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한국디지털정부학회가 지난 4월 11일 공식 출범했다. 기존 한국지역정보화학회의 전통을 잇는 해당 학회는 이날 기념식 및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디지털정부와 공공 인공지능(AI) 혁신을 선도할 융합 연구 플랫폼으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앞으로 학회는 지역정보화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공공부문의 디지털 혁신부터 AI 혁명까지 이끄는 선도적인 융합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지난 4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송석현 학회장을 비롯,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정선용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정운현 한국문화정보원장,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장, 윤종인 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송석현 학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자율주행(교통), 디지털트윈(제조), 스마트 도시(도시) 등 전 세계가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정부도 앞으로 수십 년간 데이터의 공유·활용·분석과 AI 전환을 중심으로 디지털정부를 지향해야 할 당위와 마주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 디지털 인재 양성, 디지털 리터리시, 인공지능 윤리 등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우리 학회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정부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국내 최초의 융합학회로 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환영사에 나선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박덕수 원장은 “지역정보화학회가 한국디지털정부학회로 새롭게 출발하며 그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디지털정부는 이제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닌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행정과 공공서비스의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면서 “학계의 다양한 AI 이론이나 기술들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한국디지털정부학회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는 기대를 표했다.
이어진 출범기념식에서는 송석현 학회장이 학회의 비전을 ‘디지털 혁신과 공공행정의 지속 가능한 융합을 선도하는 연구 중심 학회’로 소개하며, 이를 통해 디지털정부 혁신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학회가 지향하는 3대 전략은 ▲소통과 협력의 플랫폼 구축 ▲공공 디지털 전환 실행 촉진 ▲지속 가능한 디지털정부 혁신 생태계 조성이다.
기념식 이후에는 디지털정부의 태동과 국가전략을 조망하는 특별 세션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전자정부 도입과 발전을 이끌어온 경성대 정충식 교수가 ‘한국 정부의 디지털 거버넌스 변천:국가정보화(1993년)에서 디지털정부(2025년)까지’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발표를 통해 먼저 “우리나라는 전산화 도입(1978~1986), 국가기간전산망 추진(1987~1996),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 전자정부 추진(1995년 이후), 디지털정부 혁신(2016년 이후)의 단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부터 최근 정부까지의 주요 정책 흐름을 설명했다.
특히 정 교수는 우리나라 디지털정부의 특징에 대해 “정권 교체에 따라 폐지와 신설이 반복돼 정책의 지속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뒤, “수직적인 영역 분할과 부처 간 할거주의를 극복하고, 업무 혼선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적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범정부적인 조정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구로 자리 잡은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2026년 1월부터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되면 법제화된 위원회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를 전했다. 다만 “해당 기본법은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디지털정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으며 과거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현재의 부처 체계, 특히 실·과·국 수준의 조직으로는 디지털 정부혁신을 범정부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진단, “따라서 디지털정부혁신을 전담할 독립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총 2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학술대회에서는 먼저 군산대학교의 최한별 교수가 ‘디지털정부의 가능성과 한계: 디지털정부 연구자가 직면한 혁신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AI가 정부혁신에 유용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최 교수는 “과거 디지털정부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관리하고 신속히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실시간 분석, 패턴 학습, 예측 모델링을 통해 행정의 전략적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의 결합에 주목하며 “데이터 기반의 학습과 예측을 통해 행정 업무의 자동화는 물론, 정책결정 지원과 개인 맞춤형 행정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는 곧 ‘정책 수립의 과학화’와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 더 나아가 ‘정부혁신’으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그는 정책 시뮬레이션의 핵심 도구로 디지털트윈을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공간에 동일한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현실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정책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인천과 세종,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프랑스 렌느 메트로폴, 일본 시즈오카현 등이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적극 활용 중이다”고 소개하면서도,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만큼 인간의 역할과 윤리적 통제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박영민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디지털정책기획부장이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지자체 지능정보기술 이용 활성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부장은 “최근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지능정보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이는 지방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 간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앙이 일률적으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어렵다”면서 “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자체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지방소멸 위기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박 부장은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고령화와 인구 유출 중심의 위기가 지방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2022년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방의 디지털 전략을 주도하기 시작했음에도 실행은 여전히 지자체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또한 “지자체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잠재적 역량(조직·인력·예산·제도)’과 ‘실제적 역량(AI·IoT·클라우드)’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잠재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예산이 충분해야 실제 활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외부 위탁에 의존하고 있어 결국 예산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은 끝으로 “생성형 AI 등 신기술을 반영한 자치법규가 부족하고, 여전히 정보화 조례를 기반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적 뒷받침의 미비함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지자체 간 디지털 역량 격차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사례”라고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