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술 발전의 변화와 도시

기술의 발전과 혁신은 도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촉매제이자 사회경제적 변동을 가져오는 시발점이다. 지금의 도시는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통하여 많은 제약을 극복하고 성장해왔다. 기계, 자동차, 철도, 전기, 석유, 분업화, 자동화 등 다방면의 기술혁신은 사회경제 전 분야에 확산되었으며 보다 효과적인 생산과 더 많은 편익을 도시에서 가능하게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모여들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주택, 교통, 보건, 기반시설 등 새로운 도시문제들이 나타났으나 인간은 기술을 이용한 사회경제적 체계의 변화와 합리적인 도시계획적 대응을 통해 극복해왔다.
최근 인터넷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술 발전과 혁신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사회경제적 삶의 양식을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변화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혁신적 기술이 사회경제 전 부문으로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사회경제의 틀을 구성하는 체계 역시 새로운 틀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가 산업화 이후 삶의 공간이라고 여겨왔던 도시를 더 나은 형태로 발전시킬 것이다.
기술 발전과 혁신의 변화는 반드시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기술 발전과 혁신의 과정에서 그래왔듯이 기술은 기존의 인간 활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간의 기술발전은 인간이 지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초점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최근의 기술발전과 혁신은 인간이 지닌 지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전하고 있다. 초연결성과 융합, 끊임없는 정보의 생산과 최적화 과정은 인간에서 기계로 대체가능한 영역을 확장시킬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집단이 등장할 것이며 새로운 중산층 집단이 등장할 것이다. 기술이 사회로 확산됨에 따라 생활양식 역시 변화할 것이며 이에 따라 도시 공간 역시 변화할 것이다. 가상 공간의 등장은 현실 공간과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며 지금과는 다른 집중과 분산의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안전과 관련해 새로운 영역에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며 지금과는 다른 정부의 대응형태 역시 요구될 것이다.
최근 많은 국가와 도시들은 이같은 기술발전과 혁신에 대해 적응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시티 정책이다. 스마트 시티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공통된 특징은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이 가져오는 다양한 신기술을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토대를 도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도시의 기존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초점이 있다. 새로운 기술발전과 혁신에 대한 대응으로서 스마트 시티 정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 국가의 주요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스마트 시티를 넘어서 스마트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2. 주요 국가들의 스마트 국가(시티) 정책 추진 현황¹⁾

미국의 스마트 국가 정책은 경제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인 미국혁신전략으로부터 도출되었으며 지역단위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2015년 스마트 시티 이니셔티브는 미래 신산업을 연계해 도시 단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스마트 시티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교통혼잡, 범죄, 재난대응, 공공서비스 등에 있어 스마트 시티 관련 기술 및 시스템을 사용하고 민간 주도로 미래기술과 연계한 신산업 발굴을 촉진하고 있다. 도시가 기술의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도록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및 보안에 대한 정부의 투자 강화와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과 산업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에너지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영역에서 확장을 시도하는 국가차원의 성장 로드맵이다.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낮은 적용성과 비효율이 존재하였던 중소기업, 서비스 산업, 농림수산업 등을 혁신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로봇, 자동차, 산업 데이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건강 증진 및 수명연장, 이동 수단의 혁신, 쾌적한 도시 인프라 조성, 핀테크, 공급사슬 개선 등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이 야기한 사회문제인 격차, 공해, 공공서비스 불평등, 교통체증, 사회안전 등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성장동력의 수단으로 스마트 시티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여러 유형의 시범도시를 건설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데 국가스마트시티 시범도시와 광대역중국시범도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스마트 시티는 주로 IT 혁신기업과 협력을 통해 개발 및 적용의 레퍼런스 모델을 구축하고 다른 도시에 진출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주1) 스마트시티 종합포털(smartcity.go.kr)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더 많은 정보는 웹페이지를 참고바람.

3.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 이니셔티브 개요²⁾

2014년 이후 추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 이니셔티브는 디지털 기술과 혁신을 이용하여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기술의 혜택이 시민들의 삶과 사회 전역으로 전파될 수 있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스마트 네이션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국가성장과 발전의 기준을 디지털 기술을 중심에 두겠다는 것이며 기술 혁신의 활용성을 높여 사회 전 영역에서 수용성을 높이겠다는데 초점을 둔다. 이는 단순한 도시 건설 사업 혹은 인프라 확장 사업이 아니라 건강, 교통, 도시 솔루션, 금융, 교육 등 전 영역에서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 이니셔티브는 디지털 사회, 디지털 경제, 디지털 정부라는 세 가지의 핵심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1) 디지털 사회³⁾
디지털 사회는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Digital Readiness Blueprint라는 전략계획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누구나 기술에 대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며, 이러한 디지털 기술에 대해 지역사회와 기업이 손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촉진시키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는 사회 전 부문으로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고 자리잡는데 반드시 요구되는 포용성과 보편성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이 디지털 방식으로 참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설계와 더불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복잡한 디지털 환경을 잘 탐색할 수 있는 노하우를 포함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으며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일상 활동에 필요한 기본적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기술 세트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쇼핑 및 뱅킹, 전자 지갑, 정부서비스에 대한 접근, 사이버 보안 등을 포함한다. 또한 민간 부문의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적용성을 위해 커뮤니티와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지원한다.

(2) 디지털 경제⁴⁾
디지털 경제는 기술을 활용하여 산업과 경제의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비즈니스 성장의 기회를 촉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고 투자를 유치하여 경제를 발전시키는 촉매제로 디지털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ACT(Accelerate, Compete, Transform)의 전략을 통하여 디지털 부문을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Accelerate 전략은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디지털 기술을 업무의 전 영역에 걸쳐 채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전략은 중소기업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디지털화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한다. Compete 전략은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기업이 창발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한다. Transform 전략은 인포콤 미디어부문에서 차세대 디지털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몰입형 미디어 기술, 사물 인터넷, 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을 포함한다. 신기술과 관련된 로드맵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신산업을 개척한다. 디지털 경제를 확산하는데 중소기업을 지원한 SMEs Go Digital, OTT를 포함하는 미래 미디어 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신산업지구로서 Punggol Digital District 개발 등을 포함한다.

(3) 디지털 정부⁵⁾
디지털 정부는 포용적이고 원활하며 개인별로 맞추어진 정책과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여섯 가지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시민과 비즈니스 요구에 따른 서비스 통합이다. 이는 정부가 사용자 중심 접근 방식을 이용하여 공공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소요되는 행정절차와 양식을 디지털화를 통해 간소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두 번째 전략은 정책, 운영, 기술 간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다. 부족한 자원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서비스의 수요에 맞는 포괄적인 디지털화 계획을 만들고 우선순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개발과 분석, 프로세스 등에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세 번째 전략은 정부의 ICT 기반시설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는 것이다. 시스템 간 상호운영, 공통의 오픈 소스, 비용효과적인 접근 등을 통해 정부의 서비스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 번째 전략은 신뢰성 있고 탄력적인 그리고 안전한 시스템 운영이다. 여기에는 사이버 보안 전략의 개발과 모니터링, 탐지 등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전략은 혁신을 추구하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전략은 시민, 기업과 함께 기술을 창조하고 채택하는 것이다. 주2) ‌싱가포르 스마트 네이션 홈페이지(https://www.smartnation.gov.sg/)
주3)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Digital Readiness Blueprint.
주4) INFOCOMM Media Development Authority. Digital Economy Framework for Action.
주5) ‌Digital Government Blueprint “A Singapore government that is digital to the core, and serve with heart”

스마트 시티 성공의 핵심은 기술 혁신과 개발 그리고 기술의 사회적 확산이다.
기술의 단순한 적용이 아닌 디지털 기술, 혁신적 기술이 사회 전 영역과 민간 부문에 어떻게 도입되고 확산되어
삶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나타날 수 있는지 전망되는
미래가 스마트 시티의 모습이어야 한다.
스마트 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사회적 확산이며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4. 우리나라 스마트 시티 시사점

우리나라 스마트 시티는 2009년 유비쿼터스 도시종합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며 2017년부터 스마트 시티로 정책을 전환하여 추진하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 5-1 생활권의 국가시범도시, 거점형·강소형 스마트 시티 조성, 스마트 시티 솔루션 확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각 지역별 스마트 도시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와 계획에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보통신 기술의 도입과 인프라 확충이 핵심적인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아직 많은 사업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스마트 시티가 기존 도시와 어떻게 차별화된 모습으로 그려질 것인가는 다소 모호하다.
타 국가의 스마트 시티, 싱가포르 스마트 네이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마트 시티 성공의 핵심은 기술 혁신과 개발 그리고 기술의 사회적 확산이다. 기술의 단순한 적용이 아닌 디지털 기술, 혁신적 기술이 사회 전 영역과 민간 부문에 어떻게 도입되고 확산되어 삶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나타날 수 있는지 전망되는 미래가 스마트 시티의 모습이어야 한다. 스마트 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사회적 확산이며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공급자 중심의 기술 개발은 수요와 매칭되지 못하며 민간 부문에서 채택되지 못하는 일방적 기술은 효과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지도 못한다.
도시 문제와 유리된 기술, 하드웨어 중심의 물리적 개발에 초점을 둔 청사진, 기술의 확산을 저해하는 구시대적인 규제 등은 그 어떠한 것도 변화시킬 수 없는 스마트 시티이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스마트 시티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혁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혁신의 사회적 확산을 위한 포용성 그리고 기술의 민간 부문 적용성 확대라는 과제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