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정보개발원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 KLID-FNF DT 온라인 정기세미나’가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지난 9월 16일 개최된 제주특별자치도의 디지털 전환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발행한 디지털전환보고서 에서 ‘세계는 코로나19를 거쳐 디지털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힘이 가시 화됨에 따라 비즈니스 및 사회 전반에 디지털 기술이 이용될 것이며,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이다.
‘2022 KLID-FNF DT 온라인 정기세미나’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디지털 혁신 사례와 방법론을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들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지자체의 정보화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적 과제인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자 마련되었다.
지난 1~3회 세미나를 통해 ‘서울시의 시민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디지털 정책’, ‘산업계의 메타버스 플랫폼 동향’,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의미와 구현 방법’,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 ‘지자체의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운영 방안과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공공 서비스 사례’를 소개했고, 네 번째 순서로 제주특별 자치도(이하 ‘제주도’)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공유했 다. 발표는 제주도 빅데이터팀 박기범 팀장과 미래전략국 디지털융합과 홍성권 주무관이 맡았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실험이나 조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새로운 정보로 가공하여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데이터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정부와 기업, 공공기관 등이 ‘빅데이터 센터’에 투자를 늘리고 데이터 분석에 의한 행정을 펼쳐나가는 이유이다.
제주도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인 행정서비스의 토대를 조성해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도내 모든 버스와 유동 인구가 많은 정류장에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고, 모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노력이 있었다. 박기범 팀장의 설명이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매칭한 데이터 수집,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고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국가 지정번호를 대상으로 하여 표준 격자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는 제주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와 중앙 단위의 연구기관의 분석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폭넓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합니다.”
제주도는 지역 거점형 민·관 융합데이터 서비스 표준모델(이하 민관데이터 융합서비스)을 구축했다.
민관데이터 융합서비스는 그동안 공공데이터포털 등에서 분산돼 제공되던 제주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한 것으로 ‘제주데이터허브’ 포털을 통해 한눈에 볼수 있도록 했다. 제주데이터허브는 사용자 중심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시기, 장소, 목적에 맞는 최적화된 정보를 각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아울러 제공된 민· 관 융합 빅데이터는 도·내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빅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데이터를 자유롭게 분석하고 분석 결과는 심사를 통해 활용될 수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제조 데이터 허브에서 개방하고 있는데,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화 자료를 함께 공개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인 리포트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대응 우수 사례로도 선정된 바 있다. 방역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통신사를 통해 유동 인구의 이동 루트를 분석했고, 버스카드와 렌터카, 신용카드와 공공 와이파이를 통해 실내외 군집 패턴을 도출해 방역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활용했던 것이 주효했다.
슬로우로드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빠른 길 안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제주도 내 다양한 여행지를 경유하면서 느린 길로 안내하는 역발상의 내비게이션이다. 박기범 팀장이 슬로우로드 내비게이션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도는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여행을 다닌다는 것입니다. ‘관광객들의 몰림 현상을 어떻게 하면 분산시킬 수 있을까’가 슬로우로드 내비게이션 탄생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주 가는 곳은 그곳대로 살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경유지로 다닐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모든 내비게이션의 목적은 빠른 길의 안내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대부분 여행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여행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마침내 ‘느리지만 아름다운 여행자의 내비게이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슬로우로드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슬로우로드 서비스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어디로 가장 많이 가는지’, ‘어느 길로 자주 다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이터 분석이었다.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진 섬으로, 관광객의 대부분이 비행기로 입도하고, 입도 후에는 렌터카를 이용한다. 그래서 제주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에서 수집하고 있는 렌터카 이용 데이터를 활용했고, 데이터의 검증을 위해 일일 입도객 통계, 체류 일수를 반영한 체류 지표와의 상관 분석을 통해 상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준격자체계를 활용해 이동 빈도와 체류 빈도를 도출했다. 또 체류 거점과 동일한 지역의 유동인구 이동통신 데이터를 통해 연령대의 선호도를 파악하여 총 31개의 노선을 도출했고, 여기에 경유지를 묶어서 제주 전역을 7개의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을 연결하는 총 50개의 슬로우로드를 만들었다. 또한 대중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제주관광공사, 제일기획, 티맵모빌리티, 제주특별자치도의 민관협업을 통해 슬로우로드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슬로우로드 내비게이션’의 50여 개 테마 코스는 국내외 포털사이트와 SNS, 커뮤니티 등에서의 검색량과 관심도를 반영해, 목적지까지 5~10개 정도의 경유지를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이후 여행은 ‘소요시 간’이 아닌 ‘여정의 경로’가 중심이 됐다. 기대감에 여행의 즐거움도 커졌다. 이전에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여행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이제는 목적지로 가는 내내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하게 됐다. 무엇보다 소외된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슬로우로드 서비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행객의 분산을 유도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주도의 또 다른 사업은 ‘지능형 민원서식 작성 도우미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무엇이 불편한가’에 대한 고민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지능형 민원서식 작성 도우미 서비스는 주민센터를 방문해 민원을 신청하는 경우 기존처럼 종이로 민원서식을 작성하는 대신 인공지능과 공공 마이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손가락 터치 또는 음성으로 서식을 자동 완성하는 신개념 서비스다.
“불필요한 민원서식을 간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해서 해왔습니다. 하지만 민원서식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보다 적게 작성할 수는 없을까’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 마이데이터 유통센터를 통해 기본정보는 작성이 완료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절차가 간소화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기계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작성을 도와줄 수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말은 AI 인식을 통해 해결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 방언의 특성상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학습용 데이터를 통해 성능이 개선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든 후 총 25개의 서식에 적용했다. 지능형 민원 서식 작성 도우미 서비스는 2021년 제주 연동과 애월읍사무소에 시범적으로 설치해 운용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열린 제38회 지역정보화 연구과제 발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여행 가고 싶어 하는 장애인은 많지만, 현실은 갈 수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행 정보, 숙박시설, 편의시설, 교통수단 등이 미비해 장애인이 관광지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씩 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관광은 물론 화장실, 음식점 등 장애인들의 접근이 여전히 쉽지 않다. 홍성권 주무관이 휠내비길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전국에 약 30%의 교통약자가 존재합니다. 교통약자란 장애인뿐만 아니라 임산부, 고령자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세계인권선언에는 모든 사람은 자국 내에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동권에 대한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약자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이를 위해 최첨단 IT기술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교통약자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사전에 파악 가능한 정보의 부재였습니다. 그래서 스캐닝 라이다(LiDAR)를 활용해 무장애 데이터를 구축했고, 센치(cm)를 식별할 수 있는 초정밀 위치 기반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휠내비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길 안내 서비스’를 말한다.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 노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주를 여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휠체어에 고정밀 위성측위시스템(GNSS) 단말기를 장착하고 ‘휠내비길’ 앱과 연동시켜 길 안내를 받게 된다. 연결된 앱은 1초 단위로 위치를 수신해 목적지까지 경사로, 계단 유무와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앱 단말기는 제주도 내 관광지 30개소에 비치돼 있어 장애인, 노약자 등 누구나 대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위 사례 이외에도 다양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의 빅데이터를 통한 사업은 민간과 공공 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발표를 마친 박기범 팀장은 “세미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행정을 구현 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고 지혜를 모은다면 4차 산업혁명의 가치를 우리의 생활과 행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홍성권 주무관은 “지자체의 협력이 우리의 미래를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주도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도민이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쌓인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시대를 맞아 수혜자 관점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어떤 방법이 가장 편리할 수 있는가’ 를 고민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