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가 키운 쌀과 자연학교가 있는
화천 토고미 정보화 마을

비로소 통제받지 않는 자유로운 일상으로 회귀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면 어디든 오갈수 있다. 오매불망 기다린 날들이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어디나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 19로 이동이 제한되며 닫혔던 세상이 다시 열렸다. ‘잃어야 얻는다.’고 했던가. 2년간 잃었다가 찾은 일상에 몸을 싣고 화천으로 떠났다.

글_박소현 / 사진_화천군청, 토고미 정보화 마을

얼음낚시로 유명한 고장, 화천
화천은 얼음낚시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고장이다. 얼음을 깨고 낚싯대를 드리우는 겨울 낚시의 손맛을 본 사람들이 해마다 동장군이 기세를 떨칠 무렵에 화천을 찾는다. 서울시청에서 서북쪽으로 130킬로미터 달려가면 닿는 강원도다. 그럼에도 ‘모름지기 강원도는 푸른 바다’라는 인식에 다소 소외된 느낌이지만 그만큼 청정한 곳이기도 하다. 명소도 좋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은 곳에서는 자연과 더 가깝게 교류할 수 있겠지 싶은 기대도 묘미가 된다. 내친김에 화천의 내노라하는 자연경관 한곳을 소개하면, 화천으로서 북한강을 따라 화천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숲으로 다리’가 보인다. ‘숲으로 다리’는 폰툰다리로 폰툰은 물 위에 뜨는 구조물을 뜻하고, 폭신한 튜브형의 폰툰보트를 띄워서 그 위에 나무 바닥을 촘촘히 얽어 만든 다리를 폰툰다리라고 한다. 강과 산의 경계선을 이루는 ‘숲으로 다리’는 미륵바위에서부터 화천읍 원시림 숲길까지 1.5km 제법 길게 이어져 화천 산소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구간으로 꼽힌다. 그 정취가 아름답고 고즈넉하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구조의 숲으로 다리를 걷다 보면 다리가 들려주는 꿈같은 숲 속 이야기에 빠져들며 동화를 맛보게 된다. ‘숲으로 다리’라는 이름은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작가가 이 다리를 보고 숲속 길로 들어가는 다리하고 하여 ‘숲으로 다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특히 물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절망의 길이 보이지 않아 신비로움을 더해 화천의 대표적인 감성 비경으로 꼽힌다. 화천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서 화천군청에 접속해보니 문화재와 유적지, 관광지, 전적기념물, 휴양지, 명산, 계곡문화관광부 크게 6개로 분류해 놓았다. 관광지의 전경들이 한폭의 근사한 작품이 되어 포토갤러리에 전시돼 있어 여행 목적지를 선택하기에 앞서 갤러리를 먼저 이용하면 좋겠다.
화천의 비경으로 꼽히는 '숲으로 다리'
부자들이 살던, 기름진 땅
토고미 마을은 화천군 상서면에 위치한다. 임야가 많은 화천에서 너른 평야가 펼쳐진 중북부에 있다. 동쪽으로는 화천읍, 남쪽으로는 하나면, 남서쪽은 사내면, 서북쪽은 철원군과 접해 있다. 상서면 총면적은 219.26 제곱킬로미터로 화천군 전체면적의 24%에 해당된다. 토고미마을은 4개의 리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하나인 신대리에서 유래되었다. 신대리는 옛 신풍리에 속한 마을로 어귓마을로 불렸다가 동리가 커지면서 토고미, 느릅제기, 작은 토고미를 합쳐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왜 마을 이름은 신대리가 아니고 토고미일까 언뜻 일본어 같기도 하고 호미가 연상되는 농기구 같기도 한, ‘토고미’ 뜻은 ‘쌀’에 있다. 예로부터 기름진 옥토가 가 많았던 이곳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는데, 농사일에 품을 팔면 꼭 쌀로 품삯을 받았다고해서 토고미라 부르게 됐다. 지금도 옥토를 잘 관리 보전한 덕분에 쌀 뿐 아니라 옥수수, 감자 등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유기농산물은 값을 더 내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수확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토고미 마을친환경작목반이 한여름 뙤약볕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것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논밭의 작물들이 자식같이 때문이다. 힘은 들지만 잘 키워 놓으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농사’의 그것과 흡사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토고미마을은 2003년 비영리법인 영농조합으로 설립되었다. 61가구 178명이 모여 살며 해마다 105t의 쌀을 생산한다. 토고미 쌀은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되는데, 우렁이 농법으로 기른 쌀이 맛있는 이유는우렁이는 잡초를 먹이로 삼기 때문에 제초제와 비료 사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고미 마을 자연학교 풍경
아이들의 모내기 체험 현장
토고미 자연학교로 놀러 오세요
토고미 마을의 자랑은 또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다.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자연학교’는 옛 신풍초교를 리모델링 해 만들었는데, 자연학교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고 한쪽 옆으로는 토끼와 당나귀가 살고 있는 동물 농장이 있다.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토고미 마을 자연학교에 다녀가도 좋겠다. 다양한 자연체험들로 핸드폰에서, 게임에서 빠져 나오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슬기 잡기, 농사 체험, 토끼와 당나귀에게 먹이주기 등...! 또 귀 기울이면 들리는 계곡의 힘찬 물소리, 논과 밭, 높고 낮은 산들의 풍경 등 오감 체험의 현장이다.계절별로는 봄에 고구마 심기와 모내기를 한다.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잡아보기도 하고 마을 앞 냇가에서 물놀이를 응용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가을에는 봄에 심은 고구마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겨울에는 김장체험, 트랙터 열차 타기, 소여물 주기, 떡메 쳐서 인절미 만들기가 진행된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타지역 체험행사와 수학여행이 곧 재개될 예정이다.
트랙터 열차에 탑승해 마을 설명을 듣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