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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e룸

혁신+지역 ②

AI 시대, 배움도 지역이 설계한다
디지털배움터가 만드는 시민 역량

AI가 일상과 행정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디지털 격차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재난문자도, 모바일 주민등록증도, AI 건강관리 서비스도 결국은 접근할 수 있을 때 유용하다. 이제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 기반 서비스와 공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충청남도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AI디지털배움터 사업을 확대하고, 주민이 교육장을 찾아오는 대신 교육이 주민을 찾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섬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교육과 기동형 에듀카(Edu-Car), 생활 공간을 활용한 거점센터까지. AI 시대 디지털 접근성을 지역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충청남도의 실험을 들여다본다.

  • 글_편집실
  • 자료 제공_충청남도(기획조정실 정보기획팀)

AI 시대를 준비하는 지역의 교육 실험

AI 시대의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기 활용 교육을 넘어 시민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공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의 성격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농어촌 지역이 넓게 분포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충청남도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디지털배움터 사업을 확대 운영하며 지역 맞춤형 교육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특히 올해부터 디지털배움터 사업이 중앙정부 주도 방식에서 광역지자체 주도형 사업으로 개편되면서 충청남도는 지역 특성에 맞춘 ‘충남형 AI 교육’을 본격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충청남도는 AI 교육을 단순한 정보화 사업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지역사회 전체에 확산시키고, 도민 누구나 기술 변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접근성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교육 내용과 운영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역이 설계하는 ‘충남형 AI 교육’

그동안 디지털배움터 사업은 스마트폰 활용법, 키오스크 이용, 온라인 금융 서비스 사용법 등 디지털 기초 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교육의 목표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AI 기반 서비스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충청남도는 기존 디지털 교육을 AI 중심 교육으로 전환했다. 교육 대상 역시 정보 취약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청년과 중장년, 소상공인, 농어업인 등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AI 리터러시 교육과 생성형 AI 활용 교육, 디지털 안전 교육, 공공서비스 활용 교육 등을 포함해 시민 누구나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충남 AI디지털배움터의 특징은 교육 내용을 AI 시대에 맞춰 전면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과거 디지털 교육이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인터넷 활용 교육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교육 범위를 넓혔다.
충남 AI디지털배움터는 교육 과정을 ▲AI·디지털 이해·윤리 ▲AI·디지털 실생활 활용 ▲AI·디지털 생활·공공서비스 ▲AI·디지털 안전·신뢰 ▲AI·디지털 창작·참여 등 다섯 개 영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먼저 ‘AI·디지털 이해·윤리’ 영역은 생성형 AI의 개념과 활용 방법, 프롬프트 작성법 등을 다룬다.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한계를 갖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AI 기술이 일상으로 확산될수록 시민 역시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AI·디지털 생활·공공서비스’ 과정도 눈길을 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모바일 건강보험증 사용, AI 행정서비스 활용, 농업e지 활용법 등 공공서비스와 직접 연결되는 교육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AI 교육의 목적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시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공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행정서비스가 더욱 디지털화될수록 이러한 역량은 시민의 일상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보이스피싱 예방과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인증서 활용 등 디지털 안전 교육도 강화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위험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AI 활용 능력과 함께 디지털 안전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 편집, AI 음악 제작, 온라인 쇼핑몰 창업, 유튜브 채널 운영 등 창작과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운영한다. AI를 단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시도다.

찾아가는 교육, 지역이 가진 물리적 장벽을 넘다

충남 AI디지털배움터의 가장 큰 특징은 ‘찾아가는 교육’에 있다. 도시 지역에서는 교육기관이나 평생학습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농어촌이나 도서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거리가 멀거나 교통이 불편해 참여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실제 교육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충청남도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강사진이 직접 찾아가는 ‘섬 지역 AI 디지털 전환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 접근성 자체를 높이는 방식이다.
또 다른 특징은 기동형 교육 서비스인 ‘에듀카(Edu-Car)’다. 교육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15개 시군 어디든 찾아가 교육을 제공한다. 지역 주민이 교육장을 찾아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이 주민에게 다가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운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디지털 접근성을 바라보는 행정의 관점 변화에 가깝다. 과거에는 교육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주민이 실제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교육 참여를 가로막는 물리적 거리와 이동의 제약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영농닥터부터 AX 교육까지, 생업과 연결하다

충남 AI디지털배움터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지역 산업 구조를 교육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충청남도는 농업과 어업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이에 AI 교육 역시 지역의 생업과 연결될 필요에 따라 농어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AI 영농닥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영농 정보를 확인하고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AI 전환(AX) 실무 교육’도 운영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홍보 콘텐츠 제작, 온라인 마케팅, 고객 관리, 업무 효율화 등을 교육해 실제 경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AI 교육을 별도의 기술 교육으로 분리하지 않고 지역 산업과 주민의 생업에 연결하려는 시도다. 기술은 결국 생활 속에서 활용될 때 의미를 갖는다. 충청남도의 접근은 AI를 일상과 생업 속 도구로 정착시키려는 실용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관리 앱을 배우는 어르신들

지난 6월 1일, 교육이 진행된 서산시 중회의실에는 20명의 어르신들이 모였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건강관리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강사는 스마트폰 기본 조작부터 문자 확인, 앱 설치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교육생들은 ‘오늘건강’ 앱을 설치하고 건강정보를 확인하는 방법, 건강 미션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실습했다. AI·IoT 건강측정기기와 연계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도 함께 배웠다.
교육 과정은 생각보다 세심했다. 교육생마다 스마트폰 기종이 달랐고 사용 경험 역시 달랐다. 보조강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화면을 직접 확인하며 앱 설치를 도왔고, 교육생들은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대부분의 교육생이 스스로 앱을 설치하고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앱 사용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는 AI 시대의 디지털 교육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시민이 그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충남 AI디지털배움터의 방향성은 서산시에서 진행된 ‘AI·IoT 어르신 건강관리사업 ICT 교육’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움터를 넘어 지역 AI 허브로

충청남도는 올해 AI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를 기존 1개소에서 5개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천안성정동우체국과 아산장재우체국을 시작으로 공주시종합사회복지관, 보령노인종합복지관, 홍성군 스마트어르신놀이터까지 지역별 거점을 순차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거점센터가 단순한 교육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 거점은 상설 교육장과 체험존, 상담존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 공간으로 구성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AI·디지털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키오스크와 태블릿, AI 체험기기, 로봇개, AI 로봇 등 다양한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홍성의 경우 기존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를 AI디지털배움터로 개편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새로운 시설을 짓기보다 지역 주민들이 이미 익숙하게 이용하던 공간을 AI 학습 공간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령층이 낯선 교육기관을 찾기보다 평소 방문하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천안과 아산의 경우 우체국을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우체국은 지역 주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 인프라다.
공주의 사회복지관과 보령의 노인종합복지관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이 필요한 시민들이 별도의 학습 공간을 찾아 이동하기보다, 일상 속 생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AI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 교육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의 교육 인프라가 ‘얼마나 많은 교육장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AI 시대의 교육 인프라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시민과 기술을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거점센터에 마련되는 상담존 역시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시민들은 단순히 교육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설정이나 인증서 발급, 앱 설치, 계정 관리처럼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충청남도는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교육과 상담, 체험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결국 AI디지털배움터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지역사회의 AI 접근성을 높이는 생활 플랫폼에 가깝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궁금한 점을 상담받고, 직접 체험하며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도서관이 지식 접근성을 높였다면, AI디지털배움터는 AI 접근성을 높이는 새로운 공공 인프라인 셈이다.

AI 시대,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접근성

AI 기술은 앞으로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생성형 AI는 이미 일상 속으로 들어왔고, 에이전트형 AI는 사람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피지컬 AI가 로봇과 결합해 현실 세계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술 혁신의 속도가 곧 사회 전체의 변화 속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하지만, 어떤 사람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한다. 특히 고령층과 농어촌 주민, 디지털 취약계층은 기술 발전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AI 시대의 디지털 격차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전에는 인터넷 접속 여부나 스마트폰 보유 여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AI 기반 서비스를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건강보험 서비스를 이용하며, AI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능력이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방정부의 역할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 지방정부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시민들이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과 체험, 상담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충남 AI디지털배움터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사업은 단순히 AI 교육 과정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을 설계하고, 교육이 필요한 주민을 직접 찾아가며, 생활 속 공간을 학습 공간으로 전환하고, 공공서비스 활용 능력까지 지원한다. AI 시대의 디지털 접근성을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인 셈이다. 특히 충청남도의 사례는 AI 교육을 정보화 사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지역 혁신 전략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는 특정 전문가만의 기술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활용해야 하는 생활 기술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과제 역시 명확하다. 더 많은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충청남도가 구축하고 있는 AI디지털배움터는 바로 그 출발점에 서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시민의 활용 역량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역량은 교육과 접근성,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 체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충청남도의 시도는 AI 시대 지방정부가 시민과 기술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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