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트렌드
블록체인 유통의 미래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금융, 식품, 부동산,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등 전산업계와 저널리즘에도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 중개기관인 은행, 카드, 증권사의 역할이 사라지거나 일부 대체될 수 있고, 블록체인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기록하게 되면 이력을 통해 현재의 소유권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유통은 블록체인을 통해 ‘초신뢰 유통’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 보안성, 확장성, 투명성이라는 특징이 유통 과정에 적용되면 상품의 신뢰와 소비자의 안전 보장에 기여할 수 있고, 비용절감과 효율성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블록체인이 유통 산업에 가져올 다섯 가지 혁신에 대해 살펴보자.

발췌_블록체인 트렌드 2022-2023 비즈니스 북스

앞으로 다가올 다섯 가지 혁신
첫째, 블록체인은 유통 과정의 신뢰를 확보해 준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두면 제품의 원산지, 배송 과정, 보관 상태를 비롯한 정보들을 추적할 수 있어 제품의 안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이 진품 여부 확인, 유통 이력 추전과 상호 모니터링에 활용되면 식품과 의약품을 안전하게 유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블록체인은 중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유통 산업의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블록체인 기술만 있다면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거대 플랫폼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글로벌 이커머스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력 추적이나 부가 수입원 같은 보완재로만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플랫폼 거래 수수료 구조를 건드릴 경우 핵심 매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생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 수수료를 아예 없애거나 낮추는 등 중개 비용 절감을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다. 파격적인 유인 요소를 통해 이용자를 모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이커머스 산업 구도에 변화를 주는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지, 글로벌 대기업들의 지배력이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는 도구로 활용될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셋째, 블록체인은 기록을 유지시켜 준다. 정보 기록의 유지와 업체이트의 신속성이 중요한 거래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사 기가 일어날 수 있는 부동산이나 중고품 거래 시장이다. 블록체인 기록을 통해 이력을 추적하면 현재의 소유권 상태와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관리 비용이나 검증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사기를 방지할 수 있다. 허위 매물 등록이나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증 과정도 간소화되고, 소유권 이전 비용의 절감도 가능해진다.
넷째, 블록체인은 윤리적인 소비와 지속 가능한 생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책임 있는 소비를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도 부도덕한 방식으로 채굴되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방지하고, IT와 전기차 산업의 핵심 광물 코발트 채굴 노동에 아이들이 착취되지 않도록 블록체인이 경계병 역할을 하고 있다.
다섯째,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성장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중고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신뢰가 형성되면 중고품 구매자가 전보다 늘어나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가 활성화되고 산업화될 수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재산권이 블록체인 기록 작업을 통해 경제학자 데 소토가 이야기하는 ‘죽은 자산의 살아 있는 자본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면 세계 경제의 성장도 촉진될 전망이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 분야에 적용되더라도 잠재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유형 자산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최초 1마일’ 문제가 대표적이다. 유통 과정에는 블록체인에 기록이 제대로 남더라도 블록체인이 사람과 접촉하는 지점에서는 허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의 입력 상황에서 오류가 생기거나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정보의 디지털 블록체인 입력 과정에서 정보 입력자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중요하며, 이는 IoT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당근마켓’은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할까
중고품 경제는 저성장과 소비 침체, 공유 개념의 확산 분위기 속에 고성장하고 있다. 국내 중고품 거래 시장 규모는 중고차를 제외해도 약 20조 원으로 추정될 정도다. 규모 면에서 국내 편의점 시장만큼 커졌다. 중고거래가 활발한 물품 카테고리로는 패션 잡화, 출산 유아용품, IT기기, 가전제품, 취미용품 등이다. 국내 온라인 중고 거래의 독보적인 커뮤니티인 ‘중고나라’의 월 이용자는 1,000만 명, 모바일 중고거래의 신흥주자 ‘당근마켓’의 월 이용자는 1,5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중고품 시장은 경제학에서 ‘레몬(빛 좋은 개살구)마켓’이라고 부른다. 구매자가 제시한 낮은 가격에는 물건을 팔려 하지 않아 불량품(레몬)만 남기 때문이다. 또 중고품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내놓은 물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불량품을 살 확률이 높다. 국내 인터넷 사기 피해 사례가 중고품 거래 커뮤니티나 사이트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고나라에서는 2021년 블록체인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고거래 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의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중고 판매자와 구매자에 대한 신용 정보 추적, 중고 물품에 대한 신뢰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개인 간에 직접 일어나는 만큼 이러한 분산된 거래 형태는 블록체인의 분산경제 성격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중고시장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이익을 거두었던 판매자는 단기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여 시장이 음성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통해 중고품 시장의 신뢰도가 향상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 시장의 전체 규모도 성장할 것이다. 또한 중고품 판매자가 불량품을 팔거나 판매 물품을 제대로 배송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해당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에 남고 지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거래 시도를 막을 수 있다. 자연스레 중고품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중고거래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고, 기존 제조사들은 기성 중고 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