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D 아카데미
공공과 민간 전반의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29일 공공기관 간 데이터 공유와 공동 활용을 통해 AI 활용 성과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을 밝힘에 따라 이러한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지방정부 AX 역량 강화 특강’을 개설, 그 첫 번째 강의가 지난 3월 25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AI는 더 이상 민간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행정과 민원, 정책 집행, 주민 소통을 맡는 공공 영역 역시 이제는 인공지능을 ‘지원하는 주체’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실제 조직과 업무 안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들어섰다.
이날 ‘AI 특이점 시대, 공공의 필요 역량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제로 특강에 나선 경희대학교 김상윤 교수는 “지금 공공에 필요한 것은 국가 단위의 거창한 담론보다, 조직과 개인이 AI 시대에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AI를 둘러싼 변화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인간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뒤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다. 이는 공공 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AI 산업을 육성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역할이 공공의 주된 과제였다면, 이제부터는 행정 조직 스스로가 AI로 인해 바뀌는 업무 환경을 받아들이고 재구성해야 한다.
김 교수가 제시한 변화의 핵심은 ‘AI 특이점 시대’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이는 단지 기술이 더 똑똑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이 독점해 왔다고 여겼던 창작, 소통, 판단의 영역에 AI가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현재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점을 창작·소통·지능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를 각각의 ‘특이점’으로 정리해 설명했다.
먼저 창작의 영역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글쓰기, 디자인, 광고 제작처럼 한때 인간의 고유 역량으로 여겨졌던 작업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실제로 김 교수는 “과거 5시간 걸려 칼럼을 쓰던 것이 1시간이면 완성된다”면서 “물론 아이디어 구상과 팩트 체크 및 수정, 재검증 작업은 오롯이 사용자 몫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AI가 속도를 높여 주는 것은 맞지만 결과물을 책임 있게 다듬고 검증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업무 효율의 향상을 넘어선다. AI가 사람의 일을 직접 대체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AI를 잘 쓰는 동료가, AI를 잘 쓰는 경쟁자가 내 일을 가져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 간 격차가 앞으로 훨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공공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같은 민원 업무를 하더라도 AI를 활용해 자료를 정리하고, 응답 초안을 만들고, 복잡한 정보를 구조화하는 사람이 훨씬 높은 생산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변화는 소통의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생성형 AI가 보여주는 가장 큰 도약 중 하나로 ‘맥락 이해력’을 꼽았다. 예전의 챗봇이 정해진 질문에 정해진 답만 내놓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거대언어모델 기반 AI는 이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고 인간과 유사한 대화를 이어가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는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AI에게 심리 상담을 요청하거나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현실을 예로 들며, 이는 그만큼 AI의 언어 표현력과 소통 능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은 공공에 특히 중요하다. 공공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주민과의 접점이 많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민원 응대, 행정 안내, 정보 제공, 반복적인 문의 대응은 대표적인 소통 기반 업무다. 김 교수는 유통, 금융, 교육 분야에서 생성형 AI 기반 챗봇으로의 전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하며, 공공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비켜설 수 없다고 봤다. 특히 기존에는 답답하고 제한적이었던 챗봇 경험이 점차 개선되면서, 앞으로는 상당수 응대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 접점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함께 던진다.
세 번째는 지능의 특이점이다. 김 교수는 “현재 AI의 추론 능력이 인간 평균의 60~70%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인문·사회 영역에서는 이미 80%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언어를 다루고 해석하는 분야일수록 거대언어모델의 강점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문서 작성과 검토, 해석과 정리, 요약과 응답과 같은 공공 업무 다수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인공일반지능(AGI) 도달 시점을 대체로 3~4년 이내로 보고 있다”고 전한 뒤 “지금이야말로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 3년’이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소프트웨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피지컬 AI’를 언급, “이는 AI가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론 산업 설비와 각종 디바이스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강연에서는 물류 현장에서 사람의 작업을 학습해 택배 분류를 수행하는 로봇 사례와 중국의 다크팩토리, 국내 제조 현장에서의 로봇 도입 계획 등이 소개됐다. 이는 AI의 확산이 단지 문서와 화면 속 생산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과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강연의 핵심은 기술 소개 그 자체보다, 그 변화 앞에서 공공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느냐에 있었다. 김 교수는 “어떤 업무가 AI로 대체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사실상 예외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특히 창작과 소통 기반의 업무, 고차원 의사결정과 분석 업무, 양질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업무일수록 더 빠르게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공공 조직에도 익숙한 풍경이다. 보고서 초안 작성, 사례 비교, 민원 분류, 법령과 지침 검색, 통계 분석, 반복적 검토 업무는 이미 AI 도입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AI 에이전트’다. 지금까지의 AI가 인간이 주도하는 업무 일부를 보조하는 도구였다면, AI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를 기반으로 업무의 전체 흐름을 스스로 수행하는 형태에 가깝다. 자료 탐색부터 계획 수립, 데이터 수집과 분석, 보고서 작성, 결과 제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업무 대리인’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금융권이 특히 AI 에이전트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업무 단위가 비교적 분절돼 있고 데이터가 풍부해 AI 적용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공 역시 부서별로 정형화된 행정 프로세스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유사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성격이 달라진다. 김 교수는 앞으로의 조직에서 “수행자는 감독자가 된다”고 말했다. AI가 실제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은 이를 설계하고 관리하며 검토하고 책임지는 역할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오래 일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적절한 AI를 연결하고 운영하며,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는 공공 조직의 업무 방식과 인사·평가 체계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시간과 노력 중심의 평가를 넘어, AI와 협업해 더 정확하고 신속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가 강연 말미에 가장 힘주어 강조한 것은 AI 리터러시였다. 그는 단순히 챗GPT를 써 본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그 차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AI 리터러시는 단순한 사용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AI의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상황에 맞게 활용 방식을 판단하는 종합적 문해력에 가깝다. 특히 환각 가능성, 프라이버시 문제, 맥락 오염과 같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AI를 활용하는 것은 공공 업무에서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이 맞이한 AI 시대의 과제는 분명하다. AI를 막을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의 이분법을 넘어, 이미 시작된 변화를 어떤 질서와 역량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강연은 공공이 더 이상 기술 변화의 관찰자에 머물 수 없으며,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 개인 역량을 함께 전환해야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보여줬다. 지원과 규율을 넘어, 이제는 실제로 AI와 함께 일하는 공공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상윤 교수의 강연은 그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