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늘어나는 낙후된 마을과 아이울음소리가 그친 시골은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났을까? 지방소멸 위기에서 되살아난 한국과 일본 15개 지역의 생생한 노하우를 담은 이 책은 우리 시대의 화두인 지방소멸을 타개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저자에 따르면,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각 지역이 어떤 지역자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지역에 관심 있는 리더들에 의해 자연자원, 기차역, 고택, 카페, 스포츠 등 독특한 지역자원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전략들이 수도 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북 군산시의 경우,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침체해 가는 와중에 오랫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던 우체통과 우체국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 2016년 전국에서 수거한 폐우체통을 활용해 우체통거리를 만들었으며, 2년 뒤인 2018년 ‘편지’와 ‘추억’을 모티브로 한 제1회 ‘손편지쓰기’ 축제를 개최했다. 2018~2019년 4,000여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 해당 축제는 디지털 시대의 오늘날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도시재생 거리축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1930년대 장항선 판교역 개통으로 한 때 번화했던 충남 서천군 판교 역시 지난 2021년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승인, 3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에 서천군은 현재 ‘시간이 멈춘 마을’이라는 브랜드, ‘스탬프투어’라는 행사를 기획, 관광객 유입 등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강릉, 속초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강원도 양양 역시 서피 마을이 조성된 이래 서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생활인구가 늘어나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국도 휴게소에 위치하는 체험형 먹거리 테마파크 ‘쿠루쿠루나루토’, IT기업의 근거지로 변신한 시골 마을 ‘카미야마초’, 재활용 성지로 부상한 ‘카미카츠초’, ‘하루요이 아카리’라는 봄밤의 빛 축제로 유명한 오카야마현 ‘구라시키 미관지구’, 동경에서 가장 긴 상점가로 알려진 ‘도코시긴자’ 등 일본의 사례는 역시 우리에게 지방소멸 극복 방안을 가이드해준다.
책 <강요된 소멸>은 “경제성장주의 그리고 중앙과 자본을 위한 지역개발정책을 극복하고,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한다면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저자는 인구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업과 농촌이 제 역할을 못해 지역이 쇠퇴하고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 ‘서울공화국’이 된 쏠림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 주요 원인을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성장 중독으로 지적, 우리가 “지방을 소멸시켜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한 출발점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정책은 지역민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대전환이 필요하며, 농업과 농촌이 제 역할을 하고 지역이 살아나야만 ‘서울공화국’을 무너뜨리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저자는 책 <강요된 소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경제성장에서 국민총행복으로 ‘전환’하자”고 주창하는 동시에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가는 농정대전환 3강·6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지역이 재생하기 위해 우리 시대가 당면한 복합위기, 즉 기후 위기, 먹을거리 위기, 지역 위기에서 지역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3강’이다. 아울러 이를 실행하기 위해 농촌 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지속가능한 농어업 실현, 농산어촌 주민수당 지급, 농촌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6가지 방략
(6략)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믿는 저자에게 농촌은 생활을 위한 공간(삶터)이자 경제활동의 공간(일터)이며, 환경 및 경관이 최적화된 공간(쉼터)이다. 그러므로 농촌의 활용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 혹은 조직’, 곧 지역리더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고령화의 가속와 저출생이 지속되는 지금, ‘지방소멸, ‘지역소멸’이란 말이 사람들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은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위화감과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살면서, 그곳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지역의 리더가 있는 한 ‘지역소멸’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책 <지역리더의 유쾌한 반란>은 13인의 지역을 바꾸는 사람들은 소개한다. 이들의 활동 영역이나 성격이 모두 다르지만, 주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지역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게다가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거나,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화하여 자율성을 지킨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결별하고 지역이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하며 스스로 지역의 행복한 삶을 일구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200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전국지역리더상 수상자 및 전국의 숨은 지역리더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시리즈-지역을 바꾸는 사람』에 소개한 바 있다. 물론 인터뷰 시점이 1~2년 지났기에 내용은 현재의 모습과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가필을 하지 않은 책은 지역리더의 활동 그 자체보다도 그들의 생각과 ‘유쾌한 반란’의 모습을 진솔하게 전하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 전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지역리더에게 유익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