지방분산 정책이 결합하여 포도밭과 올리브나무가 중심이 되었던 농촌 지역이 유럽 최고 디지털 산업도시로 탈바꿈하였다. 유럽 통신표준연구소, 파리공대 분교, IBM, AT&T, ARM, 프랑스 텔레콤 등 산학연이 골고루 입주하여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었고, 지중해 남부 천혜의 기후, 휴양·관광 시설 등 뛰어난 정주 여건은 우수인력 및 기업을 끌어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여 디지털 신기술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4) 소피아(지혜) + 앙티브(지역명) + 폴리스(도시).

※ 출처 : 관계부처 합동(2023).

마지막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창조적 로컬문화와 디지털 산업의 균형잡힌 결합이 만들어낸 디지털 지역혁신의 사례이다. 포틀랜드시는 오리건주의 중심도시로서 기존에는 임업·해운업이 주된 산업이었는데, 지역발전을 위해 새로운 블루칩으로 등장한 디지털 산업을 집중 육성하였다. 지역에 소재한 인텔, 엡손 등을 중심으로 5,000여 개 이상의 디지털, 반도체 기업이 집적된 ‘실리콘 포레스트(Forest)’를 형성하였고, 자유롭고 포용적인 문화(‘힙스터의 성지’, ‘킨포크의 발상지’)에 기반한, 창조·독립적인 골목·문화5)산업은 청년 인재를 끌어들이며, 디지털 산업과 시너지를 만들어 내면서 지역발전을 이루었다. 5) 스페셜티 커피, 독립서점, 수제맥주, 공예, 아웃도어·자전거, 비건 등.

※ 출처 : 관계부처 합동(2023).

이처럼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위의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높은 수도권 집중도를 보이는 우리나라에 이들 사례들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데, 지역에 좋은 일자리와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 콘텐츠, 그리고 살기 좋은 정주여건이 제공되면 자연스럽게 인구(특히 젊은 인구)가 모이고 지역발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지역혁신’이 지방시대를 만든다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5대 전략을 발표했는데, 지방시대 5대 전략에 따라 앞으로 5년간 22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지방시대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혁신성장 부문에서는 기회발전특구 조성과 지방 과학기술 진흥 등으로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중에서 ‘지방 디지털 경쟁력 강화 방안’은 디지털 기업·인재의 성장과 정착, 기술 고도화 등 지방의 경쟁력 있는 ‘디지털 생태계’ 성장지원,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지방에 최적화된 디지털 프로젝트’ 구상, 이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관점의 지방정책 추진체계 확립’ 등에 중점을 두었다.
현재 지방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 과제들(인구와 기업 유출, 저출산 고령화 등)을 극복하는데,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디지털 기업이 1,000개 이상 집적된 ‘국가 디지털 혁신 지구’를 2030년까지 전국에 5개 이상 조성하여, 지방에 디지털 신산업과 디지털 전환(DX)의 전략적 구심점을 만드는 전략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디지털 분야의 지역 간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지방의 디지털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14.3%(수도권 5.3%)에 달하는 만큼 지방의 디지털 기업도 초기 단계지만 높은 잠재력을 가졌다’하였다. 지방정부가 디지털 기업과 인재 수요가 일치하는 지방 내 최적 입지에 중장기적인 국가 디지털 혁신 지구를 조성하는 계획은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는 디지털 인프라, 연구·개발(R&D), 교육시설, 정주 환경 등 고밀도 지원에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확보에도 힘을 쏟을 예정인데, 제조(영남), 농업(호남), 의료·건강(강원), 재난 안전(충청) 등 분야별 강점을 가진 권역을 주축으로 인공지능(AI)·데이터 분야별 융합을 선도하는 ‘권역별 인공지능 융합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초적인 디지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역 산업의 디지털전환(DX) 수준을 AI·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지방의 주력산업과 융합해 한층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트윈 시범 구역,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그리고 메타버스 허브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구축이 되어야 지역의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

<권역별 주요 지역정책과제>

※ 출처 : https://www.etnews.com/20231101000254(전자신문, 2023.11.01. 14:14)

마지막으로, 지역 디지털화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체 디지털 학과 전공자의 50% 이상을 배출하는 지방대학을 ‘디지털 선도 지방대학’으로 육성해서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등 디지털 인재 양성사업과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방정부 주도로 연계·협력해 지방 디지털 기업 창업·성장에 주축 역할을 하는 지방대학 인재의 육성 체계의 구축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학과 설치 없이도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인재 수급이 시급한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 도입해야 하며, ‘스마트빌리지’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으로, 지방 농어촌 등 기초 지방정부까지 AI·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 혜택을 골고루 확산하는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처럼 저출생·고령화와 인구·산업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의 시대라는 위기를 맞이한 우리에게 디지털 전환을 통한 지역의 디지털 혁신은 마지막 기회이다. 윤석열 정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내세운 계획의 충실한 이행과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방정부의 혁신 의지가 선순환되어야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지역 혁신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최우선의 국정과제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이다. 디지털 지역혁신을 위한 거창한 계획이나 정책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회를 제대로 살려서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우선 시 될 때 ‘지방시대’는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국회입법조사처. 2024. ‘30-50클럽(선진국) 국가 간 차이 비교’ 자료.
•‌박성문. 2023. ‘지방시대 종합계획의 실효성 제고 방향’.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정부 정책&이슈.
•‌지방시대위원회. 2023.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
•‌관계부처합동. 2023. ‘디지털로 재탄생하는 지방시대를 위한 지방 디지털 경쟁력 강화 방안- 디지털 중심의 지방발전체계(DREAM) 구축’.
•‌한국토지주택공사(LH). 2024. ‘수도권·지방권 주요 신도시 조성 사업 관련 현황 자료’.
•https://news.einfomax.co.kr(연합인포맥스 2024.10.07. 10:26)
•https://www.etnews.com/20231101000254(전자신문, 2023.11.01.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