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 Show)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테크 박람회로 각국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혁신 기술을 글로벌시장에
알리는 첨단 기술 경연의 장이다. 「책심보감」에서는 《CES 2023 빅테크 9》을 선정하여
CES 2023에서 주목한 미래 기술을 토대로 9개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지키는 ‘빅테크 9’을 집중 분석하여 미래의 부를 선점할 혁신의 아이디어와
생존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CES 2023의 슬로건은 ‘Be in it(빠져들어라)’이다. ‘Be in it’은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가 된 공간에 ‘빠져들어 보라’는 뜻으로, CES가 준비한 미래 혁신을 한자리에서 보고 즐기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CES 2023의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새롭게 등장한 웹 3.0과 메타버스이다. CES 2023에서 처음 선보이는 웹 3.0과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가상화폐 등 포괄적이면서도 분산된 가상 세계에서 인간이 일하고 노는 삶의 방식에 어떻게 혁명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오토모티브, 디지털 헬스케어, 지속가능성 분야는 2023년에도 CES의 주요 카테고리였다.
2023 CES는 역대 최대 규모로, 300여 개 참관사가 자율주행, 전기차, 개인 모빌리티 기기 등 최신 기술을 선보였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애보트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 기업이 참여해 국제 보건 형평성 증진에 기여할 기기 및 기술을 전시했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미래 기술의 향연에 사람들은 CES 2023 슬로건처럼 그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번 CES 2023에서는 또 하나 주목할 중심 테마는 바로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이다. 지금까지 CES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테마를 내세워왔다.
CES 2021의 테마는 ‘모든 디지털(All-Digital)’이었고, CES 2022 때는 IT 기술을 통한 ‘일상의 초월’을 주제로 한 ‘일상을 넘어(Beyond the everyday)’가 슬로건이었다. 그런데 CES 2023에서는 미래 기술과 함께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중심으로 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테마로 내세웠다.
인간 안보란 1994년에 UN에서 창안한 개념으로 식량 확보, 의료 개선, 환경보호 등 인간 삶의 질과 관련된 여러 이슈를 의미하며, 인류가 처한 외부 위협에 맞서는 적극적인 평화 개념을 가리킨다.
인간 안보는 인간의 생명, 자유, 인권, 사회적 안전, 기본소득 등을 보장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대재난 이후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식량난, 기후변화 등 거대하고 복합적인 위기들과 직면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터진 코로나 팬데믹에 세계 경제는 마비됐고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접어들자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살인적인 물가 상승,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식량 부족 등 세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ES 2023에서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어떻게 기술이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를 조명하면서 지속 가능한 인간의 행복한 삶에 초점을 맞춘 인간 안보를 주제로 내세웠다. CES 2023 컨퍼런스 프로그램부터 키노트까지 행사 기간 동안 인간 삶의 질을 높여줄 여러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들이 등장했다. 특히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 World Academy of Art and Science)와 협력해 ‘인간 안보’에 있어 기술이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하는지, 기술이 어떻게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를 조명하였다. 이전까지는 사람들이 놀랄 만한 기술, 즉 보여주기(showing)형 기술이 관심을 끌었다면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술이 더 요구되고 필요해지게 되었다.
CES 2023에서 중심 테마로 ‘인간 안보’를 내세운 이유도 전 세계 인류를 위한 위기 극복에 있어서 기술이 얼마나 중대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2023년의 CES는 인간 안보를 통해 어렵고 힘든 시기에 과연 기술은 IT는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면서도 무거운 화두를 던진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 간의 융합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인류가 처한 여러 문제가 해결되고 전에 없던 혁신적인 가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던 문제들도 여러 기술이 융합하면서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전통 제조 기업들은 IT로 제품을 스마트화하고, IT 기업들은 기존 산업 분야인 자동차를 출시하는 등 영역 파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종별 경계도 사라지고, 현실과 가상 세계의 상호작용으로 메타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더욱 극심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한 수익과 성장을 위해 융합을 통한 생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CES는 기술 전시의 단계를 넘어 각 분야의 리더와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주제로 논의하고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미래를 만들어가는 CES는 협업과 융합의 장(場)으로 진화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많은 기업들에게 혁신의 아이디어와 생존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CES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저자 김재필 / 자료제공 한스미디어
경영전략 및 IT 컨설턴트, IT 트렌드 전문가, ESG 경영 컨설턴트, 경제/경영작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WBS)에서 MBA를 취득하였으며, KT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웹 3.0 혁명이 온다》 《ESG 혁명이 온다》 《ESG 혁명이 온다 2: 미래 전략과 7가지 트렌드》를 비롯해 《코로나 이코노믹스》 《2020 빅체인지》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 《2019 ICT 트렌드 : 새로운 비즈니스와 투자의 흐름이 보이는 크로스 테크놀로지의 시대가 온다》 《2018 한국을 바꾸는 10가지 ICT 트렌드》(이상 공저) 등이 있다.