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역혁신 플랫폼 동향

글_권헌영(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지역 디지털플랫폼의 개념과 역할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통해 ‘국민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 집단 지성을 도출하고, 참여하는 국민의 수많은 문제를 알아내 국민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 이는 당내 경선에서 선발된 직후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공약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이어받아 디지털플랫폼 정부 TF를 구성하여 ① 민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② AI · 데이터 기반으로 정부의 일하는 방식 대전환 ③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혁신 생태계 조성에 대한 기본방향을 도출하였고, 2022년 5월 3일에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부출범 3년 이내에 범정부적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틀을 구현할 것을 약속하였다1.
이러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비단 중앙정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지역혁신전략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 디지털 혁신은 인구감소, 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등 해당 지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역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가치를 구현하고 지역 밀착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지역혁신 플랫폼의 구축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본디 플랫폼(Platform)이란 공급자와 수요자 등 복수의 그룹이 참여하여 각자가 원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을 의미한다. 즉, 플랫폼 참여자들 간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행위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줄 수 있는 상생의 Eco-System인 것이다. 따라서 지역 디지털플랫폼 역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지역주민, 지자체, 민간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지역사회가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혁신의 장이 되어야 한다.

1.고진, “새시대 · 새정부 · 새로운 혁신 :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방향”, 한국IT서 비스학회 2022 춘계학술대회 「전환기, 한국 디지털서비스의 새로운 도전과 제」 발제집, 한국IT서비스학회, 2022, 19면.
국내 지역 디지털플랫폼 사례

행정안전부는 디지털·과학 기술을 활용해 주민, 전문가, 지자 체가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디지털 지역혁신 사업을 2018년부터 진행 중에 있으며 기술기반의 디지털 지역혁신과 주민 참여 등 민관협업을 통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지털 지역혁신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지역혁신 플랫폼의 대표적인 예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가치더함’ 플랫폼이 있다. 지역주민, ICT 활동가, 지자체 등이 참여하여 협업을 통해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선ㆍ해결해 나가는 실행조직으로서 ‘스스로해결단’을 구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여 지역주민이 디지털 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보건ㆍ복지, 산업ㆍ경제, 도시ㆍ교통, 문화ㆍ교육, 관광, 환경, 농·축·수산 등의 분야에 대하여 현재까지 총 83건의 제안이 이루어졌으며, 14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 2019년부터 도지사 직속 혁신 부서인 사회혁신추진단이 혁신 정책, 민관협력, 주민주도혁신사업, 도민참여 센터로 구분하여 리빙랩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시민참여형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디지털 리빙랩 프론티어’는 울산, 경남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에 해당하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본사 이전 지역인 경남 소재의 대학, 사회적기업 등과 함께 사회 경제적 약자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시민참여형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또한, 도민참여 온라인 플랫폼인 ‘경남1번가’를 통해 도민 누구나 정책에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다. 도민 스스로가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된 안건을 위원회 심의를 거쳐 행정기관이 추진하도록 한 것이다.

해외 지역 디지털플랫폼 사례

지역의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플랫폼 구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의 지자체에서도 오래전부터 추진되어 왔다.

  1) 유럽

EU는 2013년부터 D-CENT(Decentralised Citi- zens ENgagement Technologies)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플랫폼을 구현하여 시민들이 직접 지역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차세대 오픈 소스, 분산 및 프라이버시 인식 툴 개발을 지원한 바 있다. D-CENT 툴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협력적인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Decidim Barcelona’라는 디지털 시민참여 플랫폼을 운영 중에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86개의 사인에 대한 프로세스가 진행되었으며, 바르셀로나 각 지역에 예산 투자 프로젝트 선정부터 조례개정, 재개발 계획, 공공 공간에 대한 사용 계획 등 시의 각종 정책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마드리드 시의회 역시 2015년부터 ‘Decide Madrid’라는 시민참여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시민들이 마드리드와 관련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토론’, 시민들이 마드리드 시의회가 수행할 정책에 대해 제안하는 ‘시민 제안’, 시민들이 시 예산 일부의 사 용처를 결정할 수 있는 ‘참여예산’, 제안받은 정책에 대하여 수행여부를 결정할 ‘투표’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여 디지털 기술을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 구현과 지역혁신을 가능케 했다.

  2) 미국

COVID-19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은 지역정부 차원의 디지털플랫폼 혁신을 꾀하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CARES법과 2021년 3월 백악관에서 발표한 American Rescue Plan을 근거로 하여 지역정부의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플랫폼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디지털플랫폼 관련 민간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지자체가 직접 디지털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 민간의 우수한 플랫폼을 적극 도입하여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보인다. 각 지자체에서 활용하는 디지털플랫폼은 다양하나, PublicStuff가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올해 Government Technology에서 선정한 GovTech100에서 3위로 이름을 올렸는데, 1위는 규정 준수 관리 솔루션, 2위는 IPS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는 1위라 평가될 수 있다. 해당 플랫폼의 특징으로는 지역 주민이 지역 문제해결을 위해 해당 지역정부에 실시간으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정책 요청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2010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어 현재는 약 250여 개의 도시에서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3) 호주

호주의 경우 디지털 지역혁신과 관련하여 지자체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스마트시티 협업 플랫폼(Smart Cities Collaboration Platform)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도시 및 마을의 정보를 공유하는 협업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 관련 다양한 실천 공동체의 협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지자체 간 활발한 정보 교류를 통해 각 지역의 성공적인 지역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4) 일본

일본의 치바시는 시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공공 인프라의 파손과 같은 지역사회의 문제 를 시민들로부터 접수받아 해당 현안을 가시화하고 시민 스스로 해결 가능한 과제, 지자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 시민과 지자체의 협업이 필요한 과제를 구분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시민 협동 플랫폼(Chiba Repo)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2014년 일본 ICT지역활성화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부터는 해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도쿄대학이 주도하여 후지 시, 타카마츠시 등 29개의 지자체 참여하는 ‘My City Report’라는 시민협동 플랫폼을 개발하여 현재 다양한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5) 중국

중국의 경우에도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ICT기술을 도입하여 디지털 혁신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주민들이 실질적인 지역정책에 참여하는 형태의 시민참여형 디지털플랫폼보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들의 행정서비스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하여 상하이시는 출생 및 결혼, 문화, 교육, 관광, 사회 보장, 교통, 의료 및 건강, 법률 등 1,274개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디지털 플랫폼인 ‘Suishenban Citizen Cloud’를 운영중이다. 해당 플랫폼은 매일 총 75,000건의 공공서비스를 처리하고 있으며, 주민정보가 해당 플랫폼과 연결된 39개의 정부 기관과도 공유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맺으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역의 디지털플랫폼은 기존의 지자체 중심의 지역정보화를 넘어선 민관이 협력하여 지역사회의 혁신을 구현해낼 수 있는 상생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역 디지털플랫폼은 지역 중심의 혁신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민관이 협력하여 개별 지역이 가지는 특색을 살리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예컨대 지형적 특성은 물론 인구통계학적 특성, 산업구조별 특성, 문화와 전통별 특성 등 다양한 특성에 맞는 디지털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나아가 지역 중심의 혁신공동체는 지역 내부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지역 내외부에서 폭넓게 잠재력을 찾고, 지역 관계나 정계를 넘어, 민간 산업계, 문화 및 종교계, 학부모 등 자생단체, 시민단체 등 지역 현안에 밝은 모든 이들이 해당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지역의 디지털플랫폼이 우리 사회에 확대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노력과 더불어 지역과 중앙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역의 디지털플랫폼 전략은 원칙적으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것이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플랫폼에 관한 표준화와 상호운영성을 확보하는 등 각 지방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