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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뷰

AI 대전환 시대,
‘포비아’를 넘어 ‘공존’으로

글_ 편집실

“인간이 인공지능(AI)을 능가할 수 없다”는 두려움은, “AI가 결국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에는 AI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발전할 경우 수반될 악영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01 알파고 대국으로 점화된 테크노 포비아

AI로 인한 공포, 즉 ‘AI 포비아’는 2016년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더욱 두드러졌다. 알파고의 승리는 AI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큰 화제를 모았던 해당 대결에서 알파고는 총 5차례의 대국 중 4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실력을 입증했으나, 이세돌 역시 4국에서 한 차례 승리를 거두며 ‘1인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는 이 경기에서 많은 고민 끝에 ‘신의 한 수’로 불리는 기발한 수를 두며 알파고의 허점을 공략했음을 밝힌 바 있다. 즉 치열한 분석과 대국 중 압박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이세돌의 노력과 의지가 빛난 순간으로, 이와 같은 승리는 AI와의 대결에서 인간의 창의력과 직관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이후 일부 사람들은 AI의 기술적 진보를 환영하며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표했다. 이들은 계산과 창의력이 결합된 영역에서 AI가 인간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AI의 급격한 발전이 인간 일자리 감소, 기술 통제 문제, 윤리적 딜레마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AI 전문가들 역시 해당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지능을 초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AI 기술이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진화하게 되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이러한 인식은 AI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키우며 ‘AI 포비아’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우려를 넘어, 인간의 역할이 점점 축소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맞닿아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와 윤리적 기준의 공백이 이러한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최근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가운데, 인류는 기술과 공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02 ‘미지의 영역’ 코끼리: AI와 두려움의 교훈

“조선 태종 12년, 코끼리가 정말로 조선에 들어왔다. 코끼리는 오자마자 공조전서 이우를 밟아 죽인다. 이우가 그 꼴이 추함을 비웃고 침을 뱉자 코끼리가 노한 게다. 참 이해가 안 간다. 알파고 때 나 똑같다. 처음 보는 그 코끼리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관찰을 하거나, 하다못해 모여들어 구경이라도 하지 않고, 왜 알지도 못하는 코끼리에 침을 뱉고 비웃다 밟혀 죽나. 가만두면 코끼리가 화를 내고 사람을 죽였겠나. 태종 12년 12월 10일에 실제 일어난, 어이없는 사건이다. 실록에도 적혀 있다.1)

고(故) 이어령 선생은 유작 『너 어떻게 살래』에서 태종실록의 내용을 인용, AI를 코끼리에 비유했다. 바로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의 등장이 마치 600년 전 사람들에게 미지의 동물이었던 ‘코끼리’와 같으며, 따라서 사람들이 알파고를 대하는 태도 역시 600년 전 조선의 사람들이 코끼리를 대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견해다. 이어령 선생은 이로써 새로운 기술이나 존재를 마주했을 때 인간이 보이는 두려움과 배척의 본능을 지적,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가 불필요한 갈등과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알파고와 같은 AI는 그 자체로 위협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이로운 도구가 될 수도,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따라서 해당 메시지는 알파고를 단순히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신, 그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며 지혜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권고로 적합하다. 즉, 해당 비유는 기술 발전의 속도에 압도당하지 않고 이를 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성찰과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제언이라 할 수 있다. 1) 이어령, 『너 어떻게 살래』, 파람북 (p.37)

03 AI 대전환 시대: 기술 혁신과 불안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이제는 AI 대전환이 논의되는 시대다. 지난 1월 열린 CES2024의 주제도 ‘AI 시대로의 전환'으로,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과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기술들이 소비자 경험을 재정의하고, 의료, 모빌리티,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는 AI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과 경제를 크게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자율주행차·챗봇 등의 기술은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고, AI는 분명 의료·교육·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AI 포비아의 실체는 단순히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칠 변화에 대한 불안이다. 이러한 AI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 삶에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서 불안과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면서 ‘기계에 의존하는 사회로 변화할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 ‘직업 자동화와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확산되는 중이다.

04 평화로운 공존 위한 4가지 제안

이러한 두려움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Organizational Dynamics’를 통해 그 내용을 소개했다. 그 내용은 ▲Working ON AI: AI를 개발하고 유지관리하기 ▲Working IN AI: 주어진 AI의 알고리즘/모수 범위 안에서 일하기 ▲Working OUT OF AI: 주어진 AI의 알고리즘/모수 범위 밖에서 일하기 ▲Working TOWARD AI: AI-포비아를 극복하기로 요약된다.

먼저, AI를 설계하고 개발하며 성능을 유지보수할 때에는 AI의 범위와 깊이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AI가 실제로 동작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한다(Working ON AI). 또한, AI의 알고리즘과 모수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작업을 수행할 경우에는 AI가 수행하는 작업을 감독하고, 그 결과물을 인간의 업무에 ‘활용’하도록 한다. 물론 여기에는 AI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후속 작업을 준비하는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Working IN AI). 아울러 디지털 및 아날로그 전환이라는 두 접근 방식을 참조하면서,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나 기술적 틀을 재구성한다(Working OUT OF AI). 마지막으로, AI 포비아를 극복하고 AI와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동시에, AI의 책임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Working TOWARD AI).

이 모든 활동은 AI 포비아 극복은 물론 AI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AI 기술이 사람과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들이라 할 수 있다.

참고자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408512&cid=43667&categoryId=43667 (네이버 시사상식: AI포비아)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7278208&memberNo=56532012&vType=VERTICAL (정책이 보이는 도서관: AI-포비아(phobia)를 넘어 AI와 함께 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