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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 - 시뮬레이션을 넘어
현실과 가상의 융합

글: 윤경로 건국대학교 스마트ICT융합공학과 교수

디지털 트윈의 정의

2018년 KEIT(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발행한 KEIT PD Issue Report <디지털 트윈 기술 발전방향>에서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란 물리적 객체(자산, 프로세스 및 시스템 등)들에 대한 디지털 복제(쌍둥이)로서, 수명주기 전체에 걸쳐 대상 객체 요소들의 속성/상태를 유지하며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의 동적 성질을 묘사하는 가상의 모델’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1], 2022년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발간한 <디지털 트윈 기술 K-로드맵>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현실 세계를 3D 모델로 가상화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시각화하여 실시간 자동관제 및 시뮬레이션 기반 분석·예측·최적화를 구현하는 융합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디지털 트윈 이란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복제·재현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서비스 생태계를 창출하는 기술융합플랫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2]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발행하는 TTA정보통신용어사전에서는 ‘현실에 존재하는 객체(사물, 공간, 환경, 공정, 절차 등)를 컴퓨터상에 디지털 데이터 모델로 표현하여 똑같이 복제하고 실시간으로 서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3]
이러한 정의들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세계 또는 물리세계 상에 관심의 대상으로서 객체(물리트윈)가 존재하고, 이를 디지털화한 또는 3D 모델로 가상화한 가상 모델(디지털 트윈)이 존재하며, 이 디지털 트윈은 물리트윈의 속성, 상태, 프로세스 등과 같은 동적 성질을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화 되어 있는 모델로 정의할 수 있다. 상기 정의들의 차이는 디지털 트윈과 물리트윈이 실시간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기능의 여부이다.
이를 종합하면 협의로는 현실 개체와 가상 개체 사이의 실시간적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디지털 모델을 디지털 트윈이라고 할 수 있으며, 광의로는 실시간적 상호작용이 없더라도 현실 개체를 디지털 모델로 표현하여 현실 개체의 동적 성질을 묘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역사

1970년 4월 아폴로 13호 달 탐사선에 문제가 생기자 NASA 가 지상센터에 아폴로 13호와 동일한 조건의 탐사선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고 이의 귀환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것을 현대의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는 다르지만 “트윈”이라는 관점에서 최초의 디지털 트윈의 적용사례라고 보기도 한다.[2]
2017년 8월에 발표된 미시건대학교의 M. Grieves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4] 이 개념은 2002년 미시건대학교에서 Product Lifecycle Management(PLM) Center 설립을 위한 강연에서 발표한 “Conceptual Ideal for PLM” 이라고 하는 개념에서 시작하여 2003년 미시건대학교의 PLM 수업에서 “Mirrored Space Model” 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고 2011년 처음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를 NASA의 John Vickers 가 이 개념적 모델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모델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용어는 다르지만 물리 세계에 존재하는 물리트윈,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트윈, 그리고 물리 세계와 가상세계 사이의 데이터와 정보처리로 표현되고 있는 연결 또는 통신을 표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협의의 디지털 트윈의 정의에서 요구하고 있는 주요 3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후 미국 NASA가 2012년 발표한 기술로드맵에서 공식적으로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2010년경부터 우주와 공군 항공기 관련 분야에서 적용되기 시작하였다.[5]

디지털 트윈의 적용과 발전

싱가포르 정부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에 걸쳐 [그림 2]의 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도시 전체를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한 3D 디지털 복제로 만들어 도시계획적 문제들에 대하여 시뮬레이션과 가상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6][7] 이는 도시 규모로 디지털 트윈을 구성한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서울시가 디지털 트윈 사업을 시작하여 2021년 [그림 2]와 같이 서울 전역을 3D로 복제하여 모든 공간정보를 통합한 S-Map을 발표하고 서비스를 시작하였다.[8] 이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여 주택, 교통, 환경 등 도시문제를 분석하고 도시공간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이러한 공간정보의 가상화를 통한 현실세계의 정보 수집 및 시뮬레이션 등에 기반한 공간 계획 등의 활용성과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2023년 6월 23일 국토교통부는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2023~2027)를 확정발표하고, “모든 데이터가 연결된 디지털 트윈 KOREA 실현”이 비전을 내걸고, 국가공간정보 디지털 트윈 구축을 통하여 위치기반 융복합 산업의 활성화와 공간정보 분야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고 하였다.[9]
산업측에서 살펴보면 항공기 엔진 및 발전기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여 앞서 나가기 시작한 기업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플랫폼/솔루션 시장을 선도하여 미국 GE의 Predix와 독일 Siemens의 MindSphere 등은 공장규모의 디지털 트윈을 지원하며 2016년에 이미 각각 연매출 60억 달러와 33억 유로를 달성하였다. 또한 미국의 Ansys 사는 3D 설계, 시스템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주 사업군으로 Ansys Twin Builder 라는 제품도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 Dassault 시스템사 역시 3D 기반 설계, 모델링, 시스템 해석 및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들을 제공하고 있다.[1]
또한 국내에서는 삼성SDS에서 Nexplant 시리즈의 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하여 3D 기반 설계 데이터를 활용하는 3D eXellence 부터 제조 정보의 관리 및 제어를 담당하는 MES, 시뮬레이션 생애주기 관리 솔루션인 SLM 등을 제공하고 있다.[10]
이러한 디지털 트윈 기술의 응용은 조금씩 다른 형태와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다수의 이질적인 디지털 트윈들이 실시간적이고 자율적으로 협력하며 사용자의 개입 없이 필요한 서비스/기능을 제공하고 시뮬레이션과 최적화를 진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단계를 K-로드맵은 [표 1]과 같이 기술발전 5단계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2]

시뮬레이션을 넘어 혁신으로

그리브스 교수가 제시한 초기의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가상으로 제품이나 공정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하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여 제조 공정이나 제품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 후에도 산업계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은 실제 제품을 제조하기 전에 3D 모델링 도구를 이용하여 가상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선하거나 공정을 개선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조에서의 활용 대부분은 현실과 동기화되지 않은 가상세계에서의 독립적인 시뮬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여기서 나아가 스마트팩토리로 진화하며 통합제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이는 다품종 대량 생산과 같이 지속적 생산 품종을 변경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라인 변경 정책 등을 사전 시뮬레이션에 기반하여 수립할 수 있게 하여 최적의 공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생산성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게 한다.
단일 제품 중심에서 제조 공정으로 그 대상을 확장한 디지털 트윈은 공간정보의 디지털화에 기반한 Virtual Singapore, 서울 S-Map, 디지털 트윈 코리아, Earth-2[11]와 같이 한 도시의 디지털 트윈을 넘어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트윈의 구축으로 그 규모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또한 다른 한 편으로 인체의 디지털 트윈 구축을 통하여 사람의 모빌리티에 관한 연구나 의학 분야에서의 연구에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간정보의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공간 관리 차원을 넘어서 바람, 날씨, 기후, 재난 등으로 이어지는 자연과 인공의 건축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지구상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목적에 따라 최적화를 추진할 수 있게 한다.
현실의 정보와 연결되고 디지털 트윈에서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기반하여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의 현실 융합형 디지털 트윈은 우리 일상의 모든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거나 이상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구, 지속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1] 이광기, 유호동, 김탁곤, “디지털 트윈 기술 발전방향,” KEIT PD Issue Report, Vol. 18-9, pp. 75-97, 2018년 9월
[2] 정득영 외, “디지털 트윈 기술 K-로드맵 ver 1.0,” 정보통신기획평가원, 2021
[3] 정보통신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http://terms.tta.or.kr/main.do
[4] Michael Grieves and John Vickers, “Digital Twin: Mitigating Unpredictable, Undesirable Emergent Behavior in Complex Systems,” Transdisciplinary Perspectives on Complex Systems - New findings and approaches, pp. 85-113, Springer, 2017
[5] Glaessgen, E. H., & Stargel, D. (2012). The digital twin paradigm for future NASA and US airforce vehicles. AAIA 53rd Structures, Structural Dynamics, and Materials Conference, Honolulu, Hawaii
[6] Virtual Singapore, https://www.sla.gov.sg/geospatial/gw/virtual-singapore
[7] Singapore Geospatial Master Plan, 2018, https://www.sla.gov.sg/qql/slot/u149/initiatives/Singapore-Geospatial-Master-Plan.pdf
[8] S-Map, https://smap.seoul.go.kr/
[9] 국토교통부,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 2023. 06
[10] https://www.samsungsds.com/kr/resources/list/nexplant-resource.html
[11] NVIDIA, A41326 Earth-2: Digital Twins for Weather and Climat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