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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
지금은 워케이션 시대

글: 편집실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응시하며 노트북을 펼치고 업무를 시작한다.
책상 너머로 푸른 소나무 숲과 넘실대는 파도가 마음의 위안을 준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의 ‘워케이션’ 얘기다.
휴양지에서 근무하고 휴식까지 즐기며 일하는 워케이션이 뜨고 있다.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워케이션 붐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의 시대를 지나면서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뉴노멀을 남겼다. 기업이 추구하는 업무 스타일에도 일대 변화가 일었는데, 유연근무와 재택근무의 확산, 디지털화의 급속한 진행 등이 그 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나고 있다.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최근 여러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앞다투어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일하면서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워케이션의 부상은 관련 조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 간 빅데이터 및 전문가 심층 인터뷰, 여행소비자 설문을 기반으로 분석해 발표한 2022 국내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워케이션' 과 '한달살기'의 월평균 소셜 데이터 언급량은 2020년 1월~2021년 1월과 비교해 2021년 2월~9월까지 1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2020~2021년 구글과 네이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워케이션의 검색 조회수는 워케이션 상품 개발이 본격화된 2021년에 전년 대비 300%나 증가했다. 실제로 핀테크사를 위주로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 도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만족도와 효율성 두 마리 토끼잡기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한다는 의미로, 이전 원격근무와 달리 해외 휴양지나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에서 업무를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2010년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언론을 중심으로 언급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해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Pecsek Brigitta(2018)는 ‘자택 또는 사무실을 떠나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하면서 휴가 중에 레저와 비즈니스를 동시에 해야 하는 하이브리드 유형의 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마노(2019)는 조직의 측면으로 보면 집단으로 지방에 체류하며 체류 기간에 연수, 회의, 지역공헌, 여가활동을 행하는 것이며 개인의 측면에서는 재택근무의 활용 등으로 휴양지에 지방 등 평소 직장과는 다른 일터에서 일하면서 휴가 등을 동시에 행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워케이션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얼까? 단점보다는 장점이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업무방식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ICT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노마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워라밸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워케이션은 그밖에도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개인의 업무 자율성이 보장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분위기가 환기되면서 업무 효율성도 향상된다는 점, 기업의 복지를 몸소 체감하며 회사 충성도가 높아지며 직무종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윈-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과 생활의 균형에 힐링이 더해져 내는 시너지

워케이션 대상 지역에도 경제적, 사회적 이익이 동반된다. 대상 지역으로 호평받는 곳을 살펴보면 대부분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며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감성 레저를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과 휴가, 개인의 일상이 모두 가능한 이곳에 오래 머무르며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의 여행과는 달리 근로자들이 장기적으로 관광지에 머물면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맞추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정책 다양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공주시의 ’로그인공주‘가 있다. 공주시는 신청자가 4박 5일 동안 도심에 머물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와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지역민들과의 교류를 도우며, 지역과 밀접한 관계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장기적으로는 워케이션으로 유입된 사람들이 공주에 정착하는 비율을 늘려 인구 증가까지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워케이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해당 지역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적극 제시해야 한다. 즉 지역의 특장점과 서비스 포트폴리오 전략이 중요하다. 각 지역은 체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의 이해관계자와 지역 자원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뉴노멀을 넘어 베터노멀로 가기 위한 과제

진정한 의미에서 일과 휴식의 조화를 추구하는 워케이션이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자칫 일은 뒷전이고 휴식과 레저가 우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일과 휴식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설정하고 균형 잡힌 스케줄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조직의 경우, 협업의 장점을 놓치지 않고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와 조직이 함께 만들어갈 구조적인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워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형성하고 지역의 디지털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을 때 워케이션 성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고 언제 어디서든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직과 개인, 개인과 지역 간의 신뢰가 확보된다면 워케이션은 뉴노멀을 넘어 베터노멀(better normal)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www.visitkorea.or.kr [22-8호]+KLID+디지털+정책리포트_워케이션+활성화.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