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방자치의 산실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설립 이후 38년 동안 지방자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등 지방 분권이 강화되는 이 때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김일재 원장에게 지방행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역정보화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1984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지방행정, 지방재정 및 지역발전 분야 연구를 선도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2014년에는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를 설치하여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신규 지방투자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에 강원혁신도시(원주)로 이전한 이후에도 정책연구 및 조사사업, 국내외 연구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 등을 통해 ‘2017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4위에 선정되는 등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0년 12월에 연구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저는 연구원장에 부임하기 전에 약 30년간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근무를 비롯해 유엔경제사회처(UNDESA) 파견 근무 등 국내외의 다양한 행정경험이 있어 이를 활용하고, 연구원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장으로 부임한 이래 ‘목요혁신포럼’과 ‘제안제도’ 등을 신설하였는데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발제내용이 연구원의 해묵은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감은 물론 미래의 발전방향을 도출해 내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역사는 어쩌면 한국 지방행정의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시읍면 자치에서 시군구 자치로 전환되었던 시기,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자치가 부활되던 시기와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을 선출하여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출범하게 되었던 시기에도 연구원은 늘 함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 로드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과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의 출범도 지방분권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앞서 언급한 변화에 준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진정한 지역주도의 균형발전 시대, 혁신성장 기반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지역 고유의 특성 극대화” 3가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강화, 의회 자율권 확대 등 자치단체의 권한을 확대하고 지방의 자주재원 확대 등 지자체의 재정력을 대폭 강화할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분권적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추진에 대단히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해 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상당한 성과도 이루었습니다만, 지역 균형발전의 현주소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2019년 말을 기점으로 전국 인구 가운데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으며 지금도 증가세에 있습니다. 21년 10월에 발표한 지방소멸위기지역도 전국 기초 지자체 226개 가운데 89개에 이르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은 일부 부처나 몇 사람의 힘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기 어려운 만큼 범정부적, 중앙지방간, 민·관간 협업을 통해 현장감응형 과제, 지역 경쟁력 제고 과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정책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고향사랑기부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작년 고향사랑기부금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23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수도권 인구는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는 등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감소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청년인 구의 유출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지역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진행 상황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좀 더 체계화되고 보완 발전되면 지방재정 확충, 지역에 대한 관심 증대, 지역의 관계인구 형성, 지역 균형발전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도는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 제공(지역 특산품 제공 및 판로개척) → 답례품 수요 증가(지역 농특산물의 홍보, 관광객 방문 증가) →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 지역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별로 차별화된 답례품 발굴과 관계인구 형성 등 적극적인 제도 활용은 물론, 추후 법령의 보완을 통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은 여러 측면에서 지방행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선, 지방자치의 다양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 통치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기관구성 다양화 조문의 신설, 시군구 특례제도와 특례시 도입은 획일적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역할, 구조 등을 지역에 맞게 다양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의 시작입니다. 둘째, 지 방자치 상호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특별지방자치단체의 도입 등이 그와 같은 예로, 여러 지역이 연합하여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셋째, 지방의회 독립성의 강화입니다. 지방의회의 독립성은 기존에 상당히 오랜 시간 논의됐지만 미루어져 왔습니다. 이번 전부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인사권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도입 등이 법제화되면서, 지방의회의 오랜 염원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와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처럼 1단계 법적인 기반은 마련되었으나, 이를 어떻게 지역 실정에 맞게 실행해나갈 것인가, 향후 법령은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제도적인 변화가 주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지방행정을 둘러싼 거시적 환경변화 중 핵심적인 요인으로 언급되어 온 것도 이제 약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반에 지방행정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탐색적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지만, 이제는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 품질 제고, 효율적인 지방행정 업무수행 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원서비스에서 AI 및 빅데이터의 활용이 이루어지고, 관광•문화•일자리 등 지역산업과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적인 사업기획 단계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효율적•합리적인 조직•인사를 위해 데이터에 기반한 방법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지방행정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과 운영체계 개선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방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에 가장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새 정부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우 시의적절한 과제입니다. 저희 연구원에서도 디지털 지방정부와 관련하여 데이터 기반 정책평가 체계 연구, 지방자치단체 플랫폼 정부의 효과적인 운영 방안 연구 등의 과제가 진행 중입니다..
저희 연구원에서는 2020년 2월부터 지역정보센터를 신설 운영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디지털 시대에 알맞은 역량을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간 연구과제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 경영정보시스템 고도화, 국가균형발전 종합정보시스템(NABIS) open API 연계, 연구과제 주제별 분류를 통한 대국민 서비스 향상 등을 추진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지역정보센터에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우수 정책사례를 DB화하여 제공할 계획입니다. 향후에도 관계기관 등과 협력하여 지방행정에 도움이 되도록 풍부한 지방 연구보고서와 우수 정책사례를 수집, DB화하여 가칭 ‘지방행정 디지털 집현전’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빅데이터 분석, 공간정보시스템(GIS) 분석 등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최신 분석 기술을 활용한 연구와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연구의 품질을 높이고, 지방정부의 데이터 기반 행정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최근 한국지역정보개발원, 한국부동산원, 한국관광공사, 지방4대 협의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이 활발히 추진중에 있습니다.
지방행정은 복합행정이고 관련 지식과 정보가 홍수와 같이 사방에 넘쳐납니다. 정부의 국정과제, 각종 공모사업, 각 부처 혹은 국정과제위원회의 정책 발표, 다른 지자체의 행정사례, 국 제적 동향, 민간 전문가의 의견 등등....
문제는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종합하여 당면현안 해결과 미래발전을 위해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소위 ‘기획’이 필요합니다. 기획관리실과 사업부서가 흩어진 정보와 역량을 모아 ‘구슬을 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간 단위, 월간 단위 종합전략 기획을 통해 지방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구체적인 성과 창출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년에 한 번은 집단지성을 통해 미래 발전의 마스터플랜을 만들거나 적어도 연동계획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3년,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면서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미래 청사진은 당연히 매년 시행계획을 통해 구체화 되어야 합니다.
지자체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기획을 위해서는 현장과의 소통,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지식정보의 수집과 체계화, 특히 지자체에 설치된 지방연구원과 지역대학 등 싱크탱크와의 연계협력 강화가 중요합니다. 협업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입니다.
올해는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이 제시되고, 민선 8기 지방자치가 시작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희 연구원도 국정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인구감소지역 지원방안, 고향사랑기부제도 실행방안, 기회발전특구 도입방안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특히 디지털플랫폼 지방정부 구축방안, 메타버스 도입·활용방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에 관한 연구와 사업을 추진하여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지방자치단체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연구원은 올해 ‘메타버스 연구회’를 신설하여 공공 및 민간부문의 메타버스 운영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활용 가능한 정책 방안들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사례 데이터를 종합하고 연구원의 연구보고서도 더욱 풍부하게 DB화하여 ‘지방행정 디지털 집현전’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연구원은 작년에 처음으로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경영혁신 및 중기 발전계획’(2022-2026)을 수립한 바 있는데, 금년에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내외부 여건을 고려하여 더욱 내실있게 보완하여 미래 발전의 청사진을 만들 것입니다.
올해로 연구원이 원주로 이전한 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서울에서 원주로 이전할 당시 연구원 운영에 대해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연구원 내부의 노력과 외부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으로 우수한 연구인력과 행정인력이 충원되고 있고 좋은 연구과제와 창의적인 사업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 연구원은 지방자치제도 및 정책, 지역경제 활성화, 미래 지역개A발 등 지방자치 발전을 지원하는 연구사업 진행과 함께, 지방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국내·외 협력 등 미래지향적 사업을 추진하여 우리나라 지방자치 및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고, 구독자 여러분 모두 항상 행복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