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D 아카데미
한국지역정보개발원(개발원)의 ‘지방정부 AX 역량 강화 특강’, 그 두 번째 시간이 지난 5월 27일 열렸다. 김기병 경기도 AI국장이 연사로 나선 이번 특강은 경기도의 AI 행정 혁신 사례와 공공부문의 AI 전환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강은 AI 기술 자체보다, 공공이 AI 시대를 어떤 방향으로 수용하고 조직의 변화로 연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AI는 이제 특정 산업만의 기술이 아니다. 행정과 복지, 재난 대응, 민원 서비스처럼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공 영역 역시 인공지능을 단순히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조직과 업무 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김기병 국장에 따르면, AI를 둘러싼 변화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의 확산은 행정의 의사결정 방식과 시민 서비스 구조, 조직 운영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방정부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금까지 공공의 역할이 AI 산업을 지원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데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행정 조직 스스로가 AI 기반 환경에 맞춰 업무와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김 국장은 먼저 AI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특히 생성형 AI는 단기간 안에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활용 범위 역시 단순 검색이나 문서 요약을 넘어 의료 상담과 진로 설계 등 생활 지원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공공행정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공공이 AI 산업을 지원하고 규제를 설계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행정 조직 스스로가 AI 기반 업무 환경에 적응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 국장에 따르면, 최근에는 글로벌 AI 산업 역시 ‘AI 활용 중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그는 NVIDIA GTC 2026 등에서 제시된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 개념을 소개한 뒤,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AI가 단순히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AI가 AI를 활용하는 구조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김 국장은 AI 기술의 발전 흐름을 ▲인지 AI ▲생성형 AI ▲에이전트 AI ▲피지컬 AI로 구분해 설명했다. 인지 AI가 정답이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술이었다면,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가장 적절한 답을 확률적으로 생성하는 방식에 가깝다. 최근 주목받는 에이전트 AI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목표를 이해하고 실제 행동과 실행까지 수행하는 형태다.
그다음 단계로 언급된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가 로봇·설비·디바이스 같은 물리 시스템과 결합한 형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AI가 화면 속 정보 처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고 판단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또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고 학습하는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 사례를 소개하며, AI 학습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혁신을 넘어 산업 현장과 노동 구조 전반을 바꾸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이날 강연 내내 ‘AI 전환(AI Transformation)’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AI 기술을 일부 업무에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그는 테슬라와 아마존 사례를 언급하며, AI 시대 조직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속도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문제 발견부터 해결까지 3시간 이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마존 역시 ‘행동 중심(Bias for Action)’ 문화를 조직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역시 예외는 아니다. 김 국장은 앞으로의 AI 정책은 단순 업무 자동화보다 시민의 불편과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도입 자체보다, 이를 기반으로 행정 프로세스와 조직 운영 방식을 얼마나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방향 아래 AI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국장에 따르면, 경기도는 경제부지사를 중심으로 여러 실·국이 함께 참여하는 ‘경기도 AI 혁신행정 추진단’을 운영 중이다. 즉, AI를 특정 부서의 기술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함께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향 아래 경기도는 ‘AI 휴머노믹스’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 ▲산업 ▲도민 ▲행정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로 ‘AI 등록제’를 도입해 공공영역에서 사용되는 AI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AI 조례와 규칙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돌봄·복지 분야 AI 서비스와 AI 교육·인재 양성 사업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실제 AI 활용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기존 복지 행정이 신청 중심이었다면, AI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김 국장의 분석이다.
대표적으로는 부천시의 ‘온마음 AI 복지콜’ 사업은 AI가 복지 대상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실제 풍수해 보험 신청과 채무조정 상담 신청 건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치매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AI를 적용한 경기도는 119 신고 시스템을 마련했다. AI가 외국인 신고자의 통역을 지원하고, 현장 소음과 상황 정보를 분석해 접수자의 판단을 돕는 방식이다. 이로써 경기도는 신고 접수 시간을 단축하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대응 체계를 갖추게 됐다.
김 국장에 따르면, 이러한 성과 뒤에는 공공환경에 맞는 AI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경기도는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외부 상용 AI를 활용할지, 자체 ‘소버린 AI’ 체계를 마련할지를 두고 검토를 이어갔다. 특히 공공기관은 보안 문서와 내부 데이터 비중이 높은 만큼, 데이터 유출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경기도는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권한 기반의 ‘지식 저장소’를 마련해 문서 접근 권한과 AI 학습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공공기관 문서 대부분이 HWP 형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OCR·파싱 엔진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정비한 것이다.
이렇듯, 경기도 AI 플랫폼은 폐쇄형 행정망 안에서 운영되면서도 시스템 구조는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김 국장은 이와 관련, “AI 모델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교체·연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MCP·API 기반 생태계와의 확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공공 AI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긴 예산·발주 구조’를 지목했다. 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공공사업 절차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사업이 실제 추진되는 동안 이미 기술 환경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경기도는 사업 구조와 추진 방식 전반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갔다. 김 국장은 “기존 워터폴 방식 대신 작은 기능을 빠르게 구현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애자일 AI(Agile AI)’ 접근이 필요했다”며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 문제 역시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관리·통제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특강은 AI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이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 실제 행정과 조직 운영 전반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공공 역시 더 이상 기술 변화의 관찰자에 머물 수 없다. AI와 함께 새로운 행정 방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