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정보개발원 출범 25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5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제1회 디지털 지역혁신 글로벌 포럼이 개최되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과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지난 발자취를 짚어보는 뜻깊은 자리였으며, 향후 급변할 디지털 위한 방향성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지난 25년 동안 전자 정보 구현과 지역정보화 촉진을 통해 균형있는 지역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다. 지난 10월 5일 개최된 제1회 디지털 지역혁신 글로벌 포럼은 개발원의 25년 발자취를 돌아보고, 국내외 디지털 지역 혁신 현황과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포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고진 디지털정부위원회 위원장, 안문석 고려대 교수, 빌프리트 베른하르트 라이프치히대학교 명예교수, 나태준 한국정책학회장,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 차관 등 중앙·지자체·유관기관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포럼 진행에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축사와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이상민 장관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완성하려면 중앙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발원이 지역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지원하기 위한 유능하고 책임성 있는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진 위원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란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기업·정부가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표준이 되고, 디지털경제 패권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포럼 첫 세션은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Europe Network of Living Labs)의 전 회장이자 컴퓨터 비전센터 부소장인 페르난도 빌라리뇨와 이태영 개발원 지역정책지원부장이 ‘지자체를 위한 디지털 혁신의 미래와 비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유럽리빙랩네트워크는 전 세계 400여 개 이상의 기관이 가입된 글로벌 리빙랩의 대명사로,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공공·기업·시민이 협력해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시민 참여형 혁신 플랫폼이다. 즉, 시민·기업·정부의 협력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연구·개발·혁신 과정의 한 부분을 수행할 수 있는 사용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 환경을 의미한다. 페르난도 빌라리뇨 부소장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유럽리빙랩네트워크의 비전은 시민이 주인 또는 행위자로서 참여하는 것이다. 학계·정부·산업·시민의 다중나선 접근법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현실 밀착형’, ‘유저들의 활발한 참여’, ‘다중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 ‘다중적 접근법’, ‘조율’이라는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페르난도 빌라리뇨 부소장은 디지털 정보화를 넘어서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리빙랩을 통한 디지털 지역혁신, 유럽 지역 단위의 여러 리빙랩에 대해 소개하면서 “디지털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의 참여와 정부·산업·전문가·시민의 연계를 통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태영 개발원 지역정책지원부장은 ‘디지털 시대, 개발원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변화와 디지털 행정 분야의 흐름을 짚었다. 아울러 “앞으로 개발원의 목표는 기존의 운영 관리 기관에서 실행 기관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 시스템 구축·운영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신기술 분야에서는 데이터 활성화를 중점으로, 정책적으로는 공유와 협업을 슬로건으로 하여 재난안전 R&D와 디지털 지방자치 정책 지원 및 연구, 디지털 지방의회 정보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며 개발원의 역할에 대해 밝혔다.
두 사람의 발표 후에는 김동욱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혜영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장, 김종업 한국산업지능화협회 전문위원, 조준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장윤옥 디지털데일리 논설위원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혜영 학회장은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양질의 데이터 전면 개방 및 활용 촉진이라는 두 과제가 개발원의 향후 25년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종업 전문위원은 “243개의 지방정부가 디지털 전환 사례의 성공 경험은 물론 실패 사례를 공유고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원이 허브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의견을 전했다. 조준서 원장은 “공공기관은 국민과 시민을 위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 서비스 개발에 있어 시민의 참여도를 높이고 시민에게 피드백을 받는 시스템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참여가 함께한 서비스의 만족도와 충성도는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윤호 논설위원은 “개발원의 진정한 고객은 일반 시민이다. 업무를 할 때 이 점을 항상 상기해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지방정부의 데이터 활용방안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빌프리트 베른하르트(Wilfried Bernhardt) 라이프치히대 교수와 성욱준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빌프리트 베른하르트 교수는 “전자 정보는 시민, 기업, 행정부 간의 디지털 행정 또는 디지털 소통을 의미한다. 전자 정보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도구나 디지털 행정의 효율성과 같은 기술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며, 인간의 존엄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데이터의 주체는 누구인지, 나의 데이터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데이터 사용에 대한 투명성이 담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독일에는 오픈데이터법이 존재하고, 정부 기관이 데이터를 개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자체나 정부가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다수결로 결정하는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욱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의 수집·응용·분석이 우리 사회의 전 분야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데이터 법규 및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데이터 활용은 우리 미래와의 접목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데이터 활용의 선순환, 공공 부문의 정책 변화까지 불러오는 영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디지털 역량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및 협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두 사람의 발표 후에는 권헌영 고려대 교수를 좌장으로 황성수 한국지역정보화학회장, 남태우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이맹주 강남대 행정학과 교수,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황성수 회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유럽의 다양한 디지털 전환 사례에 대해 학습하고 벤치마킹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개발원이 지자체와 시민들의 데이터를 중앙정부와 함께 관리하고 실행하는 데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남태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디지털 기술의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보다 강화한다면 수출을 통한 글로벌화도 가능할 것이다”라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명규 교수는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라는 문제에 있어 비즈니스의 가치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들으면서 데이터 활용에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우리가 앞으로 생각해볼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사무총장은 “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개발원이 지역의 각 연구 조직과 공동체를 연계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개발원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지난 25년 동안 행정안전부자치단체와 함께 지방행정의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는 지역정보화 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51개의 정보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한 행정 내부 업무 처리는 물론 지역 주민에 대한 각종 행정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검색을 통해 정보를 보다 쉽게 찾고 데이터를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따라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역사는 곧 ‘지역정보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재영 원장은 “협력사 회원들 덕분”이라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향후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과제는 디지털 기반 위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정보화를 지원하고, 동시에 정부가 지향하는 지역 디지털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재영 개발원 원장은 “포럼을 통해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전환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새로운 25년은 ‘글로벌 디지털 혁신 선도기관’으로서 도약을 다짐하며 디지털 지역혁신에 개발원이 항상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제1회 디지털 지역혁신 글로벌 포럼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지역정보화를 효과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지혜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아울러 디지털 고도화 사례 공유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지역 디지털 정책 방향에 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