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 오픈AI의 챗GPT 등장부터 GPT-4와 GPT-4o까지. 현재 우리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은 ‘AI 쇼크’라고 할 만큼 폭발적이다. 인간처럼, 아니 인간보다 더 글을 잘 써대는 이 생성형 AI를 두고 충격과 놀라움이 2023년 초부터 쏟아졌으며, 서점가는 온통 GPT 관련 책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챗GPT의 정체를 설명한 책부터 심지어 챗GPT와 공저한 책까지 등장한 것이다.
<박태웅의 AI 강의 2025>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AI 도서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이 책은 딥러닝, 매개변수, 토큰, 트랜스포머, 강화학습 등등 인공지능을 알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수준이라 2023년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24년에는 독자들이 뽑은 인공지능 분야 최고의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박태웅의 AI 강의 2025>는 ‘AI 리터러시’를 길러주는 종합 안내서와 같다. AI의 탄생과 발전 과정, 그 영향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 AI가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이야기한다. 또한 AI 기술의 이면에 존재하는 윤리적 문제와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톺아보고, 인공지능과 더욱 밀접해질 미래에 현명하게 준비하게끔 돕는다. 특히 이 책은 거대 AI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정책과 안전성 문제, AI 개발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지적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며 윤리적 숙고를 유도한다.
AI가 불러올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침해,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문제들을 되짚으며, AI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저자의 말을 읽노라면 진정한 ‘AI 리터러시’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되지 않기 위해 한국이 AI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제언하는 6강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전통적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가격’이었다. 시장 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매개로 상호작용을 하며 균형점을 찾아 나간다. 가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한동안 온라인 쇼핑몰들은 저마다 ‘최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정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장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면 화면에 먼저 뜨는 것은 가격 정보가 아니라 ‘오늘의 쇼핑 제안’, ‘최근 구매 상품’, ‘좋아할 만한 상품’ 등 사용자의 검색 및 쇼핑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들이다. 구체적인 상품을 입력해도 소비자들의 평가 데이터에 근거해 랭킹을 매긴 상품이 순위대로 화면에 나타난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지금은 가격보다 리뷰, 별점 등의 ‘데이터’가 구매 의사 결정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대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이터는 경영학의 주요 관심 대상인 ‘브랜드’도 밀어내고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을 되살리기도 한다.
<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경제적 변화 못지않게 데이터가 가져오는 개인과 사회의 변화상을 폭넓게 포착한다. 앞으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가 개인의 경력과 성취, 사회적 평가와 인간관계를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재산이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기준이었다면,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데이터 리치(Data rich)와 데이터 푸어(Data poor) 간 격차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데이터의 폭발, 그 너머에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책 <데이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와 함께 그 풍경을 따라가 보자.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 많은 사람이 크게 충격을 받았다. 바둑은 같은 두뇌 스포츠인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많아,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 같은 수를 두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상식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은 게임에서 인간을 이겼을 뿐 사회 전체를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6년 뒤 오픈AI가 공개한 GPT-3가 또 한 번 흐름을 바꿨다.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GPT-3는 이전까지 출시되었던 대화형 인공지능보다 월등한 언어 구사 능력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훨씬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대화가 가능해지자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급격하게 커졌다. 이에 저자는 챗GPT가 상징하는 기술진보를 구텐베르크 혁명에 못지않은 지성 혁명으로 파악하고, 인공지능 혁명이 불러일으킨 철학적 전환에 주목한다.
인간과 수월하게 대화하는 인공지능은 본격적으로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을 열었다. 미래의 인기 직업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꼽힐 만큼 대화형 인공지능에 적절한 질문을 넣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엇이든 답해주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돈도 잘 벌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
이진우 교수는 여기서 “현대의 인공지능이 고대 아테네에서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지식과 기술을 전수했던 소피스트와 같다”고 본다. 실제로 고대의 소피스트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했지만 정작 지혜는 전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챗GPT를 통해 아무리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해도 어떻게 해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대의 소피스트를 비판하고 무지를 고백함으로써 진정한 지혜를 추구한 소크라테스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