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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 SMILE

지금 세상은

다시 주목받는 스낵컬처,
짧고 빠르게 즐기는 ‘콘텐츠 간식’의 시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영상을 접하게 된다. 길어야 1분, 짧으면 몇십 초면 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짧은 영상으로 ‘공감’도 되고 ‘휴식’도 된다. 예컨대 ‘1분 만에 현웃!’ ‘짤 하나로 하루가 리셋된다’와 같은 말이 일상화됐다. 아주 짧은 순간에 본능적인 재미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늘어난 것이다.

  • 글_편집실

초 단위 몰입의 시대, 이유 있는 귀환

‘스낵컬처(Snack Culture)’는 모바일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등장한 개념이다. 처음에는 13분짜리 웹드라마, 에피소드형 웹툰이나 짤방, 짧은 칼럼 등으로 소개됐지만, 현재는 더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으로 대표되는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는 보통 1~3분 분량의 영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몰입을 유도하며 소비자의 눈과 시간을 사로잡는다. 플랫폼들은 짧은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를 부추기고, 제작자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점점 더 압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위기다.
스낵컬처가 다시 주목받는 데는 지금의 콘텐츠 소비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사용하는 일상 도구가 되었고, 대중은 긴 영상을 보기 전에 짧은 하이라이트부터 클릭한다. 통계에 따르면 10~30대의 하루 평균 숏폼 콘텐츠 시청 시간은 40분을 넘어섰다. 특히 Z세대는 콘텐츠 소비의 ‘속도’와 ‘직관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스낵컬처를 단지 ‘짧아서 편한 콘텐츠’가 아니라 ‘짧아서 더 강한 콘텐츠’로 인식되곤 한다. 감정 전달, 정보 전달, 웃음과 공감까지도 모두 몇 초 안에 해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1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스낵컬처’라는 말이 2020년대 중반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짧고 가볍게 소비되는 문화 콘텐츠, 말 그대로 ‘간식처럼 즐기는 문화’가 다시금 우리 일상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전략에 따른 재부상, 그리고 그 이면

플랫폼 전략 또한 이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는 쇼츠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으며, 틱톡은 짧은 영상으로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문법을 다시 썼다. 인스타그램의 릴스, 네이버의 쇼츠, 카카오의 짧툰 등도 모두 스낵컬처에 기반한 콘텐츠 구조를 강화한다. 심지어 뉴스조차도 제목과 1문단 요약, 30초 클립으로 소비되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콘텐츠의 제작 방식, 유통 구조, 기획 전략까지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물론 스낵컬처의 확산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콘텐츠의 맥락과 깊이는 자주 생략되며, 감정은 얕아지고 자극에는 무뎌지기 쉽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향도 강해지며, 몰입보다는 피로가 쌓이는 경험을 남기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남는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은, 콘텐츠 과잉 시대의 그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깊은 경험의 통로 되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낵컬처는 완전히 사라지거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지금은 ‘롱폼’ 콘텐츠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짧은 쇼츠 영상이 긴 본편 콘텐츠로의 유입 경로가 되며, OTT 플랫폼에서도 하이라이트 영상이 시청자를 정주행으로 이끄는 전략이 활용된다. 과거에는 ‘짧은 콘텐츠’가 긴 콘텐츠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짧은 콘텐츠가 하나의 ‘입구’가 되어 깊이 있는 경험을 이어주는 통로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스낵컬처가 단순한 문화 소비 트렌드를 넘어서, 콘텐츠 생태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용자는 점점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플랫폼은 이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며, 제작자는 더 치밀한 기획과 빠른 제작을 요구받는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콘텐츠를 ‘잘’ 소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스크롤‘만’ 하고 있는가?” 스낵컬처의 시대,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길이가 아니라 그것이 남기는 인상과 여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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