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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AI 장편영화가 스크린에 올랐다. 강윤성 감독이 AI 연출자 권한슬 감독과 협업해 완성한 〈중간계〉는 생과 사의 경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CG와 크리처 작업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해 제작 기간을 절반이하로 줄이며, 인간의 감각과 인공지능의 효율이 공존하는 새로운 창작 실험의 무대를 열었다.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AI가 연출에 참여한 첫 장편 상업영화가 스크린에 오른 것이다.
강윤성 감독이 AI 연출자 권한슬 감독과 손잡고 완성한 영화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 즉 ‘중간계’라 불리는 공간에 머무는 영혼들의 사투를 그린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 어디쯤인 ‘미지의 세계’를 다루면서, 기술과 상상력의 한계 모두를 실험대에 올려 놓았다.
〈중간계〉의 가장 큰 특징은 AI가 영화 제작의 실질적 파트너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주로 보조 도구로 AI를 사용한 기존 영화와는 달리, 〈중간계〉는 시각효과(VFX)와 크리처 생성, 일부 시퀀스 연출까지 AI가 직접 개입한다. 강윤성 감독은 이에 대해 “AI를 활용하면 불가능했던 장면을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과 예술의 협업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첫 실험이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창작의 일부로 편입되는 순간, 영화는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강 감독은 여전히 “감정과 서사의 방향은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한다”며, 기술의 중심에 인간이 존재해야 함을 강조했다.
〈중간계〉 제작팀은 촬영 초기부터 AI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철저히 구분했다. 인간 배우의 연기나 감정 표현은 그대로 실사로 촬영하되, 폭발 장면·환경 효과·크리처 생성 등 대규모 시각효과(VFX) 영역은 AI 기술로 처리한 것.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AI의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각 장면의 움직임·조명·배경 데이터를 사전에 입력하고, 촬영 현장에는 ‘AI 슈퍼바이저’와 ‘CG 슈퍼바이저’를 동시 배치했다. 또한 현장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콘티(continuity) 수정과 실시간 렌더링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중간계〉, 이미지 출처 YouTube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제작 패러다임의 전환에 가깝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후반 작업에만 1년 이상이 소요됐던 대규모 공정을 〈중간계〉는 약 한 달 반 만에 완성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AI가 만든 시각적 이미지는 인간 감독의 연출 감각을 만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리듬과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중간계〉는 단순히 ‘AI로 만든 영화’를 넘어,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서사를 창조한 첫 장편 블록버스터라는 데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 변화는 현장의 제작 시스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즉, 이처럼 AI는 단순히 시각효과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닌 ‘협업의 주체’로 진화한 것이다.
촬영과 편집, 색보정, 음향 디자인까지 일부 AI가 담당하면서 제작진은 스토리와 연출, 배우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는 예산과 시간이 부족해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을 현실화됐다. 이로써 중·소규모 제작사에게도 블록버스터급 비주얼을 구현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AI 도입이 영화 스태프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제작진은 오히려 새로운 직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AI의 정확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 관리와 알고리즘 설계가 필수이기 때문에, AI 슈퍼바이저·데이터 큐레이터·알고리즘 컨설턴트 등 새로운 전문 직군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그 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가 영화의 시각효과와 연출 일부를 맡는 시대가 열리면서, 창작의 주체와 저작권의 경계가 새롭게 논의되는 분위기다. 〈중간계〉는 기술이 예술의 한 축으로 들어선 첫 사례이지만, 동시에 “AI가 만든 결과물의 소유는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AI가 대량의 기존 영상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만큼, 그 결과물이 완전히 ‘창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AI 연출을 맡은 권한슬 감독 역시 AI를 ‘창작의 도구’로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1) 즉 AI는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결국 작품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의도’라는 것이다.
권 감독의 입장은 기술 발전이 예술의 자율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일종의 해답이기도 하다. 결국 AI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도구지만, 그 가능성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다.
1) https://www.heraldpop.com/article/10593249?ref=naver
영화 〈중간계〉, 이미지 출처 YouTube
AI 시대의 예술은 ‘창작의 효율성’과 ‘표현의 윤리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 있다. 〈중간계〉야말로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이다. 즉, 기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그 가운데 인간의 감정, 윤리, 세계관이 읽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완성된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따라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진짜 혁신은 기술이 예술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고 ‘협력자’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데 있다.
〈중간계〉는 단순히 AI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AI는 감독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도구로 기능하며, 인간의 서사를 기술적 표현으로 확장시키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일종의 예술적 선언이자 시대의 징후다.
〈중간계〉의 사례는 이제 영화 산업을 넘어 광고, 애니메이션, 게임, 전시 등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확장될 실험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의 계산 능력과 인간의 서사 감각이 융합될 때, 창작은 보다 빠르고, 정교하며, 다양해진다. 다만 그 속도가 인간의 사유를 앞서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문화예술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