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e 지역 ①
제주농업의 디지털 기반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정부의 ‘국민 중심·하나의 정부·AI·데이터·민관 협력’이라는 디지털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조례 제정과 「제주 AI·디지털 대전환 로드맵(2024.12)」 수립 등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왔다. 특히 지난 9월 열린 지역정보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제주 농업 디지털전환(DX)’은 ‘농산업시스템 대전환과 지속가능한 청정농업’1)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1) 제주도가 지난해 4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농업을 선도하고자 제시한 미래비전. 6대 핵심 전략으로 ▲전국 최초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및 본격 가동 ▲제주형 농업관측 및 공공데이터센터 설치·운영 ▲푸드테크 기반 제주농산물 가공식품산업 육성 ▲차세대 감귤산업 육성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 확대로 농업소득 증대 ▲ 친환경 및 탄소중립 농업 기반 확대 등이 있다.
제주 농업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지의 분산 등 구조적 한계와 기후변화로 인한 돌발 피해 증가, 채소·과실 중심의 높은 물가 변동성, 글로벌 식품·유통 환경 변화 등이 겹치며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제주 농산물은 국내 겨울철 신선 채소·과일의 핵심 공급원임에도, 중앙정부 단위의 수급조절 정책—수입 조절, 비축 물량 방출 등—이 우선 적용되면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응에 제약이 컸다. 그 결과 생산 단계에서는 가격 폭락, 출하 단계에서는 산지폐기 등 사후적 조치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됐다. 게다가 농업 관련 정보가 기관·사업별로 흩어져 있어 동일한 경작 정보와 지원 이력을 여러 차례 제출해야 하고, 행정 또한 이를 반복 확인해야 하는 등 비효율성이 심각하게 누적되고 있었다. 데이터 분산과 표준화 부족은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으며, 농업인의 소득 안정성, 행정의 신속 대응 역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제주에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밀하고 과학적인 농정 체계가 절실했다. 이에 제주도는 농업 전 주기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농업 디지털 대전환(DX)을 본격 추진해 왔다. 민선8기 공약인 ‘농업관측·공공데이터센터 설치’를 실현하기 위해 2024년 1월 농업디지털센터를 신설하고, 생산·출하·기술지도·지원정책·대농민 서비스까지 모든 농정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계하기 위한 제주농업 디지털 통합체계를 마련했다.
제주도는 도 전역에 토양수분센서와 해충 자동예찰 트랩을 설치해 정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16개 기관에 분산된 34종의 농업 정보를 통합 데이터허브로 모아 표준화·전처리하며, 인공지능 기반 생산량·가격 예측 모델을 통해 수급 불안정과 가격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정밀 농업관측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나아가 생산자단체가 데이터를 입력하고, 플랫폼이 이를 고품질 분석 정보로 가공해 다시 현장에 제공하는 민· 관 데이터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며 자율적 수급안정체계도 강화한다. 그동안 여러 사이트에 흩어져 제공되던 농업 관련 정보를 원사이트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병행해 온 제주도는 농정 행정을 ‘사후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 선제적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혁신 모델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제주도의 농업 디지털전환은 2024~2029년까지 3단계로 추진되며, 현재는 1단계 인프라 구축 단계로서 기관·생산자조직에 분산되어 있던 34종 농업데이터를 통합·정제한 데이터허브와 7개 농정 서비스, 농업인 전용 웹·모바일 앱으로 구성된 ‘제주DA 플랫폼’을 구축했다. 플랫폼은 네이버 클라우드 기반 민간 공공클라우드 환경에서 구축해 MSP를 통한 보안·관제 체계를 확보하고, 웹표준(HTML5) 준수 및 iOS·Android 모두 접근가능한 구조로 설계됐으며, 내부 SSO 연계를 통해 행정 사용자 등록 과정도 간소화했다.
또, 통합 데이터허브에서는 LLM과 그래프DB를 활용해 16개 기관·34종 데이터를 자동 수집·정형화·인덱싱하며, Airflow·Atlas 등 빅데이터 도구로 수집·가공·적재 과정을 전주기 자동화해 각 서비스가 데이터 기반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제주 전역 156개 지점에 토양수분센서(79개)와 해충 디지털트랩(77개)을 설치해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고 플랫폼에 연계했다.
이를 기반으로 ▲통계 시각화 ▲AI 기반 농업관측(감귤·당근 생산량·가격 예측) ▲토양환경 분석 ▲병해충 예찰·예보(500m 단위) ▲농업정책(55개 기관 지원사업 스크랩핑) ▲연구·기술지도(RAG 기반 업무도우미·지식검색) ▲통합 운영관리 등 7개 디지털 농정서비스를 개발했다.
또한 항공·위성영상 분석과 Vision Sensing 모델을 적용해 감귤 재배면적, 당근 결주율 등 정밀 생산량 분석도 자동화했다.
그런가 하면, 농업인이 본인인증을 통해 가입하면 농업경영체 DB에 등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소유 농지 전체가 자동으로 연결되고, 농지 단위의 모든 정보가 통합되어 화면에 제공되는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마련했다. 또한 지오펜싱(Geofencing)과 SST(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해, 농업인이 본인 소유 농지에 출입하면 앱이 푸시 알림을 보내 농작업 내용을 음성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작업 시간도 자동 기록되게 하여 정보취약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챗봇 기능을 추가해 입력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각종 시스템에서 구축된 정보는 농업인 앱을 통해 통합 제공되며, 핵심 기능으로는 ▲농지 단위 병해충 예찰·예보(6종) 서비스 ▲작업 입력 편의 기능과 스마트 경영분석 리포트 제공 ▲보조사업 알림 및 AI 기반 검색 도우미 제공 등이 포함된다.
제주농업 디지털전환은 농업 데이터를 통합하고 조사·분석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농업인의 편의성과 행정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정량적 측면에서, 제주 농가 3만 가구를 대상으로 보조금·기상·병해충·가격·이력·경영·토양·기술지도·품질검사 등 12종의 농정 서비스를 앱·웹 기반으로 원스톱 제공함에 따라, 농업인이 각종 정보를 조회하고 행정 절차에 대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연간 30%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또한 기존 수기 기반이었던 조사·관측 업무는 IoT, 비전 센싱, AI 모델을 도입하여 50~80% 이상 조사시간을 줄임으로써 행정력 절감과 정책 대응 속도 향상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유통·수급 관리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2029년까지 누적 분석·활용되며, 정밀 영농과 농산물 수급 안정성 향상 등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장기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적 측면에서도 기대효과는 뚜렷하다. 통합 데이터 허브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행정은 농업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생산자단체와 농업인의 참여를 확장하여 지속 가능한 디지털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디지털 접근성 개선을 통해 농업인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영농 편의성·소득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디지털농정 정책과 연계하고 민·관이 함께 구축하는 데이터 기반 협업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제주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DA’ 플랫폼은 단기적 시범 적용을 넘어 장기적 운영성과와 정책 내재화를 목표로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되고 있다. 이미 1단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함에 따라, 향후 2~3단계에서는 농업관측 자동화, 정밀 의사결정 지원, 현장 확산을 중심으로 한 고도화 전략이 본격 전개될 예정이다.
2단계(2025~2026년)에서는 플랫폼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관측 자동화 범위를 확대하고, 예측모델의 정밀도·신뢰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기반으로 작물별 정밀진단, 지역별 맞춤형 분석 서비스 등 현장 친화적 영농지원 기능을 확보해 실질적인 농업 경쟁력 향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3단계(2027~2029년)에서는 그동안 축적·고도화된 분석·예측 기능을 농정 정책 전반에 내재화하여 현장 기반의 자율형 농정 체계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정책 설계, 유통·수급계획, 기후대응 전략 등에 자동 반영되는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농업인의 의사결정과 행정 프로세스 모두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농정모델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단계적 확산 전략은 제주형 디지털 농정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향후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는 범용 플랫폼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주도의 농업 디지털전환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주도는 농업 분야에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데이터 수집–분석–정책 활용–현장 적용’의 전 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통합 성장 플랫폼을 구현했다. 이는 디지털정부가 강조하는 핵심 원칙—국민 중심, 데이터 기반, 디지털 우선 설계—을 농업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제주DA’ 플랫폼은 정책부서, 관계기관, 생산자단체, 농업인 등 다양한 주체가 하나의 데이터 기반 위에서 실시간으로 협업하도록 설계돼 있다. 행정은 통합 데이터허브로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정책 설계, 병해충 예보, 예산 지원 등 주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수행하고, 결과를 즉시 농업인에게 공유한다. 농업인은 앱을 통해 농작업 기록, 병해충 발생 현황, 품질검사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이 입력한 필지 단위 데이터는 플랫폼으로 연계돼 분석된 후 다시 개인 맞춤형 정보로 되돌아온다. 생산자단체 역시 AI 기반 생산량·가격 예측을 활용해 적정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수급 관리 전략을 세우며, 현장과 행정 간 정책 정합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디지털정부 정책과도 긴밀하게 맞물린다. 첫째, 국민 중심 서비스 측면에서 농업인 개인의 농지 단위 정보를 통합·표출하고, 앱·반응형 웹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지오펜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해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활용 장벽을 낮춘 점은 ‘포용적 디지털 전환’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둘째, 데이터 기반 행정 측면에서도 16개 기관·부서에 분산돼 있던 34종 데이터를 통합·정제한 데이터허브가 기반이 되어, 모든 농정 서비스가 표준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는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셋째, 디지털 우선 설계(Digital-First) 원칙에 따라 LLM·비전 센싱·RPA·LiDAR·UAV 영상 분석 등 첨단 기술을 적극 적용해 감귤·당근 생산량 자동 추정, 도매시장 가격 예측(3·7·30일 단위), 영농 기록 자동화 등 기존 방식으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기능을 실현했다. 농업 전문기관 자료를 RAG 기반으로 학습한 AI 도우미·검색 기능 역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농정 행정의 정밀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종합적으로, 제주도의 농업 DX는 디지털정부가 지향해온 국민 중심·데이터 기반·디지털 우선 행정의 가치가 실제 농업 현장에서 구현된 모범적인 사례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의 디지털 혁신을 동시에 실현하는 이 모델은 향후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도적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의 농업 디지털전환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농업이라는 전통적 산업을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이다. 산지·기후·수급·유통 등 농업 전 주기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통합하고, IoT·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한 예측과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제주도는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정책 대응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대통령상을 수상한 ‘제주DA 플랫폼’은 민관 협력과 데이터 선순환이라는 혁신적 모델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며, 디지털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을 현장에서 실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2·3단계 고도화를 통해 정밀 관측·맞춤형 분석·자율형 농정 체계가 완성되면, 제주의 디지털 농정은 단순한 지역 성공사례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 가능한 범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농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디지털 기반 농정 체계—제주의 도전은 이제 한국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상징적 이정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