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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사람들

빛으로 공간을, 예술로 삶을
아름답게 물들이다

인터뷰_ 김현호 에이플랜컴퍼니 대표
글_ 편집실 사진_ 홍승진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삶은 예술로 보다 풍요로워진다. 이때 예술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빛으로 빚어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화룡점정일 것이다. 빛으로 공간을 물들이고, 예술로 세상을 물들이는 에이플랜컴퍼니는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욱 찬란하게 만든다. 김현호 대표(with 최서영 작가)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에이플랜컴퍼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설립 계기나 동기, 혹은 설립에 영향을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현호 일찍부터 사업을 했습니다. 20대 중반 의류 사업을 시작한 것이 7년 정도 이어졌죠. 그러다 전공을 살려 미술과 관련된 사업을 구상하던 차에 ‘예술 컴퍼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표준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공연 기획사처럼 ‘예술 기획사’로 정의하고 있었고요. 예술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싶은 마음에 ‘Art-Plane Company’로 이름을 정했고, ‘aplan-company’가 된 거예요. 2011년 설립된 에이플랜컴퍼니는 현재 ‘a-grond(미술기획)’, ‘a-perform(공연기획)’, ‘a-film(영상 프로덕션)’, ‘a-media(미디어 아트)’, ‘a-space(공간 디자인)’, ‘a-lab(뉴미디어 아트)’ 등 6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미디어 아트 및 미디어 파사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디어 파사드의 기술적 원리와 활용 사례, 기대효과 등도 궁금합니다.

김현호 미디어 아트란 미디어와 예술과 공간의 융합으로 탄생한 작품을 말해요.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제공하는데, 저희는 a-media라는 브랜드로 미디어 아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미디어 파사드 외에도 프로젝션 매핑1)과 인터렉티브 아트2)가 a-media의 사업군이고요. 미디어 파사드는 ‘얼굴’ 혹은 ‘정면’을 의미하는 ‘파사드(façade)’와 ‘미디어(media)’를 결합한 용어예요. 건물의 외벽이나 실내 공간의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빛을 투사해 다양한 시각적 콘텐츠를 보여주죠. 단순히 외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나 도시의 스토리를 이미지로 시각화해요. 때문에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1) ‌스크린으로 사용될 외벽이나 실내 공간, 오브제 등의 재질, 컬러, 레이아웃을 고려해 디자인 된 영상을 프로젝터 빛으로 영사, 현실과 비현실이 모호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증강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 3D Projection Mapping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세계를 맵핑하여 만들어진 착시현상을 이용, 새로운 비주얼을 제시한다. 이는 Big Event 및 Exhibit, Fashion Show, Exterior Media Art, Interior Display, Visual Performance 등에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2) 관객을 참여시키는 예술의 한 형태이다. 일부 인터랙티브 예술 설치물은 관찰자가 그 위, 그 주변을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여 이를 달성한다.

Q. 최근 공개된 유니세프 항공기 미디어 파사드는 어떤 작품인가요? 미디어 아트 기획·제작·시공 과정과 성과는 어땠는지, 프로젝트의 취지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김현호 해당 작품은 유니세프와 아시아나 항공의 동전 모금 캠페인 30주년을 맞이해 에이플랜컴퍼니와 협력 하에 진행된 프로젝트였어요. 저희는 이번 프로젝트에 전체 연출 및 제작, 행사 총괄을 맡아 참여했었습니다. 실제 운항 중인 항공기에 프로젝션 매핑을 적용한 미디어 파사드 사례가 국내 처음이다 보니 저희로서는 참 도전적인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사례이니만큼 오방색과 단청 문양을 활용했고, 중간 중간 비주얼 아트 기법을 썼습니다. 한국적인 색과 패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요.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 사랑의 동전 모으기’ 누적 모금액이 올해 160억 원에 이른다고 해요. 지난 30년간 캠페인의 성공을 도운 숨은 공로자들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시도된 뜻깊은 프로젝트였기에 의미 있는 참여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난 2월 한강 미디어 파사드를 기점으로 에이플랜컴퍼니가 본격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기획 의도와 목표가 궁금합니다.

김현호 한강 미디어 파사드 쇼는 ‘에테르노 청담’ 건물의 점등식을 기념하며 시민들과 함께 문화를 즐기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어요. 에테르노 청담 건축주께서 준비한 이벤트라,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문화 예술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죠. 작품의 공공성을 고려해 저를 포함한 미디어 아트 작가 4인이 기획했지만 각각의 개성이 반영된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최서영 이번 작품의 주제는 과거와 현재를 문화적 감성으로 연결하는 ‘영속성’ 입니다.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사람들이 보다 젊고 트렌디한 느낌으로 전통을 접할 수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자개’나 ‘하회탈’ 같은 전통적인 요소들을 활용하면서도 이색적인 미디어 아트를 많이 포함시켰죠. 그 결과 과거 조상들의 문화적 감성과 현대인들의 문화적 감성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 완성됐고, 덕분에 유튜브 댓글을 통해 사람들이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방식으로 전통을 소비하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앞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젊고 트렌디하게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전통을 정확히 이해하고 계승하는 과정이 필요해 어깨가 무겁지만, 이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Q. ‌주제 선정 과정과 작가들과의 협업 방식, 그리고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요?

김현호 ‘에테르노 청담’의 경우 브랜드보다는 한강과 미디어 아트의 미래를 강조하기 위해 결이 맞고 예술적 해석력이 뛰어난 작가들을 섭외했습니다. 작가들 사이 교집합을 이루는 아이디어 위주로 구상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영속성’에 집중했고요. 결과적으로 ‘자개’나 ‘하회탈’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세련되고 트렌디한 느낌으로 잘 표현해 냈던 것 같습니다. 작가들과의 협업은 전체적인 콘셉트와 지향해야 할 스토리를 논의하면서 이루어져요, 각각의 작업이 분리되어 있지 않죠. 에테르노 청담 건축주의 가치관과 사회 환원의 목적을 고려하면서 프로젝트의 철학적인 부분을 깊이 있게 다뤘습니다. 간혹 브랜드와 예술적 가치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면 총감독의 주도하에 전체적인 컨셉과 스토리를 조율하며 균형을 맞추어 갑니다. 물론 파트너사의 철학적인 부분과 가치관을 반영해 최상의 결과를 얻고자 노력하고요.

이러한 협업 덕분에 미디어 파사드 개념이 국내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좋은빛위원회의 평가 및 심의를 통과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어요. 관공서가 아닌 민간에서 이룬 성과인 만큼 저희에게도, 미디어 파사드라는 장르 자체에도 좋은 사례로 남았습니다.

Q. 미디어 파사드가 지역 문화사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현호 미디어 파사드의 가장 큰 효과는 시각적 매력을 통해 건물이나 지역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있어요. 이를 통해 지역의 경관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주민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죠. 일례로 인천 남동산단의 ‘아이 라이팅’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의 정적인 구조물을 동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켜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산업단지의 노후된 시설과 어두운 분위기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젊은이들은 산단 취업을 꺼렸고, 지역 주민들조차 산단을 기피 공간으로 여겼죠. 하지만 프로젝트 이후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역의 인지도를 높임은 물론,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과 근로자들에게도 문화적 혜택을 제공한 셈이에요.

이런 점에서 볼 때 미디어 파사드는 단순히 시각적 효과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참여와 활동을 촉진하는 데 기여합니다. 지역 문화 행사, 공연, 문화 활동 등을 미디어 파사드와 연계하면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되는 거죠. 지역의 매력을 살리면 관광과 문화 활동을 촉진될 겁니다. 각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여 맞춤형 미디어 파사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결국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분야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요?

김현호 저희 회사는 현재 ‘a-lab’ 이라는 신사업 분야에 주력하며, 미디어 아트라는 기존의 장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빛을 활용한 아트 중심 뉴미디어 아트에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도전하고 있습니다. ‘a-lab’에서 선보이는 뉴미디어 아트의 경우 빛을 활용하는 아트 중심으로 더욱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 중 라이팅 아트의 경우 미래지향적인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분야인데,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욱 많이 활용되는 편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자 뉴미디어 아트와 라이팅 아트를 전시 및 프로젝트에 적용해 가는 중이고요.

Q. 대표님이 생각하기에 ‘예술로 물든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에이플랜컴퍼니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현호 에이플랜컴퍼니의 슬로건인 “예술로 세상을 물들이다”는 저희의 활동을 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어요. 저희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많은 예술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기존의 벤치마킹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해서 10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남고 싶어요. 에이플랜컴퍼니는 궁극적으로 예술이 기후 변화, 기아와 같은 글로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랍니다. 예술이 사회적, 환경적 변화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가치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 그곳이 바로 ‘예술로 물든 세상’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