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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PEOPLE

디지털로 확장되는 지방정부 권한,
지역의 미래를 묻다


김동하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CA) 본부장

지난 1월 7일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발표됐다. 이는 지난 2023년 ‘지방재정 투자심사제도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로,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해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지방의 현장에는 어떤 의미일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CA)의 김동하 본부장을 만나 지방자치의 발전과 디지털 지역혁신과의 연관 가능성 등을 물었다.

  • 정리_편집실 사진_홍승진

Q. 2025년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와 관련해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재정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지역개발의 흐름이 본격화되는 2025년이 될 것 같다. 사실 이는 2022년부터 본격화된 흐름이다. 당시 출범한 새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이후 지방이 계획을 세우면 중앙은 기획이나 통제에 나서기보다는 예산 및 기금을 매칭해 주는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른바 상향식 정책의 강화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 지자체가 스스로 경쟁하고, 계획의 타당성과 실행력을 입증해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의 책임성과 질적 향상이 자연스럽게 요구된다. 다만 이러한 흐름에는 전제가 따른다. 지자체의 기획 역량과 실무 추진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아직 그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공무원의 순환보직 구조,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할 인력의 부족 등 현실적인 한계도 여전히 크다.
더욱이 최근의 정권 교체 이슈나 경기 위축과 같은 외부 변수들은 정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산업 기반의 개발 정책에서 핵심은 결국 기업 유치이지만, 민간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정책의 실질적 성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는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고 비전을 확장하기보다는, 이미 수립된 계획을 어떻게 실행하고 정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지방정부의 재정 독립성을 위해서는 기금 구조 개편과 함께 자율성과 성과를 연계한 인센티브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성과 기반의 예산 배분, 지역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재정 도구의 도입과 같은 정책적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독립성’은 단순한 권한 확대가 아니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인적 기반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본다.

Q. 지방시대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기회발전특구’다. 기회발전특구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주요 효과는 무엇이며,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한 산업 유치 전략의 핵심 요소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면.

A. 기회발전특구는 지역 고유의 강점을 기반으로 외부 인구와 산업을 유입하기 위한 전략적 플랫폼이다. 특히 지방소멸이나 청년 유출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지역들이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구로 지정되면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 인프라 확대 등 직접적인 성장 요소들이 뒤따른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산업구조 자체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비교우위’라는 과제가 따른다. 단순히 넓은 부지나 저렴한 임대료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각 지역이 보유한 인프라, 기술, 인재를 어떻게 연계해 ‘기업이 오고 싶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구미시는 전자산업 중심의 제조 기반을 미래 모빌리티와 탄소소재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기존 전자 계열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 부품 및 자율주행 기술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인근 대학과 협력한 전문 인력 양성 또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철강 산업이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배터리 및 소재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산업벨트를 구축했다. 포항테크노파크와 R&D센터 등의 연계도 큰 힘이 됐다.
강원 정선 역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특화 전략으로 삼았고, 원격진료 플랫폼 기업을 유치해 관련 테스트베드를 운영 중이다. 지역 특성과 국가 정책, 기업 수요가 맞물리며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낸 사례다. 이러한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지역이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책과 기업 수요를 잇는 중간 허브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결국 전략이란, 단순히 부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지역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단순히 넓은 부지나 저렴한
임대료만으로 지방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다.
결국 “왜 이 지역이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Q. 2025년 이후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 보는가? 지역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학지원체계(RISE)가 올해부터 5년간 본격 추진된다. 이와 같은 정책이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역·기업·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A.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2025년 이후 단순 재정 분산을 넘어, 지자체 중심의 전략 수립과 실행 권한 확대에 초점을 두게 되지 않을까 한다. RISE가 바로 그런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제도로, 핵심은 ‘대학을 위한 예산’에서 ‘지역을 위한 투자’라는 관점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대학이 중앙정부나 교육부를 중심으로 전략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했다면, RISE 이후에는 지자체가 산업 전략을 주도하며 그에 부합하는 대학의 역할을 조정하거나 유도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기존에는 중앙정부의 포괄적 지원에 기대왔던 대학들이 이제는 지역 맞춤형 경쟁력을 증명해야만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구조의 목적이 단순한 ‘재편’이나 ‘구조조정’에 있지는 않다는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본질은 지역과 대학, 산업이 서로 생존하기 위한 연합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각 지역에서는 ‘연합대학 모델’을 도입하거나, 산학연정(산업-학계-연구기관-지자체)의 협업 거버넌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상생의 핵심은 결국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기업도 정착한다”는 것이기에, RISE와 같은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학과 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 있으려면 지자체의 산업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 또 대학은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혁신의 플랫폼으로도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교수진의 재교육도 필요하다. 커리큘럼, 인턴십, 프로젝트 등에서의 협력이 핵심인 만큼, 관건은 기업과의 공동 설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균형 잡힌 다양성의 확보도 중요하다. 산업 특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문·예술·기초과학을 아우르는 ‘융합’ 교육이야말로 정책의 지속성과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결국 RISE는 단순한 예산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 논리에 대학과 산업을 통합하려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하게 된다면, ‘균형발전’이라는 개념도 더 이상 선심성 지원이 아닌,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주도하는 진정한 자립형 발전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디지털 기술이 지자체의 행정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또한, 디지털 전환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도시 인프라 구축이라는 과제에 어떤 해법이 될 수 있을까?

A. 디지털 기술, 특히 AI와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은 현재 지자체 행정과 산업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도 내부에 AI·빅데이터·DX 그룹 및 전담 센터를 두고 기술과 행정 도메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자체들과의 협력이 본격화되며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지자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행정 서비스가 부서 단위로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예컨대 최근 AI·빅데이터 종합계획을 별도 수립한 경기도는 이제 보유한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디지털 전환은 지역소멸 대응에도 기여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수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인 ‘고독사 예방 솔루션’은 수도 사용량과 도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상황을 사전에 감지하는 플랫폼이다. 즉 AI와 빅데이터가 복지와 안전망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인 것이다.
산업 측면에 있어서도 디지털 전환은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나 디지털트윈 기술이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도 스마트팜 기술이 점점 더 보편화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실증지구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농촌 지역에서는 무인버스 같은 교통수단이 유의미한 대안이 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지역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지자체 정책 추진이 지속 가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담당 공무원의 순환 인사로 인해 정책이 단절되거나 추진 동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민간 기업의 솔루션 역량이나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고도화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결국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술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과 인식 전환, 행정 역량의 축적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하다. 특히 ‘지방소멸 위기 해소’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둔 지금,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효율 향상을 넘어 지역을 살리는 핵심 인프라로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 민간과 공공의 유기적으로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Q. 지방정부가 독립적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중앙정부의 기존 정책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또한 경제 성장의 둔화, 정치적 리스크, 기술 혁신 등 변수가 많은 환경 속에서 지방정부와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A. 지방정부가 독립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중앙정부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연속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사실 지방정부의 리더십은 선거 주기에 따라 바뀌고, 그에 따라 기존 정책이 단절되거나 방향이 틀어지는 일도 흔하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정책을 수립한 이들이 현장에 남아 있는 것, 포퓰리즘에 치우치지 않은 지역 실정을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특별하다”는 인식을 내려놓고, 공통된 위기 인식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유연성과 포용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의 핵심 조건은 단연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주도의 복지 예산 등 필수 국책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구조에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비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 예산 운용 자율성 확보 같은 제도적 기반이 우선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전체의 역량 강화 또한 중요하다. 정책은 행정이 만들지만, 그것을 실천하고 지속시키는 주체는 결국 주민과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책의 방향성과 지역 주민의 인식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주민 교육과 및 지역의 ‘정책 수용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율주행, 스마트 농업, 에너지 전환 등 지역 기반 신산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정책적 뒷받침, 지역기업의 기술력,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그리고 그 연결의 끈은 결국 ‘정책의 연속성과 지역의 준비된 태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Q.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강조할 사항은 무엇인가? 지방정부와 기업 모두가 지속적 성장을 이루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 또 이를 촉진하기 위한 디지털 지역 혁신의 역할은 무엇이며, 정책적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궁금하다.

A.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모두 강화하려는 시도는 분명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지역 간 경쟁이 과열되면, 유망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기 쉽다. 예컨대 바이오산업처럼 특정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하면 전국의 지자체가 이를 일제히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각 지역 고유의 전략과 연계성은 약화되고, 산업 생태계는 분산되거나 파편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와 지역 간 전략적인 조율 체계다. 지역의 자율성이 포인트지만, 결국 전국 단위의 산업 전략과의 정합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이 아닌, 지역의 강점과 미래 전략을 반영한 ‘협의와 협상’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단순히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닌, 특화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업은 창원이 방위산업에 집중해 좋은 사례가 된 것처럼, 지역의 특성과 연계된 산업 선택과 육성이 핵심 사안인 것 같다.
아울러 공공 데이터 개방과 API 구축을 통해 디지털 기술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제는 단순한 데이터 제공을 넘어 민간 기업과 지역이 함께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AI, IoT, 빅데이터 등은 지역 문제 해결형 기술로서 중요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결국 이를 활용한 혁신이 지역 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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