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AI를, 왜 사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지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AI 활용 사례 목록(AI Use Case Inventory)을 통해 각 기관의 AI 활용 현황과 위험관리 체계를 공개하고 있다. AI 활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도화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AI 행정을 준비하는 우리 지방정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에, 미국 연방정부의 AI 활용 사례 목록을 중심으로 AI 활용 사례를 투명하고 책임성있게 관리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공공기관은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이런 사례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을까? 미국 연방 정부는 AI 활용 사례 목록(AI use case inventories)을 체계적으로 작성하고 공개하여 AI 활용의 효율적인 관리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목록은 공공기관이 AI 시스템을 언제, 어떻게, 왜 개발·도입·활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AI 활용 사례 목록은 정기적으로 관리되는 보고서 또는 정보 저장소(repository)의 형태를 띠며, 많은 경우 연례 보고서로 발간된다. 여기에는 각 기관이 사용하는 AI 도구의 목적과 활용 방식, 시스템의 학습 및 운영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유형, 시스템의 테스트 방법, 그리고 해당 도구의 개발 및 도입 과정과 관련된 기타 정보가 포함된다.
연방정부의 AI 활용 사례 목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3960호에 의해 이미 2020년 12월부터 모든 연방기관에 AI 활용 사례 목록 작성 및 공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었고 2022년 12월에는 초당적 지지를 받은 「Advancing American AI Act」를 통해 법제화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행정명령 14110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AI 활용 사례 목록 정책을 더욱 강화하였다. 즉, AI 활용 사례 목록에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 요건의 확대, 개인의 권리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AI 시스템(“rights-impacting” 및 “safety-impacting” AI)에 대한 추가 보고 의무를 부과하였다. 그리고 AI 및 AI 관련 전문 인력의 대규모 채용 확대 등이 포함되었다. 미국 연방 정부기관의 AI 활용은 트럼프 정부의 AI 활용 사례 목록 작성을 의무화하면서 의미있게 증가하였다. 특히 이러한 증가의 일부 원인은 2024년과 2025년 행정관리예산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이 보고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행정관리예산국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은 무엇이고 AI활용 사례 목록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를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2025년 AI 활용 사례 목록 데이터 중에 일부를 분석하여 미국 연방정부는 어떤 단계에 와있고 실제로 어떻게 AI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지방정부에 주는 함의를 제안하고 한다.
2024년 8월 행정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이 보고해야 할 AI 활용 현황과 위험관리 정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실무 지침을 발표하였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모든 기관은 AI 활용 사례(use cases)를 연례적으로 목록화하고, AI의 목적·효과·데이터·코드·인프라 현황 등을 보고해야 하며, 특히 시민의 권리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AI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험관리 및 평가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가이드는 AI 활용 사례를 권리영향(rights-impacting) AI와 안전영향(safety-impacting) AI로 구분하고, 영향평가, 실환경 테스트, 지속적 모니터링, 차별 완화, 공공 참여, 이의제기 절차 등 M-24-10에서 요구하는 위험관리 조치의 준수 여부를 체계적으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연방정부 차원의 AI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25년 수정된 연방관리예산국 AI 보고 지침은 연방기관의 AI 활용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지만, 2024년처럼 모든 AI 활용 사례를 개별적으로 보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용 기성품(COTS: Commercial Off-The-Shelf)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일반적인 AI 활용 사례에 대해 새로운 “통합 보고(Consolidated Reporting)” 범주를 도입하였다. 또한 AI 위험관리의 초점을 기존의 “권리영향(rights-impacting)” 및 “안전영향(safety-impacting)” AI에서 “영향이 큰(high-impact) AI”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이러한 영향이 큰 AI에 대해서만 영향평가, 사전 테스트, 독립적 검토, 지속적 모니터링 등 위험관리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였다. AI가 현대 소프트웨어에 광범위하게 통합됨에 따라, 이러한 활용 사례를 별도로 묶어 보고함으로써 기관의 보고 부담을 줄이고, 개별 보고 대상은 기관의 혁신적이고 영향이 큰 (high-impact) AI 활용 사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아래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연방기관이 행정관리예산국의 지침에 맞게 제출한 2023년부터 가장 최근인 2025년까지의 AI 활용 사례 목록을 데이터, 지침등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공동협업 플랫폼인 Github에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https://github.com/ombegov/2025-Federal-Agency-AI-Use-Case-Inventory).
| 그림 1 | 2025년 연방정부 AI 활용 사례 목록
데이터 폴더에 들어가면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연방기관이 제출한 AI 활용 사례를 통합한 원데이터를 엑셀과 CSV파일 형태로 제공하고 특히 2015년부터는 상용 기성품 AI 활용을 포함하는 통합 보고(Consolidated Reporting) 데이터가 추가 되어 있다.
| 그림 2 | 2025년 연방정부 AI 활용 사례 데이터
2026년 미국의 부르킹스 연구소에서는 미국 연방정부의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의 AI 활용 사례 목록을 분석하여 발표하였다(Wirtschafter, 2026). 핵심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더 많은 연방정부 기관이 더 많은 AI활용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2023년에는 710개 사례를 보고 했는데 2025년에는 3,611개의 사례를 보고 하고 있어 약 5배 급증하였다. 참여하는 연방기관 또한 2023년 21개에서 2025년에는 41개로 확대되었다.
AI 활용 사례 목록에 포함된 연방기관의 수는 증가하였지만 AI도입은 소수의 대규모 연방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2025년 기준 만 오천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대규모 연방기관은 기관당 평균 211건의 사례를 보고한 반면, 천명이하의 소규모 기관은 평균 5건에 그쳤다.
AI를 활용하는 주요 분야는 연방기관에 관계없이 행정 업무 효율화였고, 기관에 따라 복지 혜택 전달(사회보장국), 법 집행(국토안보부 및 법무부), 의료 서비스(보훈부) 등 핵심 임무 수행에도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25년도 AI활용 사례 목록에 있는 30개 이상의 질문 중에 하나는 연방기관들의 각 AI 활용 사례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물어 보고 있다. 연방기관은 각 AI 사례에 대해 개발 도입 준비(pre-deployment), 실제 운영(deployed), 시범 운영(pilot), 또는 완료(retired) 단계인지 보고해야 한다. AI 활용 사례는 사전 운영 단계(41.0%)로, 연방기관들이 현재 AI를 실제 운영보다는 개발·도입 준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운영 중인 AI는 28.8%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지만, 아직 전체의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범 운영 단계(12.2%)의 비중도 높아, 많은 기관이 AI를 제한된 환경에서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완료된 사례(8.7%)는 AI 프로젝트의 실험과 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전 운영과 시범 운영이 53.2%를 차지하여, 연방정부의 AI 포트폴리오는 아직 확산·성숙 단계보다는 탐색과 전환 단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관별 분석 결과는 연방기관 간 AI 성숙도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NASA의 AI 포트폴리오는 주로 개발·도입 준비 단계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어 실험과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보훈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는 실제 운영 단계 AI 활용 사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AI가 조직 내에 보다 성숙한 형태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에 비해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와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는 상당수의 AI 활용 사례가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전면적인 도입에 앞서 성능 검증과 효과 평가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 NotebookLM의 도움을 받아 2025년 연방기관 AI 활용 사례(약 3,600건)를 직접 분석한 결과, AI는 주로 문서 및 텍스트 처리, 데이터 분석, 업무 자동화, 정보 접근성 향상, 그리고 사이버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 활용 목적은 문서·텍스트 처리(Document/Text Processing)로, 약 1,186건의 활용 사례에서 확인되었다. 여기에는 문서 검토, 보고서 요약, 정보 추출, 분류 및 검색 등이 포함된다. 이는 연방정부가 AI를 활용하여 방대한 행정 문서와 기록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많이 나타난 활용 목적은 데이터 분석 및 예측(Data Analysis/Prediction)으로 약 1,000건의 사례에서 확인되었다. 기관들은 AI를 활용하여 위험 탐지, 이상 징후 식별, 예측 모델링, 의사결정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분석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업무 자동화 및 워크플로우 개선(Operations/Workflow Automation)과 관련된 활용 사례가 약 951건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들은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행정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조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한편, 정보 접근성 및 고객 서비스 개선(Customer Service/Information Access)과 관련된 활용 사례는 약 65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대국민 서비스 개선, 정보 검색, 질의응답 지원, 사용자 경험 향상 등 서비스 전달 체계의 혁신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사이버보안(Cybersecurity/IT) 관련 활용 사례는 약 239건, 영상·이미지 분석(Image/Visual Analysis) 활용 사례는 약 300건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는 현재 연방기관의 AI 활용이 첨단 감시나 자율 의사결정보다는 행정 업무 지원과 정보 처리 역량 강화에 집중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 연방정부의 AI 활용은 인간 의사결정을 대체하기보다는 공무원의 정보 처리, 분석, 문서 관리 및 업무 수행 능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공공부문 AI가 "대체(substitution)"보다는 "증강(augmentation)" 전략에 기반하여 도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AI가 조직의 생산성과 정책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디지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은 지방정부가 AI 거버넌스의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시민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각기관이 AI 활용 사례 목록을 제작하고 공개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특히 민주주의와 기술 연구소(Center for Democracy and Technology)에서 최근에 제안한 체계적인 AI 활용 사례 구축을 위한 내용은 지방정부의 담당자와 관리자가 참고할 만할것 같아서 아래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소에서는 크게 AI 활용 사례 목록의 구조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Anex-Ries, 2024)
구조적(structural) 측면에서 지방정부는 모든 부서의 AI 활용 사례를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할 수 있는 전담 조직과 책임자를 지정해야 하며, 표준화된 보고 양식을 통해 기관 간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목록은 연례 보고에 그치지 않고 신규 AI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업데이트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일반 시민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검색 가능하고 기계 판독(machine-readable) 가능한 형식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내용적(content) 측면에서는 단순히 AI 시스템의 존재 여부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AI의 목적, 기대효과, 사용 데이터, 개발 및 조달 방식, 위험 수준,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조치, 인간 감독(human oversight) 체계, 그리고 위험 완화 전략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AI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민 집단과 예상되는 정책적·행정적 영향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와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는 AI 활용 사례 목록을 단순한 정보공개 수단이 아니라 시민 참여와 학습을 위한 거버넌스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례 목록 설계 이전에는 시민,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례 목록 공개 이후에는 설명회, 워크숍 등을 통해 시민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AI 활용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과 공공 신뢰를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효과적인 AI 활용 사례 목록은 단순한 목록 작성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AI 거버넌스 역량을 제도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표준화된 보고 체계, 포괄적 정보 공개, 책임성 확보를 위한 관리 체계, 그리고 지속적인 시민 참여 메커니즘을 결합한 통합적 접근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 Anex-Ries, Q. (2024, July). Best practices for public sector AI use case inventories. Center for Democracy & Technology. https://cdt.org/insights/best-practices-for-public-sector-ai-use-case-inventories/
• Wirtschafter, V. (2026, April 15). Assessing the state of AI adoption across the federal government. Brookings Institution. https://www.brookings.edu/articles/assessing-the-state-of-ai-adoption-across-the-federal-gover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