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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시티 구현을 위한
지방정부의
대응 방향과 과제

K-AI 시티라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I가 도시의 문제를 진단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시대, 지방정부는 더 이상 정책을 수용하는 주체에 머물 수 없다. 지역의 특성과 현장에 맞는 전략을 바탕으로, 도시 전환을 주도해야 할 시점이다.

  • 글_이세원(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서론

AI는 이제 단일 기술을 넘어 전기와 상수도 같은 국가 핵심 공공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AI 정책은 전 국민이 행정, 복지, 교육 등 일상 속 기본생활 서비스에서 무상으로 AI 혜택을 누리는 ‘AI 기본사회’로의 대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AI 기술의 패러다임이 온라인 가상공간을 넘어 현실의 물리 세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업무를 분할하고 인간의 행동을 보조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물리 세계의 현상을 이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AI의 발전 방향은 언어로 전달되는 세계(LLM)가 아닌, AI가 직접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거대한 물리 공간(World Model)으로서의 도시를 새로운 주무대로 요구한다. 과거 산업 현장에 국한됐던 로봇과 지능형 시설물들이 이제는 지능을 갖추고 시민의 일상생활 공간으로 직접 들어와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토교통부는 기존 스마트도시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K-AI 시티’를 국정과제로 본격 추진하며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청사진을 시민의 삶터에 실제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하고 체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질적인 주체는 결국 ‘지방정부’이다. 이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수용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현장에 맞는 AI 전략을 수립하고, 시민과 AI·로봇이 협업하며 살아갈 수 있는 미래 자율형 도시로의 전환을 주도해야 할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도시에서 AI 시티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늘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2007년 정보통신기술(ICT)에서 ‘U-시티(유비쿼터스도시)’가 물리적 연결성에 집중했다면, 2016년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도시’는 광역 단위의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을 강조했다. 그리고 현재는 AI·로봇이 운영될 수 있는 미래 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3세대 모델인 ‘AI 시티(K-AI 시티)’로의 거대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도시와 AI 시티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도시 운영의 ‘자율성(Autonomy)’에 있다. 기존 스마트도시가 통합플랫폼과 데이터허브를 통해 기능을 연계하는 '자동화(Automation)'를 목표했다면, AI 시티는 ‘도시인공지능(Urban AI)’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도시에 구축된 AI모델과 에이전트가 스스로 도시의 문제를 진단하고 최적의 운영을 위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이다.
이전의 AI가 입력에 반응하는 단순 자동화하는 초보적 단계였다면, 현재의 AI는 자율 학습과 맥락 인식을 통해 인간의 역할을 실제로 대체하고 보조하기 시작하는 ‘자율성’을 갖기 시작했다. 초급(Beginner)에서 중급(Intermediate)으로 한 단계 성장한 것만으로도 사회변화를 초래한 것은 그만큼 AI 기술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 표 1 | 스마트도시 단계별 발전방향

출처: 이세원 외. 2024. Urban AI 기반 도시문제 예측과 대응 방안: 민원데이터를 중심으로. 세종: 국토연구원

이러한 배경에서 K-AI 시티는 “도시인공지능(Urban AI)을 중심으로, 도시가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최적의 도시운영을 위해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도시”로 정의한다. 그리고 AI 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적 구성으로는 ‘두뇌-신경망-신체’로 연결된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도시지능센터를 두뇌(Brain)로, 도시 전역에 설치된 도시신경망(Nerve)에서 실시간 학습과 자율관제가 이루어지고, 로봇과 지능형 시설물(Body)이 시민의 일상을 지원하는 도시를 말한다.
첫째, ‘두뇌’의 역할을 하는 곳은 ‘도시지능센터’다. 도시의 모든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생각하고 판단하는 최상위 의사결정 센터를 말한다. 센터 내 AI 모델은 실시간으로 도시의 문제와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뮬레이션과 각 시스템 간의 조율(Orchestration)을 직접 수행한다. 또한, 도시의 공공공간에서 활동하는 모든 무인이동체와 로봇을 등록하고 통합관제하는 역할을 총괄한다.
둘째, ‘신경망’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이다. 도시 전역에 설치된 CCTV와 각종 센서에서 수집된 방대한 현장 정보를 두뇌인 도시지능센터로 끊임없이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동시에, 센터에서 내려진 판단과 관제 신호를 현장(엣지)에 위치한 지능형 시설물과 로봇에게 지연 없이 전달하는 양방향 핵심 네트워크망을 의미한다.
셋째, ‘신체’는 시민의 일상을 직접 돕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과 자율 장치’이다. 신경망을 통해 전달된 도시지능센터의 관제 신호(도시문제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현장에서 물리적인 작업을 직접 실행하는 주체이다.각종 로봇을 비롯해 무인 관제시설, 자율 구동 장치 등이 포함되며, 주거단지, 상업시설, 공장, 여가 공간 등 시민의 실제 생활공간 전반에 걸쳐 배치되고 실증된다.

| 그림 1 | K-AI 시티 미래상

출처: 국토교통부, AI 특화 시범도시 사업 공고문(https://smartcity.go.kr/2026/03/06/49872/)

AI 시티에서의 공공서비스

기존 스마트도시 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의 단일 목적과 사후 대응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지자체에 확산된 서비스의 약 35%가 단순 교통 분야에 편중되었으며, 복잡한 도시문제 해결보다는 CCTV 모니터링을 통한 상황 전파에 머물렀다. 관제센터가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최종적인 의사결정과 물리적 해결은 결국 인력의 개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이에 반해 K-AI 시티는 도시지능센터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연계해 시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체감형 서비스’로 전면 전환한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단일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개인과 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이자 사전예방적 공공서비스이다. 복합적인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고 시나리오 기반의 협업을 수행하게 된다.

| 표 2 | AI 시티 체감형 서비스 전환

이러한 시민 체감형 서비스는 ‘문제 인식-판단-실행’이라는 3단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구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째, ‘문제인식’은 도시의 신경망(CCTV, 센서, 모빌리티 등)이 복합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여 안전사고 등의 징후를 선제적으로 파악한다. 둘째, ‘판단’은 도시지능센터(두뇌)가 가상도시(디지털트윈)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시뮬레이션하고 관련 에이전트들의 역할을 조율한다. 셋째, ‘실행’은 명령을 받은 물리적 로봇과 드론(신체)이 현장에 투입되어 자율주행으로 안전사고를 해결하거나 취약지구를 순찰하는 등 직접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AI가 재구성하는 도시 운영의 여섯 축

다음으로 전 세계 도시는 AI를 도시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활용 수요는 다음의 6가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첫째, 도시는 AI의 경제적 효용을 인식하고 정부 운영 자동화와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조사 결과 약 44%의 도시가 AI를 행정절차 간소화, 의사결정 지원, 업무 최적화 등 정부 운영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경제적 이점을 확보하는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둘째, 도시 안전과 회복탄력성 제고를 위해 AI의 활용이 활발하다. 전체 도시의 42%가 안전·보안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재해 예측, 자원 최적화, 비상대응 등 공공안전을 강화하는 역할이다. 특히 위험 대응 알고리즘과 CCTV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예측은 도시의 위기관리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도시 인프라 운영에서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지보수, 인프라 설계, 보안 등에서 AI는 시설물의 이상 징후를 조기 탐지하고, 유지보수 시기를 예측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안전 확보에 기여한다. 또한 도시기반시설의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AI 기반 위험예측 기술이 확산되면서, 도시 인프라 관리가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넷째, 도시 생활과 건강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공공서비스 이용의 편의성 향상과 시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생성 AI 기반 대화형 채널이 도입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민들은 생활, 건강,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행정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다섯째, 교통과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AI에 대한 수요가 높다. 교통은 도시문제 중 가장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영역으로, AI는 교통흐름 예측, 신호제어, 교통사고 예방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검증된 기술이 충분히 도입되지 못하고, 자율주행과 교통관제 간의 데이터 연계성 확보가 어려워 향후 핵심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여섯째, 환경과 기후 분야에서 AI는 폐기물, 수자원, 에너지 효율화, 탄소 모니터링 및 예측, 생물 다양성 등 폭넓은 영역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AI는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제공하고, 에너지 수급과 자원 사용의 효율화를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이 도시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활용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도시 운영 방식에서도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AI는 경제적 효율성, 안전성, 회복탄력성, 시민 편의, 지속성이라는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도시정책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도시를 하나의 지능형 생태계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 품질관리, 윤리적 기준 정립,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각 도시가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책임과 투명성을 확보할 때, AI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 기여가 가능하다.

| 그림 2 | 주요 영역별 AI 활용 비중 및 사례

출처: Deloitte, 2025 AI 기반 스마트도시의 현황과 미래

결론: 지방정부의 대응 방향과 과제

과거 스마트도시가 개별 지자체 중심으로 단편적인 실증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K-AI 시티는 국정과제로 설정되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K-AI 시티의 실질적인 구현은 중앙정부의 기본 계획을 넘어, 이를 실제 생활 공간에 적용하고 운영하는 지방정부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지방정부는 기존의 단순 관제 및 사후 대응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AI 기반의 ‘자율적 도시 운영 체계’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AI 시티 공모사업과 연계하여 지역의 혁신 거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Action Plan) 관점의 대비가 필요하다.
첫째, ‘5극 3특(5極 3特)’ 균형발전 관점에서 권역별 AI 거점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 특화 산업 및 수요를 고려한 전략 마련이다. 획일적인 기술 도입을 지양하고, 각 권역의 산업적 특성과 시민의 실제 수요에 맞춰 도시지능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AI·로봇 서비스 모델을 기획하여, 향후 추진될 공모사업에서 핵심 지역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 토대를 다져야 한다.
둘째, 지역협의체 중심의 지식 생태계 구축 및 확산이다. AI 시티의 성공적인 구현과 운영은 지자체의 행정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지역 내 산업단지, 테크노파크(TP), 대학, 공공기관 및 앵커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관·산·학 협의체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구심점으로 삼아 지역 특화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연계, 스타트업 기술 지원 등 AI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생적인 지식 생태계를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나가야 한다.
셋째, 양질의 도시데이터 확보와 자유로운 실증환경(테스트베드)의 구성이다. AI 모델이 복잡한 도시문제를 진단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지자체는 파편화된 공공데이터를 AI가 원활히 학습할 수 있는 형태(기계 판독형 데이터, 온톨로지 구조)로 통합·개방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 특례를 적극 활용하여, 민간기업의 로봇과 모빌리티 등이 실제 도시 공간에서 제약 없이 서비스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물리적 실증환경을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K-AI 시티의 성공은 지역 현장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의 주도적인 역량에 달려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지역 특화 거점 전략과 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 과감한 데이터 실증환경 조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AI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철저한 미래 준비를 바탕으로, 시민과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다음 세대 AI 시티로의 전환을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이뤄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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