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6월 25일, 여덟 번째 맞이하는 전자정부의 날 행사가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2025년 제1회 지능정보화책임관(CIO) 협의회'를 겸한 이번 행사에는 공공부문 인공지능 대전환(AX)의 방향을 모색했다. 기념식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과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덕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및 공무원, AI 거브테크 기업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1부에서 AI시대 정부 혁신 관련 발제와 한국디지털정부협회 기업 전시 부스 관람 후, 2부에서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후원한 ‘CIO와 함께하는 공공 AX 방향’ 토론회가 이어졌다.
매년 6월 24일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디지털 행정서비스를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전자정부의 날’이다. 이는 국민이 민원 처리를 위해
서류를 출력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든 전자정부의 성취를 기리기 위해 2017년부터 공식 기념일로 제정됐다.
6월 24일이 기념일로 정해진 이유는 1967년 6월 24일, 경제기획원에서 디지털 행정을 시작하기 위해 IBM 전자계산기를 도입한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행정
자동화 수준이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민원 서비스의 범위가 점차 넓어졌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전자정부가 더 탄탄히 자리를 잡아,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세계 1위를 여러 차례나 기록할 만큼 세계적인 위상도 높아졌다. 이러한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는 2025년을 공공 AI 전면 도입 원년으로 선언하고 공공부문에서의
AI 대전환인 AX에 힘쓰고 있다.
제8회 전자정부의 날 행사에서도 범국가적인 AI 대전환 시대에 대응해 새 정부의 AI 분야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정부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관심도가 높은
공공 AX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이니만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AI 거브테크 기업 및 2030자문단 등 많은 이들이 자리를 꽉 메웠다. 이날 기념사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AI 기술을 도입한다고 저절로 AI 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서비스 제공 방식을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의 정책 과정 참여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때 세계 최고 AI 혁신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축사를 통해 공공부문 AX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미국, 영국, 중국 등 AI 선도국은 공공 AX를 통해 AI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면서 “공공 AX는 국가 AX의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이 정책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국민 주권을 실현하려면 공공 AX를 확산하는 강력한
추진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시 한번 공공 AX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날 AI 시대 정부 혁신에 대한 발제는 문명재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이 맡았다. 문 위원장은 ‘AI 시대의 공공 AX 방향’이라는 주제로 먼저 지난 200년 동안 세 차례 있었던 정부 혁신과 공공부문 혁신에 이어 이제 AI를 기반으로 하는 대전환 시대에 도래했다며,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왜 필요한가를 짚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공무원과 기업들에게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기업과 공무원 모두 ‘혁신을 빨리 하기 위해서’와 ‘시대 흐름을 발맞추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입장과 비슷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공공 AX를 도입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 위원장은 고민을 푸는 데 있어 덴마크 사례를 좋은 예시로 내놓았다. 덴마크는 지난해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연속 4회 1위를 차지할 만큼 우수한 전자정부 국가이다. 덴마크가 공공 AX 부문에서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기초 설계 단계에서부터 디지털을 기반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우리나라 역시 AI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 AI 기반 공공서비스, 데이터 연계와 정책지식시스템 구축, 공직문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공공 AX 시대는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시대이다. 이와 관련, 문 위원장은 “AI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AI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을 대체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는 AI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설계자의 역할을 해야 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 부처의 공무원들이 AI와 데이터, 책임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숙제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발제를 마쳤다.
1부 행사의 마무리로는 행사장 앞 부스에 마련된 AI 거브테크 기업의 소개와 기술 시연 등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민재 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블록체인 기반 DID 플랫폼, AI 탑재 공공기관 ERP, AI 과부하 방지 시스템, 교육용 생성형 AI 플랫폼 등 다양한 AI 관련 기술을 소개받으며 설명을 듣기도 했다.
행사 2부에서는 공공 AX 방향을 이야기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디지털정부와 공공 AX 혁신을 선도할 융합 연구 플랫폼으로서 지난 4월 11일에 공식 출범한 한국디지털정부학회의 송석현 회장이 사회를 맡았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의 공공 AX의 사례 및 방향성을 공유했다.
‘공공부문 인공지능 서비스 미래 방향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한국 학계의 발표를 맡은 황성수 영남대학교 교수는 공공 분야에서 갈등이 적고 데이터가 잘 갖춰진 분야부터 먼저 AI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정부 부처 간 데이터 공유가 잘 되려면 먼저 데이터가 자유롭게 연계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황 교수는 공공 AI를 적용할 경우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건이나 안전 등 민감한 분야의 AI 도입은 신중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할 사회적 영향이 적은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황 교수는 과거 IT 붐처럼 현재 AI 역시 기술적 과장이 많을 수 있으며, 민간 기업의 AI 기술을 공공에 적용할 때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 AX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기술의 실효성과 리스크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
많은 학자들이 공공 AI가 의사결정 지원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데 대해 황 교수는 “그게 현실이다”면서 “그 현실에서 최적의 성공을 내기 위해서는 역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AI 활용은 자동화에 집중되어 있고 일부만 혁신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에 적용되어 있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황 교수는 자동화가 혁신의 기반이라며 덴마크 킴 앤더스 교수의 “이노베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오토메이션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가능하다”는 말을 인용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수는 공공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패할 경우에 문제가 적은 분야에 집중하고, 다양한 전문가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야 하며, 기술 자체보다는 활용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세 가지 전략을 정리하며 발표를 맺었다.
한국의 공공 AX 미래방향 발표에 이어 고선규 일본 후쿠시마학원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AI 정부·DX 행정 현황과 Digital Inclusion 사회 실현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고선규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 중심의 경쟁을 하고 있다면 일본은 AI가 사회 전반에 서비스로 구현되는 데 있어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은 지진 발생 후 여진 시점 예측에 AI를 활용하는 등 사회 안전망 확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AI를 정부·사회 혁신의 핵심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고 교수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AI를 지원하는 나라라고 할 만큼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일본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구직 시장에서도 기업 수가 학생 수보다 많은 상황으로,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 필연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 교수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동경도청과 요코스카시, 고베시, 나가노현 사례를 들며 일본에서는 지방행정의 이노베이션 기회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중국 학회 발표자로는 오봉환 중국 서안교통리버풀대학교 교수가 나와 ‘중국 인공지능 개발정책과 사례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중국은 중앙정부 주도형으로 AI 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AI에 대한 신뢰도 굉장히 높다. 중국의 3단계 로드맵을 보면, 2030년에는 세계 최고의 AI 혁신 국가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만큼 중국은 2025년 4월에 총 600억 위안 규모의 국가 AI 펀드를 출범하고 AI에 대한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AI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공공 AX 발표에 이어 질의 시간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에서는 AI를 주민 소통과 전달 체계로 활용할 수 있는지, 중국의 AI 적용 사례가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할지, AI가 결정하고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될지 하는 실질적인 질문이 나왔고 발표자가 답하며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