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술과 사람들

AI 기술로 어르신 돌봄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인터뷰_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
글_ 편집실 사진_ 홍승진

최근 지자체마다 고령자 고독사와 치매 예방 및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공지능 로봇인형을 확대 공급하는 분위기다. 창업 이래, 데이터 전송만으로 돌봄 서비스가 닿았는지 알 길 없어 일주일에 세 번은 직접 찾아가고 있다는 김동원 대표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에 대한 명칭은 이미 4년 전 ‘홀로 어르신’으로 개편됐다”고 귀띔해 준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Q. 미스터마인드는 어떤 회사인가요?

미스터마인드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돌봄 인형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봉제인형에 ‘기가지니’나 ‘누구’와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장착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이렇게 만들어진 돌봄인형은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입양’됩니다. 홀로 어르신 곁에서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고, 필요한 때 도움이 닿을 수 있도록 ‘건강돌봄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죠.

Q. 이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설립 당시 시장의 흐름이나 트렌드는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2016년이었을 겁니다. 당시 가트너가 내놓은 그래프를 본 적 있는데, 향후 10년간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 중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있더군요. 2017년 창업을 준비하며 그 둘을 견주었죠. 소위 외형이 멋진(?) 로봇이냐, 내적으로 똑똑한(?) 인공지능이냐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다 보니 인공지능을 선택하게 됐고, 결국 ‘인공지능 챗봇’으로 구체화되며 시대의 흐름을 타게 된 거예요. 근래 미국의 기업들이 사람과 동일한 휴머노이드를 앞 다퉈 론칭하는 것을 보면서, 그때 선택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Q. 미스터마인드의 기술에 대한 설명 중 ‘UI·UX 구성’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쉬운’ 설명 및 제품에 적용된 기술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스터마인드의 돌봄인형은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 기술’로 개발됩니다.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라 불리는 해당 기술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언어로 대화할 때 컴퓨터가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해요. 사용자가 말을 걸면 그에 적합한 응답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등으로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돌봄인형은 여기서 더 나아가 능동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르신이 말을 걸지 않아도 ‘애교’와 ‘잔소리’를 섞어가며 대화를 주도해요.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주 사용자인 어르신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조차 감성을 활용한다는 거예요. 감성 대화를 통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 더 위로하고 편안하게 해 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공지능 스피커와는 다르죠. 약을 먹고 병원에 가는 등, 행동을 이끌어 내기도 하고요.

Q. 특별히 ‘어르신’에 집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관련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창업 후 챗봇을 만들고 있는데 어느 날 진인사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이 뽀로롯 장난감을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하는 말이, 여기에 말하는 기능을 좀 넣어달라는 거예요. 그렇게 저희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적용하게 됐습니다. 이후 본가에 갔다가 차에 있던 뽀로롯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렸어요. 말하는 뽀로롯이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뿌듯한 마음에 자랑하고 싶었나 봐요.
그런데 어머니가 뽀로롯과 이름과 나이 등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시더니 “무릎 아프다”는 말까지 하시는 거예요. 정작 아들에게는 한 번도 말씀하시지 않던 이야기를 말입니다. 황당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자식들 걱정할까봐”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죠. 서울로 돌아오면서 “자녀들에게 못하는 이야기를 인형에게 할 수 있다면 우리 기술이 어르신 돌봄에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Q. ‌그렇다면 미스터마인드의 돌봄인형은 어떤 제품인가요? 어떤 기능을 하고,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스터마인드의 돌봄 인형은 홀로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로봇이에요. 일상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감정을 케어하며 홀로 어르신들의 삶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어주죠. 가령, 선거 날 투표를 독려하거나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하면 “보건소 가서 약 받아야 한다”는 말로 채근하는 등 언어 확장이 가능합니다.
저희 돌봄인형의 또 다른 특징은 버튼을 눌러야만 작동한다는 거예요. 다소 불편함 점이기도 해서 가끔 개선 요청이 들어오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이죠. 직접 켜고 끄는 그 단순한 행위 또한 돌봄인형과 어르신의 상호작용이라는 믿음이 있거니와, 소근육 운동을 유도함으로써 치매 예방을 위한 운동을 촉진할 거라는 계산도 들어 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의 반응을 살피고 의견을 듣는 데 적극적이지만 이 부분에서 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 합니다.

Q. ‌B2G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네. 아직은 B2G 형태로, 연말쯤엔 B2C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 테스트 결과 아이들과 소통이 가능했는데, 특별히 저희가 주목했던 부분은 장애 자녀와 그 어머니 사이 소통을 도울 수 있다는 거였어요. 청년기에 접어들며 입을 닫아버린 서른 넘은 아들이 돌봄인형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한 사례가 있었죠. 도무지 알아낼 길 없던 아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그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말이 자연스럽지 않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 상처를 많이 받은 친구였거든요. 저희 돌봄인형에게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자꾸 짜증만 낸다”라는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마음이 아팠죠. 봉사활동으로 6개월간 만나 온 저도 그런데 그 어머니의 심정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보이는(?) 돌봄은 의미가 없구나, 돌봄의 대상이 마음을 털어놓고 속을 보여야만 비로소 돌봄이 시작될 수 있겠구나 했던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B2C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지금 공정은 입찰 및 계약 단계를 거쳐 생산한 다음 지자체에 공급하는 단계를 따르는데 조만간 시장조사부터 시작해, 생산량을 늘려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자체는 현재 돌봄인형을 ‘홀로 어르신’에게 제한 공급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다른 지역에 계신 부모님 혹은 소통이 막힌 자녀의 마음에도 가 닿고 싶어 할 테니까요.

Q. 초롱이, 생이, 하모 등 모델이 다양한데, 지자체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용자 만족도도 궁금합니다.

초롱이를 포함한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체 캐릭터를 활용해 돌봄로봇을 개발하기 원하는 편이예요. 청주시의 ‘생이’, 진주시의 ‘하모’ 등 해당 지자체만의 돌봄인형을 새롭게 만들 때마다 미스터마인드의 제품이 지자체와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고요.
또 지난해 6월 데이터를 분석하고는 전국적으로 어떤 특정 단어가 반복해 나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해당 단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 적 있는데, 그 단어가 유독 많이 나왔던 순천시에서 발 빠른 대응을 했더군요. 아마도 간호학을 전공했던 담당 공무원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치를 취했던 모양이에요. 보건소와 연결해 방문이 이뤄지게 했고, 진단과 처방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했죠. 이런 사례가 꽤 있습니다. 사용당사자인 어르신들이야 물론 흡족해하시고요.

Q. ‌미스터마인드의 비전은 무엇일까요, 10년 후 미스터마인드는 어떤 모습일까요?

돌봄인형 자체가 미스터마인드의 목표는 아니에요. 단순히 인형을 판매하는 것 너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싶거든요. 3~5년 이내에 치매 예측 알고리즘을 구축, 가족 내 숨겨진 징후를 발견하고 관련 질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작동 주기, 자주 하는 말 등 돌봄인형이 제시하는 데이터 하나하나가 모두 어르신들의 건강 기록이거든요. 새벽 이용이 잦으면 불면증을, ‘외롭다’는 말을 자주 하면 우울증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자녀에게 걱정이 갈까봐, 다른 사람은 불편해서 하지 않는 말들을 돌봄인형에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정보를 데이터로 수집을 할 수 있다면 의사는 미처 판단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의 전조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해져요.
꼭 마음의 병이 아니어도 아프다는 말이 계속되면 얘가 “아프면 약 먹어야 한다”, “약 먹으려면 먼저 병원에 가야 한다”며 자꾸 잔소리를 해요. 그러면 어르신들도 6개월 내 움직인다는 사실을 데이터가 증명하기도 했죠. 이러한 경험과 관련 연구를 토대로, 10년 후에는 미스터마인드는 웰빙(Well-Being) 혹은 웰니스(Wellness) 분야의 글로벌기업으로 자리 잡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